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혜화동 한옥에서 세계 여행한다 -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안방에서 즐기는 세계 여행 스토리
김영연 지음 / 이담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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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를 좋아해서,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을 찾아오는 전세계 여행자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과 멋스러움, 그리고 조상의 삶이 그대로 녹아 있는 한옥에서 하루 묵고 싶어하는 여행자들이 묵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시 종로구 혜화동에 위치한 75평 한옥 게스트하우스 <유진하우스>이다.

70년이나 오래된 집이었고 2년간 비어 있던 집을 리모델링해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기로 한 저자.

처음 게스트하우스 이름을 뭘로 지을까 이런저런 고민을 했지만 지인분이 딸의 이름을 따서 <유진하우스>라고 지으면 어떻겠냐는 제안에 부르기 쉽고, 듣기 쉽고, 외우기 쉽겠다 싶어 이 이름으로 결정 했다고 한다.

유진 하우스에 머문 여행자들이 이곳에서 한옥을 보며 사색을 즐기고, 전통 체험도 즐기고, 한국 전통음식도 맛보며 한국의 멋과 맛을 알아가며 '힐링'하는 내용을 보며 덩달아 나까지 기분이 좋아졌고 뿌듯한 감정이 마구마구 샘솟았다.

그리고 여행오기 전, 한국역사를 공부해와서 유진하우스를 보며 '양반 문화' 이야기를 꺼내는 몇몇 여행자분들이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아무래도 유진이네 집에는 양반이 산 듯해요'라고 한다니! 정말 놀랍지 않은가.

또 유진 하우스를 머물다 간 여행자들이 메일이나 엽서를 보내 감사인사를 보내기도 했는데 그 중에서도 '한국의 전통가구가 있는 건축물 속에서 머문 것, 기쁜 한때를 보냈습니다.'라고 보낸 마루야마씨의 메일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

머물다 가는 모든 여행객들에게 최선을 다했기에 이런 감사인사를 받을 수 있는게 아닐까 싶다.

지금은 코로나가 터진 상태라... 코로나 '때문에' 라고 해야할지 '덕분에' 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지만 온전히 가족들만의 시간을 가지며 지낸다는 저자.

코로나가 끝나면 또 많은 여행객이 머물테니 지금이라도 여유로움을 한껏 누렸으면 좋겠다.

여행객들이 한옥만이 가진 온돌과 마루, 나무와 황토, 기와지붕과 용마루 등을 보며 멋스럽게 여겨주고, 전통의상인 한복을 아름답다고 여겨주고, 김치 체험, 역사탐방, 현지체험, 캘리그라피 체험 등을 통해 우리 문화를 알아가는 모습에 첨부터 끝가지 너무 뿌듯하고 흥미로웠던 유진하우스 이야기.

앞으로도 수많은 여행자들과 만남의 기쁨을, 헤어짐의 슬픔을 반복하게 될테지만 지금처럼 여행자들에게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우리 문화를 널리 알려주는 유진하우스가 되길 바라며!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열심히~ 쭉~ 응원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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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교양 지적대화 걸작 문학작품속 명언 600 - 헤밍웨이 같이 사유하고, 톨스토이처럼 쓰고
김태현 지음 / 리텍콘텐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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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세계에서 알아주는 문학작품을 읽다보면 정말 가슴에 와닿고, 머리에 박히고, 눈에 밟히는 명언들이 꼭 보인다. 이래서 명작 명작 하는구나 싶을정도로 찡한 느낌을 받곤 하지만 문제는 책을 다 읽고나서 마음에 들었던 문장과 명언을 따로 적어두질 않아 막상 떠올리려고 하면 가물가물하게 생각난다는거다.

그래서 이 책을 꼭 읽고 싶었다.

내가 읽어본 책의 명언도 적혀있고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의 명언도 적혀있는데, 읽은 책에서는 내게 울림을 줬던 명언이 적혀있는지 찾아보는 재미와 혹은 못보고 놓쳤던 명언들을 새롭게 알아가보는 시간을 가져볼 수 있어서 좋고~

처음 보는 책의 명언들 같은 경우는 기억해 두었다가 다음에 그 책을 정독하게 될 때 한번 더 체크하고 넘어갈수도 있고, 명언들을 보다가 정말 맘에 와닿아 당장 읽고 싶어지는 책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마구마구 들었기 때문에.

책 표지엔 '헤밍웨이같이 사유하고, 톨스토이처럼 쓰고'라는 문구가 적혀있는데, 이 주제에 맞게 당대 유명한 소설가들의 내노라하는 걸작 문학작품들만 엄선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데미안, 연금술사, 숨그네, 제인 에어, 위대한 개츠비, 어린 왕자, 80일간의 세계 일주,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개밥바라기별, 호밀밭의 파수꾼, 이방인, 인간실격, 변신, 아Q정전, 동물농장, 달과 6펜스, 오만과 편견, 내 이름은 빨강,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향연, 로미오와 줄리엣, 테스, 순수의 시대, 설국, 아내가 결혼했다, 거미여인의 키스, 마담 보바리, 베니스의 상인, 그리스인 조르바, 노인과 바다, 모비 딕, 돈키호테, 로빈슨 크루소,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레미제라블, 말테의 수기, 불안의 책, 대성당, 자기만의 방,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삶의 한가운데, 젊은 예술가의 초상, 1984, 백년의 고독, 에덴의 동쪽, 두 도시 이야기, 제5도살장, 멋진 신세계, 전쟁과 평화, 페스트, 악의꽃, 지옥에서의 한 철, 목신의 오후, 죽음의 푸가, 예언자, 황무지,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입 속의 검은 잎, 이 시대의 사랑까지....

제목만 봐도 아! 하는 책들이 꽤 되서 반갑기도 하고 설레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책들 속 명언들이 '성장', '인간 내면', '사랑', '용기', '마음 위로', '미래', '세계의 명시(名詩)'라는 주제로 나뉘어 인생의 다양한 면과 삶의 지혜, 그리고 깨달음과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길잡이가 되어준다.

아! 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명언만 적혀있을 것 같지만 작가의 인물정보도 적혀있고, 명언들 나오기 전에 간단히 책의 정보와 줄거리도 적혀있다!

또 책 속의 키워드라고 해야할까? 포인트가 되는 단어들도 태그 해두어서 간단 줄거리와 태그만 보더라도 책의 큰 틀이 어떤 느낌이구나 라는걸 알 수 있게 정리가 잘 되어있으니 명언만 적혀있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은 저 멀리 보내버리기를.

며칠동안 이 책 덕분에 문학을 즐기고 탐독하는 향유자로서의 삶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던 것 같다.

바빠서 책 정독할 시간도 가지기 힘든 분들에게 꼭 추천해주고픈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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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관 미스터리 엘러리 퀸 컬렉션 Ellery Queen Collection
엘러리 퀸 지음, 김희균 옮김 / 검은숲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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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품절


국제적으로 유명한 미술품 거래상이자 수집가인 게오르그 칼키스가 향년 67세의 나이에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장례식은 조용하고 차분하며 조촐한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고 장례식이 끝난 후 모두 칼키스의 새로운 유언장을 듣기위해 집에 다시 모이게 되는데...

이럴수가! 철제 상자 속에 들어있던 새 유언장이 감쪽같이 사라져버렸다.

상자의 열쇠는 분명 하나 뿐이었고 그 열쇠는 줄곧 우드러프의 주머니에 보관되어 있는 상태였는데도 말이다.

장례식이 진행될 동안 집 안에 남아있던 두 사람(집사 위크스와 가정부 심스 부인)이 자연스레 의심대상이 되어 바로 몸수색을 받았지만 도난당한 유언장을 찾을 수 없었다.

온 집안 곳곳,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유언장.

만약 끝까지 유언장을 발견하지 못하게 되면 칼키스 갤러리의 새로운 상속자가 누군지 아무도 모르는게 돼버려 칼키스의 재산은 상속법에 따라서 분배가 될 터였다.

10월 7일 목요일 아침, 샘슨 지방 검사는 대책 회의를 소집하는데, 이 때 우리의 주인공인 엘러리 퀸도 대책 회의에 참여하며 처음으로 등장 한다.

엘러리는 '칼키스 사건'에 두 가지 가설을 세우며 그 곳에 모인 사람들에게 칼키스가 잠들어 있는 '관'을 조사해 볼 것을 요구한다.

일꾼 두 명이 나사를 돌려 관 뚜껑을 벗겨내기 시작했고 곧 도저히 믿기지 않는... 너무나도 끔찍한 사실이 드러나게 된다.

방부 처리를 해서 딱딱하게 굳어진 칼키스의 시체 위에 시퍼렇게 피멍이 들고 잔뜩 부패한 또 하나의 남자 시체가 쑤셔 박힌 채 놓여있었던 것이다.

(그 와중에 유언장은 없었다.)

살해된 남자는 '그림쇼'로 미술품 절도죄로 5년 형을 선고받고 교도소까지 다녀온 인물이었다.

부패한 흔적으로 봐서는 사망한 지 약 7일이 경과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는데, 죽은 날짜로 따져보면 칼키스보다 훨씬 먼저 죽은 것이 된다.

(한 명은 미술품 중개상이고 한 명은 미술관 도둑이라니... 묘하게도 어울리는 두 사람...)

누가, 언제 그림쇼를 죽였고, 어째서 칼키스의 시신 위에 그를 같이 눕혀 관에 봉해버릴 생각을 한 것일까?

어쨌거나 칼키스 사건을 맡은 이들은 도난당한 유언장 말고도 그림쇼 살인사건을 하나 더 맡게 되버렸다.

엘러리는 최선을 다해 단서와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고 매번 그렇듯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의 가설을 알려주지 않고 있었는데...

"아직 때가 아닙니다. 나중에 이야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엘러리에게 뿔이 난 샘슨 검사가 카펫을 발로 쾅 차면서 벌떡 일어나 "자네는 늘 그런 식이지! '아직 때가 아닙니다.' 뭐가 어쩌고 어째?" 하며 경주마처럼 씨근덕 거리는 걸 보며 한참을 웃었더랬다.

(심슨 검사님 마음이 내 마음..)

엘러리가 찾은 단서는 총 두 가지로, 하나는 칼키스가 심장 마비로 죽던 날 아침에 넥타이를 바꿔 맸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칼키스의 서재에 있던 퍼컬레이터와 찻잔들이었다.

이 두 가지 단서로 엘러리는 막힘없이 추리하기 시작했고 자신의 가설에 힘을 얻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가설은 성립할 수 없는 가설이었다. 왜냐면 제 3의 인물 녹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렇게 엘러리의 추리가 실패한 후 새로운 가설이 세워졌고 정황상 슬론이 범인으로 몰리게 되버린다. 엘러리는 그 가설에 반박할 논리가 없는 상태였지만 이상함을 지울 수 없었고 찝찝한 상태로 형사들과 함께 슬론이 있는 갤러리에 방문하는데....

웬걸. 슬론이 자살한 채 발견된다.

정말 이번 사건은 정말 꼬리에 꼬리를 물고 누가 범인인지 도저히 알아채지 못하게끔 해놓았다.

오죽하면 엘러리마저 누군가가 정교하게 조작해놓은 덫에 말려들어 추리실패를 경험했을까!

여태까지 자신만만했던 엘러리의 모습만 보다가 이번에 한번 크게 데이는 모습을 보니 약간 웃기기도 하면서 안타깝기도 했다.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말이지.. 흠.

엘러리가 자존심에 크게 상처입고 아주 어렵게 해결한 사건인만큼 내용은 두배로 재밌었던 그리스 관 미스터리.

다음 국명시리즈에서는 어떤 사건과 엘러리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을까!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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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킹
짐 오타비아니 지음, 릴랜드 마이릭 그림, 최지원 옮김, 오정근 감수 / 더숲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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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아인슈티인 이래 최고의 이론물리학자로 칭송받는 '스티븐 호킹'에 관한 전기를 그래픽 노블로 만나 볼 수 있는 『호킹』.

그의 이론과 그의 업적, 그리고 그의 삶이 모두 담겨있는 아주 좋은 책이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호킹에 대해 아는거라곤 아주 유명한 물리학자라는 것, 루게릭 병을 앓고 있다는 것, 정확히 어떤 업적인지 모르겠지만 아주 훌륭한 업적을 남겼다는 것, 그리고 음성인식 프로그램을 사용해서 대화나 강의를 했다는 것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는 호킹이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세상을 떠난 지 300년 되는 해에 태어났고, 위대한 과학자 아인슈타인의 생일에 생을 마감했다는 사실과 어린 시절엔 '호킹어'라는 특유의 말투를 쓰고 생각보다 성적이 좋지못한 학생이었다는 것을 안다.

(그러고 보면 아인슈타인도 그렇고 에디슨도 그렇고... 학교랑 담을 쌓은 일화들이 하나씩 있는 것 같은데... 천재들은 학교랑 잘 안맞는걸까?)

그 외에도 블랙홀에 관련된 '특이점 정리', '호킹 복사 이론' 등 대표적인 업적들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고 대중을 위해 우주 이야기를 풀어낸 <<시간의 역사>>와 <<호두껍질 속의 우주>>, <<조지의 우주를 여는 비밀 열쇠>>, <<블랙홀과 아기 우주>> 등 여러 권의 책을 집필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호킹은 옥스퍼드에서 조정을 하며 우승도 몇 차례나 했던 건강한 청년이었으나 갑작스레 길어 봐야 2년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게되고, 그때문에 악몽도 꾸고 힘들어도 하지만 마음을 추스르고 지팡이를 짚어가며 박사 학위를 따고, 어느새 가정도 꾸리고, 자신의 업적도 세우고 하늘의 별이 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우주론과 이론물리학 분야에 훌륭한 업적을 남긴 대단한 인물이다.

지금까지 간략하게 추린 내용들 말고도 다양한 과학이론과 호킹의 일화들이 많으니 꼭 호킹의 위대한 지성의 삶과 업적 그리고 물리학으로의 여행을 즐겨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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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아리랑 2
정찬주 지음 / 다연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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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18 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이했다.

매해마다 뜻깊은 날이지만, 10주년 단위로 딱 떨어지는 날이면 더 특별한 느낌을 갖는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40주년을 맞이하여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기 위해 출간된 소설이다.

읽으면서 얼마나 숨차고 답답하고 먹먹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던지.

이경철 문학평론가님의 서평 내용처럼 '이게 기록인가, 소설 작품인가' 묻게 하면서도 개결한 맛과 품위가 뭔지 보여주는 작품이었다.

『광주 아리랑』은 5월 14일부터 5월 27일, 즉 14일간의 광주민주화운동 이야기를 다루고 있으며 수많은 인물들과, 현장, 그리고 시간대와 날짜별로 짜임새있게 그리고 숨 가쁘게 그려나간다.

보통 주인공은 한명 내지 다섯 내외로만 두고 주인공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가며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편인데(예를들면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는 영화 '택시운전사' 같은 경우처럼.) 이 책은 나오는 모든 인물이 주인공이다.

등장하는 인물만 해도 식당 주방장, 요리사, 시장 상인, 운전수, 페인트공, 용접공, 가구공, 선반공, 방직공장 여공, 예비군, 예비군 소대장, 대대장, 장교, 대학교 교직원과 수위, 비운동권 학생, 영업사원, 재수생, 구두닦이, 농사꾼, 기자, 신부, 목사 등 엄청 다양하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까닭은 80년 5월에 계엄군과 맞서 싸웠던 한 분 한 분을 '광주 5.18 역사로서의 소설'에 주인공이자 증인으로 영원히 기리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이 숨겨져 있다.

그 마음을 알고 봐서 그런지, 14일동안 수없이 죽어간 많은 주인공들을 보며 마음이 너무 힘들고 괴로웠다.

『광주 아리랑』은 12.12사태 이후 전두환이 보안사령관 등 요직을 맡으면서 잠복해 있던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고 '계엄령을 철회하라' , '전두환 물러가라', '정치일정 단축하라', '노동자 생존권 보장하라',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라' 등을 내걸며 시위가 봇물 터지듯 일어난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광주에서는 민주화를 위한 집회인 '민주성회'가 한창이었고 횃불시위 행렬이 도청 광장에서 출발할 무렵, 전북 금마 7공수여단에서는 공수대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회식을 하면서 "작전은 화려한 휴가처럼! 건배!"를 외치고 있었는데...

'작전은 화려한 휴가처럼'이라고 건배사를 한 것은 고된 시위진압 훈련을 끝냈으니 휴가를 즐기듯 시위 시민, 학생을 상대로 산짐승몰이 방식으로 인간 사냥에 나서자는 말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진압은....

끌려온 학생들은 모두 상의가 벗긴 채 허리띠를 풀고 신발을 신지 않은 전쟁포로의 몰골이었다. 얼굴이 부은 학생, 이마에 멍이 든 학생, 콧대가 주저앉은 학생, 머리가 찢긴 학생, 다리를 저는 학생 등을 보는 순간 서명원은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p174

금남로 거리의 공기는 매캐했다. 특히 18일 이후 도청 앞 공기는 더 심했다. 눈이 따갑고 목구멍까지 메스꺼웠다. 최루탄 가스가 원형 분수대 주변을 스멀스멀 맴돌았다. p224

죄없는 학생들을 총칼로 찔러 죽이고 몽둥이로 두들겨 트럭으로 실어가며, 부녀자를 발가벗겨 총칼로 찌르는 놈들이 이 누구란 말입니까? 이들이 공산당과 다를 바가 무엇이 있겠습니까? (중략) 죄없이 학생들과 시민이 수없이 죽었으며 지금도 계속 연행 당하고 있습니다. 이 자들이 있는 한 동포의 죽음은 계속될 것입니다. 지금 서울을 비롯하여 도처에서 애국 시민의 궐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p246

11공수여단 61대대와 62대대 공수부대는 특공조를 편성 공격해 버스 유리창을 깨부순 뒤 차 안에 최루탄을 던지며 운전수와 시위 시민 들을 끌어냈다. 현장에 붉은 피가 뿌려졌다. 그래도 시민군중은 공수부대 저지선 20미터까지 나아갔다. 이제는 공수부대원들과 시민들이 육박전을 벌였다. 시민 군중 가운데 부상자가 수십명 속출했다. 오후 7시 45분쯤에는 전투용 장갑차가 나타났다. p290

그때였다. 바퀴 달린 시위 장갑차 한 대가 도청 분수대 쪽으로 달렸다. 장갑차 뚜껑을 열고 한 청년이 용감하게 상체를 드러냈다. 머리에 흰 띠를 두른 청년은 윗옷을 벗고 태극기를 흔들었다. 도청 광장을 지키고 있던 공수부대원들이 그 청년을 향해 가차 없이 집중사격을 했다. 목에 총을 맞은 듯 청년의 머리가 푹 꺾였다. p341

정말 지옥이 따로 없는 광경이었다. 부상자들을 싣고 오는 차량으로 병원 앞 도로가 차량통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고 적혀있다.

게다가 피가 부족하여 헌혈을 해 달라고 호소하는 헌혈차가 돌아다니기까지 했다고 하니. 정말 얼마나 심각했을까, 얼마나 무서웠을까, 얼마나....

정말 책 속의 모든 사건들과 인물들이 진실을 밝히고 전하기 위해 아우성을 보인다.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소설들이 참 많은데 이 책도 그 소설들과 함께 길이길이 기억되어 그 날의 진실을 계속 전해주었으면 좋겠다.

시민들은 구호를 외쳤고 학생들은 훌라송을 불렀다.

그러다가도 시민과 학생이 이심전심으로 마음이 모아지면 아리랑을 목 놓아 합창했다.

아리랑은 날마다 거리의 분위기에 따라서 달라졌다.

민주화를 위한 평화집화 때는 학생들이 열망의 아리랑을 불렀고, 공수부대의 만행이 극에 달했을 때는 시민들이 공포의 아리랑을 불렀다.

또 공수부대와 총격전을 치를 때는 시민군들이 분노의 아리랑을 불렀고, 공수부대의 총에 시민들이 희생당했을 때는 부모 형제들이 통곡의 아리랑을 불렀다.

그런가 하면 공수부대를 물리쳤을 때는 시민 모두가 감격의 아리랑을 불렀고, 도청을 탈환했을 때는 해방의 아리랑을 불렀으며, 계엄군이 다시 진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탄식의 아리랑을 불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시민들은 도청 광장에 다시 모여 부활의 아리랑을 부를 날이 올 것이라고 믿었다.

2권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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