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읽기위해 오랜만에 설국을 읽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었다. 작가를 공부하니 그의 소설이 더 다가온다. 잘 썼다. 바둑으로 먹고사는 내게 이 책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절반만 보여주고 있는 듯 하다. 그의 명저 관전보인 명인에 대해 한마디도 없으니 말이다. 반쪽짜리를 읽은 듯 한 느낌적인 느낌.
사랑 참 어렵다.30여년 전 군에 있을 때 난 고참 일곱명의 연애편지를 관리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다닐 때 한문선생님의 지도를 잘 받아서일까. ㅋ 두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여자친구들의 글 수준이 너무 낮다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난 여자들은 이슬만 먹고 살며 입만 열면 싯구가 줄줄 나오는 줄 알았으니까. 다른 하나는 글을 쓰면서 너무 심취해 내가 사랑에 빠져버렸다는 것이다.훗날 내 첫번째 연애편지는 이별통보였다. 답답한 사랑의 종료알림을 편지로 보낸 것이다. 참 사랑 어렵더라.
빨치산 소설읽기 전문가로 자처하는 내가, 처음 이책을 접했을 때 쫌 거시기했다. 그래서 괜히 읽나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다.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은 낯선곳에 대한 동경으로 여행을 다닐 것이다. 소설을 왜 읽는 지 알아냈다. 내가 살아보지 못 한 삶에 대한 엿보기, 아님 동경.이 책을 읽으며 원미동사람들이 떠올랐고, 박완서단편집의 많은 이들이 스쳐갔다. 이래서 소설을 읽는구나 싶다.20살에 태백산맥을 읽으며 빨치산을 동경한 이유는 그들은 목숨을 걸고 지킬 게 있다는 부분에서였다. 50이 훌쩍 넘은 나이에도 어영부영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대체 나는 뭐하는 놈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