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야가의 밤 - 각성하는 시스터후드 첩혈쌍녀
오타니 아키라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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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싸움이 유일한 재능이자 취미인 여자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젊고 예쁠수록 물건처럼 값이 매겨지는 세상이 싫어서 나이가 드는 시술을 받았다는 소녀, 돈도 지위도 있는 남자들의 실상을 까발려 글로 쓰기 위해 풍속업소에 취직했다는 아가씨, 섹스가 취미여서 모임을 만들었다는 ‘헤픈 여자’들의 리얼한 목소리를 끌어올려 시스터후드(여성끼리의 연대)를 관철한 소설을 발표해 온 작가 오타니 아키라는 하드한 전개에 ‘심장 떨리는 바이올런스 장편’ 『바바야가의 밤―각성하는 시스터후드』를 완성합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신도 요리코는 지금껏 출간된 일본 소설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인물이에요. 왜 이런 캐릭터를 선보였을까. 출간 직후 작가는 《허핑턴 포스트》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랫동안 해 왔던 구상임을 밝히며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범죄물의 여성 캐릭터는 피해자의 입장에서 그려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지요. 현실의 세계도 상황은 비슷하지만 픽션의 세계에서조차 그럴 필요가 있을까, 그러한 상황을 뒤집는 작품이 존재해도 좋지 않을까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전투 미소녀가 등장하는 픽션과 다른, 내가 독자라면 읽고 싶은 리얼한 이야기를 쓰자고 생각한 것이 『바바야가의 밤』이에요.”


성폭행, 강제추행, 스토킹 등이 강력범죄의 90퍼센트를 차지하고 피해자 10명 중 9.3명이 여성이라는 통계를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피해자와 일면식도 없는 가해자가 돈이나 원한이 아니라 (그들의 표현에 따르면)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 때리거나 죽이는 사건이 갈수록 눈에 띈다는 점에서 이를 결핍의 반작용이라고 해석해도 좋지 않을까요.


분노 조절 장애는 무슨. 상대가 마동석 씨였다면 폭력을 행사하기는커녕 말 한마디 못 붙였을 거면서 말이죠. 때문에 피지컬도 멘탈도 강한 여성, 게다가 싸우기 위한 동기가 내면에서 솟아나는 여성을 그리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영웅이 되기 위해서는 익스큐즈가 필요합니다. 남편이나 아이가 죽었다고 하는 ‘싸워야 할 이유’가 반드시 붙어 있지요. 혹은 원더우먼처럼 신화적인 최강 미녀전사라는 현실과 동떨어진 설정이라든지. 이상하지 않습니까. 남성 캐릭터는 그렇지 않아도 허용되는데 여성이 힘을 휘두르기 위해서는 세상이 납득할 수 있는 이유를 일일이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니……. 그런 것은 이제 아무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가슴보다 갈라진 복근에 눈이 가는 육체를 가진 ‘싸움의 신’과 같은 주인공이 쓸데없이 시비 거는 남자들을 패고 또 패고 여자를 강간하려는 남자를 패고 또 패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통쾌무쌍하다고 할까, 읽고 있으면 팔굽혀펴기 같은 걸 하고 싶어지는 소설이라고 할까. 제 여자친구는 (교정지로) 읽고 나서 주짓수를 배우기로 결심했다던데. 하여간 재미있습니다. 정말이에요. 읽었는데 별로였다 싶으면 저를 마구 줘패셔도 무방합니다. 소설의 반전에 관해서는 편집자 후기에 적어 두었으니 꼭 본문을 다 읽고 거들떠봐 주시길.


삼송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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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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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은 

지난주 화요일(11월 1일)에 인쇄를 마쳤지만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좋지 않아서

출간을 일주일 미뤘습니다.

늦어서 송구해요.


이번 작품의 관전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1. 출판

실용적이고도 예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화가를 섭외하여 그림을 만들어 붙이고, 

판매를 위해 책장수가 선정한 책을 담아서 팔자,

는 아이디어를 내는 등 문고를 만들고 파는 일이 

굉장히 심도 있게 묘사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느 출판사의 내부를 엿보는 듯하여 

편집자인 저는 만드는 내내 즐거웠어요.

작가는 세책상과 문고상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여러 출판사들에 대한 취재도 꼼꼼하게 했는데

그 점을 눈여겨봐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2. 미신

이사는 손 없는 날 해야 하고.

처음 입주한 집에는 팥을 뿌리고.

소중한 아기에게 하찮은 이름(태명)을 지어주고.

갓 남자아이에게 여자아이 옷을 입히는 등등

모두 액운을 피하기 위해 하는 일들이지요.

우리는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요. 

“인간이 이상한 것을 믿는 까닭은 불확실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패턴을 추적해 인과관계를 찾아내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우제를 지냈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는 걸 보고, 

‘가뭄에 대한 해결책=기우제’라는 잘못된 패턴을 찾아내 

이를 믿는다는 거죠.

이번 작품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미신을 믿고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자들의 음모를 파헤칩니다.


3. 사법제도

일본 에도 시대 때는 증거나 증인보다 

조사과정에서 얻은 자백이 더 중시되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자백이 아니라 해도

‘제가 저질렀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빈번했지요.

‘자백을 받아내면 그걸로 해결’이라는 사회적 체제. 

분명히 그런 시대가 (한국에도 그리고 일본에도) 있었지만 

소설에서나마 작가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에도 시대의 자백 편중주의,

자백으로 누명이 잔뜩 생겨났던 사법제도의 결함을 고찰합니다.


출판은 그렇다 쳐도, 

미신과 사법제도의 결함을 고찰하는 대목을 읽고 있노라면 

일본보다는 차라리 요즘 시국의 한국 독자들이 읽는 게 

더 마침맞을 것 같다는 기분도 드는데 어떨지.


아울러 “다른 시리즈는 어떻게 되는 거냐”

“오하쓰는? 유키노스케는?” 하고 저에게 질문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의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을

편집자 후기에 적어두었습니다. 

읽어보시고 이제 물어보지 말아주세요. 

딱 부러지게 말씀드릴 수 없는 저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죄송하고 송구하고 마음이 아파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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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 첩혈쌍녀
소피아 베넷 지음, 김원희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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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첩혈쌍녀 시리즈 제1권.

2

喋(재잘거릴 첩)+血(피 혈)+双(짝 쌍)+女(여자 여). 즉 서로 말을 나누며 핏빛 사건을 해결하는 두 여자, 라는 뜻으로 홍콩 느와르 영화의 제목을 차용했다.

3

주인공은 무려 영국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에요.

4

여왕이 90세 생일을 맞아 자신의 영지 중 가장 사랑하는 윈저 성에서 연회를 개최하는데, 뭇 여인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던 피아니스트가 의문의 죽임을 당함.

5

한데 경호국의 수장은 살인자가 러시아 출신 국제스파이와 결탁한 왕실 직원 가운데 한 명일 거라고 판단.

6

수사가 뜻밖의 방향으로 전개되자 직원들의 사기가 걱정된 여왕은 비서 로지와 함께 ‘여왕의 방식’으로 사건을 추적하는데.

7

여왕의 방식이란, 적재적소에 등장하여 사건 해결의 결정적 단초를 제공하는 힌트를 던지지만 아무도 그것이 여왕의 머리에서 나온 추리였음을 알지 못한다는 것. 심지어 경호국의 수장은 온전히 본인의 힘으로 알아냈다고 착각했을 정도다.

8

모든 의문이 풀리고 사건이 해결된 뒤에도 여왕은 그저 보고에 귀를 기울일 뿐, 어떤 공도 자기 몫으로 취하지 않음. 이 대목, 뭔가 해결은커녕 연일 폭망의 연속이지만 전임 대통령의 치적까지 자신이 했다고 생색내는 각하가 꼭 읽어주었으면.

9

뛰어난 관찰력과 독창적인 혜안을 가졌지만 앞에 나서지 않는 여왕과 귀엽고 영리하며 격투에도 능한 수행비서의 변격 워맨스 왕실 미스터리!

10

대관절 그 멀리까지 가서 조문도 안 하고 뭘 했는지 모르겠지만 그 조문, 제가 이 책 <윈저 노트, 여왕의 비밀 수사 일지>를 들고 저자 만나러 갔을 때 하고 오겠습니다.


​평생 강아지를 사랑했던 여왕님의 명복을 빌며,

삼송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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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의 것들 이판사판
고이케 마리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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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는 (1) 역사와 전통의 ‘미스터리 베스트 10’에 대항해 만들어진 문학상으로 (2) 기성보다 신인들의 작품을 우선 눈여겨보며 (3) 추리뿐만 아니라 에스에프나 호러 장르의 소설도 두루 선발했는데 (4) 파격적이게도 여성작가와 남성작가의 작품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미스터리계에서 여성작가는 말랑말랑한 작품만 쓰면 된다’는 분위기가 있었고 작가들도 그런 주박에 씌워져 있었습니다. 그때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가 등장한 거예요. 이 상은 바깥쪽에서부터 ‘젠더의 벽 따위 이제 낡은 이야기지’ 하고 무너뜨려버렸다고 할까. 여성작가를 젠더에서 해방시켰다는 점에서 대단한 역할을 한 문학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덕분에 남성작가-순문학이 주류였던 일본 문학계의 판도가 점차 바뀌기 시작했는데 그 무렵, 여류작가라는 단어를 사어로 만들며 일약 중심 조류를 형성해 나갔던 여성작가들 (이를테면 기리노 나쓰오, 미야베 미유키, 오가와 요코) 중에 한 명이 고이케 마리코입니다.


대학에 다니며 작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구체적으로 했던 고이케 마리코의 첫 직장은 출판사였습니다. 소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일하는 편이 좋겠다 싶어 입사했지만 만든 책은 『눈이 좋아지는 방법』 같은 실용서뿐. 결국 1년 반 만에 그만두고 프리랜서 편집자로 본인이 만든 기획서를 들고 출판사를 전전합니다.


“그중 하나가 출판사에 근무하던 시절 여성작가들에게 의뢰하여 앤솔로지 형식으로 만들고 싶었던 에세이였어요. 그런데 의뢰를 부탁하기도 전에 출판사를 그만두게 되었지요. 이후 그 기획서를 출판사에 들고 갔더니 사장이 저보고 직접 써보라더군요. 작가로서 좋은 스타트가 될 수도 있겠다면서.”


그 말을 듣고 생각을 바꾼 고이케 마리코는 불과 2개월 만에 원고를 완성하여 『지적인 악녀의 권유』라는 제목의 에세이를 출간합니다. 내용은, 여자는 이래야 한다는 사회적 통념 따위 무시하고 원하는 대로 살아라, 결혼 따위 필요 없다, 남자에게 휘둘리지 말자 등등. 1978년에 이런 내용의 책이 나왔다니 분위기가 어땠을지 조금쯤 짐작이 되시나요.


당시 언론은 무명 저자의 ‘당돌한’ 데뷔작을 크게 보도했는데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책은 경이적인 판매고를 기록했지만 왜 아니겠냐는 듯 ‘유명해지고 싶어서 안달 난 젊은 작가의 악녀 코스프레’ 같은 식의 비난이 따라붙었지요.


“온갖 TV 프로그램에서 출연 요청이 쇄도하더군요. 인터뷰며 강연 요청도 줄을 이었습니다. 한마디로 탤런트가 되어 버린 것이지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TV 출연도 강연도 인터뷰도 전부 그만두었습니다. 그래도 악녀 고이케 마리코라는 허상은 몇 년 동안 끊임없이 저를 괴롭혔어요.”


원래 자신이 가고 싶었던 길로 돌아가는 데는 7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그 사이에 여러 나라의 번역소설을 다양하게 읽었고 특히 프랑스의 추리소설 작가인 카트린 아를레와 영국 미스터리 소설계의 거장인 루스 렌들의 작품에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등장인물들 마음의 미세한 움직임을 포착하여 점차 불안하고 긴장된 상태가 고조되도록 만드는 데 능한 서스펜스 연출의 대가들이 쓴 소설을 읽으며 ‘이런 장르의 소설이라면 나도 쓸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다 합니다.


아마도 『지적인 악녀의 권유』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반향’을 일으켰으니 순문학 쪽으로는 인정받기가 어려울 거라고 판단하여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은 장르문학을 선택한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하여 소설가로 데뷔한 건 1985년. 이후 여러 편의 미스터리와 호러소설을 발표하고 1989년에는 한국에도 번역된 바 있는 『아내의 여자친구』로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지만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에 대한 독자들의 평가는 그다지 좋지 않았던 모양이에요. 아니, 평가가 나빴다기보다 작가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고 표현하는 게 더 정확하겠죠.


“미스터리 팬들에게는 ‘깜짝 놀랄 만한 반전도 없고 너무 순문학적인 거 아니야’라는 얘기를 듣고, 순문학 독자들에게는 ‘그저그런 추리소설이잖아’라는 평가를 받다 보니 어느 쪽으로도 독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고 할까요. 고민이 깊었습니다. 그래서 또 전부 그만두고(웃음) 내가 쓰고 싶은 걸 쓰자고 생각했지요.”


그때 쓴 소설의 제목이 『사랑』, 연애 소설의 신경지를 열었다고 평가받은 이 작품으로 고이케 마리코는 일본 최고의 대중문학상인 나오키 상(1995년)을 수상합니다.


“내 스스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음을 비운 채로 썼습니다. 그 전까지는 소설을 쓰는 동안 괴로웠어요. 손으로 모래를 퍼올리면 손가락 사이로 모래가 흘러내리잖아요. 나는 흘러내리는 모래에 대해 쓰고 싶은데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은 손바닥 위에 남은 모래뿐이었다고 할까, 비유하자면 그런 느낌이었거든요. 하지만 『사랑』을 썼을 때는, 이것으로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을 만큼 만족스러웠습니다. 뜻하지 않게 나오키 상까지 받았으니 이제부터 내가 좋아하는 작풍으로 뭐든 마음껏 쓸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실제로 고이케 마리코는 『사랑』을 발표한 이후로 픽션과 논픽션, 순문학과 장르문학, 미스터리와 로맨스를 가리지 않고 다채로운 작품을 썼고 대부분이 영상화되었으며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시마세 연애문학상을 비롯하여 수많은 상도 받았지요.


그중에서도 독보적인 경지에 이르렀다고 평가받는 분야는 호러, 그녀에게는 언젠가부터 ‘호러소설의 명수’라는 레테르가 붙기 시작했는데 문예평론가인 이케가미 후유키의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무섭지만 따스한 한편으로 그리움을 불러일으킨다. 되풀이하지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에 대해 쓸 때는 고이케 마리코를 당할 자가 없다고 생각한다.”


부지불식간에 공포를 예감케 하는 정교한 풍경 묘사, 풍부한 수사를 동반한 시적인 문체의 사용, 유미주의적 작풍, 단편에서 잘 드러나는 기교 너머의 섬세함은 여타의 호러소설들과 구분되는 고이케 마리코만의 특징이니까 이 부분을 눈여겨보며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존재에 대해 쓴 고이케 마리코의 소설은 『이형의 것들』 외에도 여럿 있지요. 부디 『이형의 것들』이 잘 팔려서 그의 소설들이 좀 더 활발히 한국에 소개되길. 아니, 북스피어에서 낼 테니까 모쪼록 잘 부탁드려요.



마포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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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상자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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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관절 왜 제목이 인내상자(堪忍箱)인가.

뚜껑을 열지 말고 참아야(인내해야) 한다,

결코 열어서는 안 되는 상자에 얽힌 이야기니까.


2

그에 발맞추어 등장인물은 하나같이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을

마음속에 단단히 봉인해 두고 살아가는데.


3

그 비밀을 둘러싼 인간들의 사연은

처음 읽을 때는 애틋하지만, 다시 읽으면

마치 오꼬노미야키 위에 부처님 형상의

자국이 생긴 걸 목격한 것처럼 놀라게 됨.


4

왜냐면 지금까지의 미야베 미유키 소설 가운데

미회수 떡밥과 복선이 가장 많은 작품이거든요.

이걸 꿰어 맞추면 놀라움이 무서움으로 바뀝니다.


5

슬프고 애틋한데, 한편으로는 무서움...

일본에서는 이를 ‘인정호러’라고 하더군요.

다들 참 말도 잘 만들어 냄.


6

그건 그렇고,

이 정도 설명을 들으니 약간 설레시지요.


7

인간의 노화는 몸보다 감정이 먼저 시작된다고 합니다. 감정이 노화되면 매사에 짜증이 나고 뭘 해도 즐거운 기분이 줄어드는데다 만사가 귀찮아지게 마련이지요. 일종의 번아웃 같은 것. 하지만 감정의 노화는 ‘설렘(설레임 아님)’으로 막을 수 있습니다.


8

오랫동안 미야베 미유키 작가의 신작을 기다려 온 형제자매님. 제가 여러분의 노화를 살짝 늦춰드렸다는 걸 좀 기억해 주셔야 해요.


9

“누구에게나 숨기는 일이 한두 가지는 있는 법이고, 두 가지가 있으면 세 가지가 있어도 이상하지 않아. 세 가지가 있으면 더 많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지. 자, 오린 너는 이제 그만 자렴. 내가 여기에 있으면 아무리 무더워도 시원하게 잘 수 있을 테니 부채는 필요 없을 거야.” 이 대사를 살짝 인용해서 이렇게 얘기하고 싶네요. 미야베 미유키의 소설이 있으면 아무리 무더워도 시원하게 잘 수 있으니 부채는 필요 없지, 라고.


10

아참,

책의 말미에 있는 엽편 소설 분량의 편집자 후기는 반드시 본문의 읽기를 마친 후에 거들떠봐 주시길.


이상, 

그야말로 셀렘을 가득 담아 편집에 임했던

김 사장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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