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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사냥꾼 - 집착과 욕망 그리고 지구 최고의 전리품을 얻기 위한 모험
페이지 윌리엄스 지음, 전행선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4월
평점 :
『공룡 사냥꾼』은 자연사 수집품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과 과학, 그리고 다양한 이들의 시각을 담아낸 논픽션 소설이다. 그 중에서도 전체적인 흐름을 이끄는 주인공이 있는데, 그는 바로 10대 시절부터 화석에 남다른 집착을 가지며 어른이 되어서는 화석 사냥꾼으로 활동하고 있는 '에릭 프로코피'였다.
에릭은 헤리티지 옥션스에 위탁하여 <NO.49135,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라는 공룡화석을 경매에 내놓는데 엄청난 광고와 뉴스 특집, 그리고 이 화석의 출처지 때문에 어마어마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왜냐하면 이 화석의 출처지가 몽골의 고비사막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몽골의 고비사막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공룡 화석 저장소라고 불릴만큼 중요한 위치였는데, 문제는 몽골 정부가 화석에 그다지 큰 관심이 없었다는 것이다. 몽골의 법은 화석은 국가의 재산이기 때문에 화석 거래를 금했지만 막상 제대로 된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아 불법적으로 발굴된 고비사막의 공룡들이 공개 시장에서 팔리고 있는 실정.
그렇기에 이번 경매는 예비 입찰자들 뿐만 아니라, 고생물학자, 심지어 몽골 대통령과 미국연방정부까지 개입하는 상황에 처한다.
경매는 일요일 오후 2시, 첼시의 웨스트 22번가에서 예정되어 있었고 단연 전시장에서 가장 시선을 끄는 작품은 보안 밧줄 뒤에 앞발을 밖으로 뻗고 턱을 벌린 채, 푸른색 벨벳 위에서 코모도왕도마뱀 근처에 웅크리고 앉아 그것을 사냥하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웅장하게 서 있는 '최고의 보석' 티라노사우루스 바타르였다.
48초간 진행된 입찰에서 낙찰가는 105만 2,500달러. (한화 12억 8826만원 정도.)
어마어마한 금액과 인기만큼 에릭에게 돌아올 대가는 혹독할 예정이었다.
공룡 사냥꾼으로서의 에릭의 기구한 여정들이 흥미롭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했지만 사실 이 내용만 있었다면 지루했을지도 모를 이야기를 저자는 여러 공룡과 척추동물의 화석과 발굴, 공룡과 관련된 용어들(공룡 이름, 뼈 등), 표본 준비 작업, 조류 파충류 양서류 포유류 등의 수집품, 화석 거래, 할리우드 스타들의 공룡 쟁탈전 등 공룡에 관한 지식들과 흥미로운 사건들, 다양한 일화들을 한데 엮어 생생하게 표현해 놓았다.
한 가지 재밌는 일화를 얘기해보자면...
고생물학자, 지질학자, 지형학자, 화석식물 연구자, 몽골인 가이드, 중국 박제사 등으로 구성된 원정대가 1923년 7월 13일 오후 고비사막에서 화석 알을 발견했다. 그때까지는 아무도 공룡이 어떻게 새끼를 낳는지 알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원정대가 알들 위에서 "작고 이가 없고 종류를 알 수 없는 공룡의 뼛조각"을 발견하게 됐고, 공룡이 알을 낳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일화는 로이 채프먼 앤드루스의 이야기이다.
공룡이 알을 낳는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처음 이 사실을 발견한 사람은 누군지에 대해서는 다들 크게 관심이 없었을 것이다. 이런 숨겨진 공룡의 재미난 이야기들이 틈새공략을 하니 어찌 흥미롭지 않겠는가.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공룡 사냥꾼"이 있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저 화석을 발견하는 분들은 죄다 고생물학자와 화석에 관련된 연구를 하는 분들이라고만 생각했었는데...(가끔 운 좋은 일반인들도 포함...) 사냥꾼이 존재하고 있었다니.
논픽션인데도 픽션같은 이야기를 다룬 『공룡 사냥꾼』.
공룡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공룡화석을 둘러싼 실화를 주목하길 바란다.
긴박하면서도 열정적이고, 재밌지만 슬프기도 한 이야기를 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