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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 트렌드 익힘책 - 먹는 취향으로 읽는 요즘 문화
오뚜기.박현영 지음 / 오리지널스 / 2025년 10월
평점 :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상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 리뷰입니다

요즘은 트렌드를 읽는 속도가 곧 생존력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트렌드’라는 단어는 종종 너무 빠르게 변해서, 따라가기도 전에 이미 낡은 느낌이 들곤 한다. <3분 트렌드 익힘책>은 그런 불안한 마음에 작은 숨통을 틔워주는 책이다. 이 책은 거창한 이론서가 아니다. 말 그대로 ‘3분’이면 읽고 이해할 수 있는 짧은 트렌드 단위들을 모아놓은 익힘책이다. 하루 한 꼭지씩 읽다 보면, 세상의 흐름을 어렵지 않게 몸으로 익히게 된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난 후, 우리가 매일 먹는 한 끼의 식사가 그저 배를 채우는 행위가 아니라, 시대의 기억과 가치를 고스란히 담아내는 살아있는 거울임을 깨닫는다. 책에서 분석한 대로, 1970년대 분말 카레가 추구했던 ‘효율’이나 1990년대 패밀리레스토랑이 상징했던 ‘특별함’, 그리고 2020년대 배달 앱이 대변하는 ‘자유’와 같은 시대정신이 우리의 식탁 위에 그대로 투영되어 왔다는 사실이 가장 흥미롭고 알찬 통찰을 제공한다. 분말 카레, 3분 요리, 즉석밥 등 너무나 익숙해서 무심코 지나쳤던 제품들이 사실은 그 시대 한국 사회의 욕망과 생활상에 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화답했는지를 보여주는 명확한 증거임을 알게된다.
이 책을 통해 나는 ‘먹는다는 것이 곧 콘텐츠이자 마케팅의 언어’라는 핵심을 새긴다. 특히 오늘날 브랜드들이 ‘오뚜기 없는 오뚜기 팝업스토어’를 열거나 ‘빙그레우스’와 같은 캐릭터 세계관을 구축하는 행위는 제품을 파는 것을 넘어, 소비자의 ‘취향’과 ‘경험’, 그리고 ‘소통’을 브랜드에 녹여내는 마케팅의 최전선임을 깨닫는다. 혼밥 트렌드가 HMR 시장을 만들었듯, 소비자의 한 끼를 제대로 읽어내는 것이 미래 시장을 정의하는 힘이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에 공감한다.
부록에서는 『3분 트렌드 익힘책』이 전하고자 하는 핵심 감각을 다섯 가지 키워드로 정리하고 있다. ‘브랜드 스토리텔링’, ‘동시대성과 보편성’, ‘AI(인공지능)’, ‘가치 소비’, ‘웰니스’이다. 먼저 브랜드 스토리텔링은 단순히 제품을 홍보하는 기술이 아니라, 진정성 있는 이야기를 통해 소비자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는 힘을 뜻한다.사람들은 이제 물건보다 이야기에 끌리고, 진심이 느껴지는 브랜드를 선택한다.
동시대성과 보편성은 트렌드의 두 축이다. 지금 이 시대의 공기를 읽되,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함께 담아야 한다. 그 균형이 있을 때 비로소 트렌드는 오래 남는다. AI(인공지능) 키워드는 기술이 세상을 빠르게 바꾸고 있지만, 그 중심에는 여전히 인간의 감성과 윤리가 자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기술이 아닌 인간의 통찰이 트렌드를 이끈다’는 깨달음을 준다. 이어지는 가치 소비는 소비 행위에 윤리와 정체성이 스며든 시대의 흐름을 보여준다.
소비자는 이제 단순히 물건을 사지 않는다. 그 선택이 자신의 신념과 맞닿아 있는지를 먼저 묻는다. 마지막 웰니스는 몸과 마음, 일과 쉼의 균형을 추구하는 새로운 행복의 정의다. 외적 성공보다 내면의 평온, 자기 돌봄과 지속 가능한 삶이 중요한 시대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결국 이 다섯 가지 키워드는 ‘트렌드를 안다’는 것이 곧 ‘지금의 나와 세상을 이해한다’는 뜻임을 말해준다.
앞으로는 내 일상 속에서도 이 책의 가르침을 적용해보고자 한다. 매일 습관처럼 먹는 한 끼의 식사를 맛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이 한 끼가 지금 나의 삶과 시대의 어떤 가치를 반영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습관을 만든다. 퇴근 후 혼자 시켜 먹는 배달 음식이 나에게 주는 ‘자유’의 가치, 혹은 건강을 생각해 고르는 간편식이 주는 ‘웰니스’의 가치 등, 내 소비 행위에 담긴 ‘생활의 디테일과 소비자들의 요구’를 의식적으로 발견하는 훈련을 계속한다. 이 책은 나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가장 ‘맛있고’ 깊이 있는 단서를 건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