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독’이라는 단어는 부정적인 어감을, ‘몰입’은 긍정적인 어감을 지닌다. 두 단어 모두 어떤 행위에 모든 노력과 에너지를 써버린다는 과정을 거치지만, 중독은 나쁜 결과를, 몰입은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두 단어를 사람들이 흔히 같은 선상의 비슷한 현상이나 한 끗 차이로 달라지는 행위라고 생각하나, 완전히 구분되어야 하는 다른 차원의 단어라고 이야기한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그는 이 두 단어의 구분에 초점을 맞춰 일상 속 예시와 과학적 근거들과 함께 급변하는 시대에서의 몰입이란 무엇을 나타내는지 설명한다.
중독과 몰입은 공통적으로 어떤 한 가지 행위를 지속적으로 하고 싶은 욕구를 의미한다. 그러나 중독에는 특정 물질을 사용하고 싶은 강한 욕구와 함께 사용자가 그 물질에 대한 통제를 어려워한다는 특징이 있다. 특정 물질을 사용함으로써 유해한 결과가 따라옴을 자각하여도 끊어내지 못하고 충동에 휩싸여 지속적으로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몰입은 주위의 잡념과 방해물을 차단하고 원하는 곳에 자신의 모든 정신을 집중한다.
현대사회를 ‘몰입을 잃어버린 시대’라 표현할 만큼, 주변의 여러 자극에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각종 대중매체에서도 일 중독, 사랑 중독, 인터넷 중독, 스마트폰 중독 등 ‘중독’이라는 단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며 그 의미를 희석한다. 저자는 일반적으로 중독의 세 가지 조건을 갈망, 내성, 금단증상으로 꼽는다. 이때 갈망이란 충동적 갈망으로, 그 충동을 해결하지 않으면 감정적 동요와 정서적 불안이 발생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내성은 이전과 같은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특정 물질의 양을 늘려야 한다는 것으로, 이 때문에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은 높은 현저성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중독과 몰입에서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단어인 ‘도파민’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로, 분비되었을 때 이를 조절해 주는 전두엽이 에너지를 받으면서 기능이 더욱 강화된다. 즉, 일의 수행능력과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도파민이 반드시 분비되어야 한다. 그러나 도파민이 과도하게 분비되면 중독, 조현병 등이 일어날 수 있다. 책을 읽으면서 신기했던 부분은 도파민의 적절한 분비와 과도한 분비에 따른 뇌의 반응이 다르다는 점이었다.
일례로, 게임 과몰입자와 프로게이머가 동일하게 14시간가량의 컴퓨터 게임을 할 때 게임 활동 자체가 중독물질이기에 같은 반응을 나타낼 줄 알았지만, 게임 과몰입자의 뇌는 선조체 부위가 두꺼워지고, 프로게이머의 뇌는 전두엽 부위가 두꺼워지며 활성화되었다. 선조체 부위가 두꺼워진 게임중독자의 뇌는 도파민 분비가 늘어나지만 이를 조절할 전두엽의 기능은 비활성화되어 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기 힘든 뇌가 되었다고 한다. 즉 중독물질을 얼마나 하는가 보다는 이를 어떻게 하는가가 뇌의 활동 구조의 차이를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우리는 과연 일상에서 수많은 자극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가를 생각하게 되는 부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