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이해하는 것일까요, 감각적으로 느끼는 것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미술 작품을 바라보던 저의 감상법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았답니다. 요즘 MZ 세대들은 경제관념도 높고, 미술 작품에 관심도 상당히 뜨겁죠. 유명 연예인들의 영향력과 SNS라는 사회적 관계망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미술을 향유할 수 있는 심적 여유가 있다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되지만 단순한 과시용의 경험이 아닌 작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반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다면 슬기로운 감상 생활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책 안에는 이미 익히 들어 유명한 화가들의 작품보다는 성수, 한남, 청담, 압구정 갤러리에서 핫한 한국 작가들의 최신 작품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MZ세대가 공감할 만한 감수성, 인간관계와 가족 이야기, 사랑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고민을 다룬 작품을 통해 공감하고 소통하는 감상문과 해설이 담겨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읽어 왔던 미술 작품의 묵직함보다는 온전히 자신만의 취향과 안목을 발견할 수 있는 감상법이 드러나 있어서 아주 편안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구성도 독특합니다. https://bgaworks.com/ 각 전시장의 시작마다 작품 선별 기준과 주제를 보여주고, 시인, 문화평론가, 방송작가, 화가, 큐레이터 등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 중인 24명의 필진들의 해설을 수록하고 있으며 QR코드를 통해 연결된 앱을 통해 작품과 감상문을 스마트폰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프롤로그를 수록하여 전시의도와 작품들의 메시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고, 한 명의 필진이 도슨트가 되어 5~6점의 작품을 해설하는 짜임새로 되어있습니다.
고갱의 자화상 감상평을 볼까요. 고갱의 자화상의 폐쇄성은 요즘 많이 볼 수 있는 셀피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논리를 가져. 셀피는 자화상처럼 인물이 자기 자신을 보여내는 이미지이긴 하지만, 카메라 렌즈가 곧바로 대상(자신)을 향하게 하고 있어서 일반적으로 카메라가 사물을 포착하는 방식과 똑같은 논리로 찍는 사진이야. 셀피에서 '나'는 렌즈라는 바깥을 향해 시선을 던지는 것이지, 그 시선을 다시 자기 내부로 돌리지 않거든. 셀피는 자기 자신을 스스로부터도 타자화하는 경향이 있어. 그렇지만 고갱의 자화상은 오로지 자신이 감당하는 자기를 담는 그림이야. 가지런히 닫아문 입술과 가슴팍을 전면에서 조금도 후퇴하지 않은 그 자세뿐 아니라, 그림의 구조 자체가 완고한 상태라고 할 수 있지. 한 사람이 완성하는 하나의 세계. (P151)
무겁고 예의를 갖춰야 하는 형식을 벗어나 캐주얼한 작품 감상을 할 수 있는 감각의 통로를 제시하고자 진솔한 감상법을 제안하는 이 책은 미술사적 배경이나 예술 이론을 설명하지 않고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춰 자유롭게 작품을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미술가들이 집중한 아름다움을 온전히 우리 스스로가 느낄 수 있으려면 일상에서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려는 의식적인 노력에서부터 출발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책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나만의 작품 감상법으로 볼 수 있는 새로운 시선을 선물받은 시간이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