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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ㅣ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2년 11월
평점 :
이번 작품은
지난주 화요일(11월 1일)에 인쇄를 마쳤지만
참사로 희생된 분들을 생각하니
아무래도 마음이 좋지 않아서
출간을 일주일 미뤘습니다.
늦어서 송구해요.
이번 작품의 관전포인트는 세 가지입니다.
1. 출판
실용적이고도 예쁘게 만드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화가를 섭외하여 그림을 만들어 붙이고,
판매를 위해 책장수가 선정한 책을 담아서 팔자,
는 아이디어를 내는 등 문고를 만들고 파는 일이
굉장히 심도 있게 묘사됩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느 출판사의 내부를 엿보는 듯하여
편집자인 저는 만드는 내내 즐거웠어요.
작가는 세책상과 문고상에 대한 공부뿐만 아니라
여러 출판사들에 대한 취재도 꼼꼼하게 했는데
그 점을 눈여겨봐 주시면 기쁘겠습니다.
2. 미신
이사는 손 없는 날 해야 하고.
처음 입주한 집에는 팥을 뿌리고.
소중한 아기에게 하찮은 이름(태명)을 지어주고.
갓 남자아이에게 여자아이 옷을 입히는 등등
모두 액운을 피하기 위해 하는 일들이지요.
우리는 왜 이상한 것을 믿을까요.
“인간이 이상한 것을 믿는 까닭은 불확실로 가득한 세상에서
어떻게든 패턴을 추적해 인과관계를 찾아내도록 진화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기우제를 지냈는데 때마침 비가 내리는 걸 보고,
‘가뭄에 대한 해결책=기우제’라는 잘못된 패턴을 찾아내
이를 믿는다는 거죠.
이번 작품에서 미야베 미유키는,
미신을 믿고 이를 신봉하는 사람들을 이용하여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자들의 음모를 파헤칩니다.
3. 사법제도
일본 에도 시대 때는 증거나 증인보다
조사과정에서 얻은 자백이 더 중시되었다고 합니다.
제대로 된 자백이 아니라 해도
‘제가 저질렀습니다’라는 한 마디로
사건을 해결하는 일이 빈번했지요.
‘자백을 받아내면 그걸로 해결’이라는 사회적 체제.
분명히 그런 시대가 (한국에도 그리고 일본에도) 있었지만
소설에서나마 작가로서 이 문제를 해결해 보고 싶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작품에서는 에도 시대의 자백 편중주의,
자백으로 누명이 잔뜩 생겨났던 사법제도의 결함을 고찰합니다.
출판은 그렇다 쳐도,
미신과 사법제도의 결함을 고찰하는 대목을 읽고 있노라면
일본보다는 차라리 요즘 시국의 한국 독자들이 읽는 게
더 마침맞을 것 같다는 기분도 드는데 어떨지.
아울러 “다른 시리즈는 어떻게 되는 거냐”
“오하쓰는? 유키노스케는?” 하고 저에게 질문 주시는 분들이 많은데,
미야베 미유키 작가님의 향후 계획에 대한 내용을
편집자 후기에 적어두었습니다.
읽어보시고 이제 물어보지 말아주세요.
딱 부러지게 말씀드릴 수 없는 저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죄송하고 송구하고 마음이 아파서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