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 딸의 우울증을 관찰한 엄마의 일기장
김설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2년 전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 중인 딸과 함께, 우울과 불안을 극복하고 있는 저자의 이야기를 담은 책 『오늘도 나는 너의 눈치를 살핀다』.

그녀는 번번이 울고, 어쩌다 웃는 일상은 계속 반복되고 있지만, 희망을 놓치지 않기 위해 꾸준히 우울 관찰 일기를 쓰고 있다고 한다.

일기하면 꼭 빠지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오늘의 날씨'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기분 상태에 따라 오늘의 날씨를 체크해 두었는데, 초반 시작 때는 '오늘의 기분 흐림'이나 '오늘의 기분 비' 가 대부분이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오늘의 기분 차차 맑음'이나 '기분 맑음'으로 변해간다.

물론 내용에서도 저자의 심리상태가 잘 느껴졌지만 오늘의 날씨를 어떻게 표현했냐에 따라 비슷한 내용이라도 다른 느낌으로 다가와서 그녀의 마음을 좀 더 깊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질병이자 끝내는 통과할 수 있는 터널일 뿐이다' 라고 말하는 저자.

하지만 '우울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기까지엔 많은 심적 고통과 딸과의 갈등이 존재하고 있었는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를 되짚어보니 첫 번째로 '아이를 내 소유라고 생각해서 내 마음대로 키웠다.'가 있었다.

엄마의 역할에 과도하게 몰입한 저자는 그것이 모성이라고 착각하고 철저히 이기적으로 아이를 키웠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 뿐만 아니라 의외로 자녀가 자신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는 예상보다 많다는데~ 늘 그 문제를 다루는 심리 상담사들도 그 부분에서 벗어날 수 없고, 다양한 사례를 만나고 연구하면서 반성을 하게 된다고 하니, 정말 중립적인 입장이 되어 아이를 이성적으로 키우기는 여간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두 번째로 '힘들다는 내색을 비치는 딸에게 엄마도 힘들다고 말하고는 아이의 입을 막아버렸다'가 있었다.

당시 사업 실패로 남편의 벌이가 없는 상태였던 저자. 집안 경제를 혼자 감당했던 때라 그녀는 그녀대로 녹초가 된 상태였고, 아이는 엄마의 요구에 맞춰 미술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고통스러운 생활을 견디고 있었다.

힘들어도 엄마에게 힘들다고 하지 못하고 입 꾹 되어버린 시간들이 쌓이고 쌓여 가라앉아 있던 우울함이 본격적으로 떠오를 때쯤에도 '넌 왜 유독 이런 일에 예민한거니?' 라며 아이를 더 자극시켰고 결국은 태어나서부터 스무 살이 될 때까지 부모와 자식 간에 주고받은 모든 것들이 차곡차곡 쌓여 우울증으로 변하게 되버린 것.

자식을 너무 지나치게 사랑 저자. 그래서 아이에게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끼어들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이후로도 한참 동안 아이의 우울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모두 포용하고 아이와 함께 극복해나가는 중이라고 한다.

딸에게 무심코 해왔던 '말의 지옥'을 되풀이 하지 않기위해 노력하고, 마음이 너무 힘이 들때엔 일기에 신세 한탄도 했다가, 다시 의연한 마음을 갖기위해 마음을 다잡고 절망과 무기력에 대처하며 엄마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저자가 너무 멋지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가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실은 '엄마도 엄마는 처음이다'라는 것을 잊고산다.

왜냐면 딸의 입장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는 내 엄마였으니까.

엄마 입장에서는 연습 없이 엄마가 되어버리기에, 모르고 하게되는 여러 실수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다. 딸의 우울증으로 그 실수가 드러났지만 지금처럼 함께 극복해가며 언젠간 우울증과 영원히 작별인사를 하길 바라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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