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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 - 로마 건국의 신화
베르길리우스 지음, 강경수 엮음 / 미래타임즈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게 된 원인과 전쟁이 끝난 후의 상황을,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의 10년간 귀향 모험을 담은 서사시인데 이 작품들의 많은 부분을 모범 삼아 '로마의 시조'로 추앙받는 아이네이아스의 일대기를 서사시로 쓴 작가가 있다.
단테의 <<신곡>>에서 안내자로 나온 바로 그 인물 '베르길리우스'다.
베르길리우스는 로마의 시성이라 불릴 만큼 뛰어난 시인이었는데 11년간이나 아이네이스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공들인 덕분일까, 라틴어로 쓰인 서사시 중에서 가장 완성도가 높다는 평을 받는데 특히 호메로스에서는 묘사되지 않은 트로이 함락을 묘사 해 작품의 몰입도와 신뢰감을 높였다고 한다.
이 책은 트로이 전쟁의 시발점이 되는 '테티스 여신의 결혼식'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그리스로마신화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이 결혼식 이야기만 들어도 '황금사과'를 떠올릴 만큼 아주 유명한 내용이다.
테티스의 결혼식에 유일하게 초대되지 못한 불화의 여신 에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자에게'라는 황금사과를 결혼 연회장에 던지면서 사단이 난다.
헤라, 아테나, 아프로디테는 자신이 진정한 황금사과의 주인이라며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게 되고 황금사과의 주인을 가리기 위해 제우스는 인간 파리스를 지목해 버린다.(불쌍한 파리스..)
파리스는 세 여신이 자신에게 한 제안들을 고민하다 아프로디테의 '인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신부로 맺어주겠다'라는 제안을 최종적으로 선택하게 된다. (남자란..ㅉㅉ)
그 아름다운 여인은 스파르타의 공주 '헬레네'였다. 헬레네는 이미 유부녀임에도 불구하고 여신의 장난 때문인지 파리스의 사랑을 받아들이고 파리스와 트로이로 사랑의 도피를 하게되고, 그렇게 10년의 긴 시간동안 트로이 전쟁이 지속된다.
오랜 기간동안 전쟁을 한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트로이 전쟁에 인간들만 참여한게 아니라 신들도 그리스와 트로이로 양분되어 전쟁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이다.
그리스 진영의 신들은 헤라, 아테나, 포세이돈, 테티스가 있었고 트로이 진영엔 아프로디테, 아레스, 아폴론, 아르테미스, 레토, 스키만드로스, 에오스가 있었고 마지막으로 중립을 지킨 신들은 제우스, 헤파이스토스, 하데스, 에리스, 헤르메스, 디오니소스가 있었다.
트로이 전쟁에는 여신의 아들들도 여럿 참전하였는데 그 중 유명한 인물들은 그리스 군의 아킬레우스, 트로이 군의 멤논과 아이네이아스가 있었다. (드디어 주인공 등장!)
어느 날, 아이네이아스의 꿈에 헥토르가 나와서 트로이가 멸망하고 있으니 어서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쳐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생생한 꿈 속 외침에 눈을 번쩍 뜬 아이네이아스는 처음부터 바로 도망치진 않고 트로이 왕궁으로 가지만 이미 트로이는 함락 되어버린 상태라 어쩔 수 없이 트로이를 탈출하게 된다.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탈출 후 트로이 유민들과 함께 라티움을 향해 항해를 시작하며 갖은 고난을 겪는데 그러면서 바다괴물 카립디스와 세이렌, 거인 폴리페모스를 만나고, 운명적 사랑인 디도여왕을 만나 잠시 흔들리기도 하고, 시빌레를 만나 저승으로 모험도 떠난다.
아이네이아스가 시빌레를 따라 저승을 경험하면서 자신의 배 키잡이었던 팔리누루스도 만나고 케로베로스도 만나고 디도도 만나고 트로이의 전사들도 만나고 천국인 엘리시움에 방문하여 자신의 아버지를 차례로 만난다.
아버지는 아이네이아스에게 로물루스,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율리아 가문 후손들, 그리고 케사르 아우구스투스 황제까지 후대에 그가 세운 도시를 건설할 자들을 미리 소개하면서 영광의 미래를 일일이 보여주고 설명해주었다.
저승을 방문한 후 마지막 목적지인 라티움을 향해 아이네이아스 일행은 나아갔는데 아이네이아스가 잘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헤라는 복수의 여신 알렉토를 찾아가 라티움에 불화를 일으켜달라고 부탁한다.
아이네이아스는 라티움에 잘 도착했지만 예전에 아프로디테가 말한 '맑은 하늘에 느닷없이 번개가 번쩍이면 전쟁이 일어날 신호'가 나타났고 그들은 또다시 전쟁을 치뤄야 했다.
라티움에서 일어나고있는 전쟁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던 제우스는 모든 신들을 소집하여 회의를 열기도 했다.
결국 마지막 결전까지 가게되고 역사의 흐름대로 전쟁에서 승리한 아이네이아스는 라티움의 통치권을 물려받은 후 트로이 유민과 라틴족을 결합시킨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고 '라비니움'이라고 명명하였다.
그 후 아니에이아스가 죽고 저승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말한대로 로마제국의 탄생이 펼쳐진다.
로마를 건설하기 위한 신의 계획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인공이 되어 이끌려다닌 '아이네이아스'.
그가 겪은 수많은 고난과 슬픔 그리고 여러 이별과 전쟁들은 로마라는 나라의 시조가 되면서 보상받긴 했지만, 내가 아이네이아스였다면 이 과정들을 안 겪고 로마의 시조가 안되고 싶었을 것 같다.
그래도 이 영웅담 덕분에 이와 관련된 미술 작품들도 다양하게 감상 할 수 있어 너무 좋았고, 단테의 신곡에서 등장한 베르길리우스가 누구며 얼마나 대단했기에 신곡에서 단테의 안내자로 선정되었나 사실 궁금했는데 이 책을 통해 그의 위대함을 알 수 있어서 뜻깊은 시간이었다.
아이네이스를 그냥 책으로 읽었으면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꼴이 났을텐데(호메로스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책이 집에 있으나 전혀 진도가 안나가고 있다.) 명화를 같이 보며 읽어서 그런지 재밌게 잘 읽혀졌다.
혹시 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명화로 보는 아이네이스를 먼저 읽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