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와인드 :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 언와인드 디스톨로지 1
닐 셔스터먼 지음, 강동혁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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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이어지는 나날

한편에서는 사람들이 생명권을 지키겠다며 임신 중절 시술을 하는 의사들을 살해했고

다른 편에서는 사람들이 태아 조직을 팔겠다는 이유만으로 임신하고 있었다.


임신 중지를 둘러싼 내전 끝, 그들은 기묘한 평화를 택한다.

태아는 지켜진다. 대신,

13세부터 18세 사이의 청소년은 ‘소급적으로 중절’될 수 있다.


그들을 분해하고, 장기를 나눠 이식한다. 법적 용어로는 ‘언와인드’.

그리고 그 장기들은 다른 사람 안에서 살아간다.

“너의 몸은 100% 살아있어. 단지, 낱낱이 분리된 채로.”


이 믿을 수 없는 세계에서 도망치는 세 아이.

부모가 포기한 아이. 하지만 누구보다 삶에 집착하는 소년 코너,

국가가 버린 아이. 하지만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용기 있는 소녀 고아 리사,

독실한 기독교 가정의 열 번째 자녀로, 태어날 때부터 '십일조'로 정해진 아이 레브.

세 사람은 ‘하비스트 캠프’(언와인드 되는 곳)라는 지옥을 피해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살아남아야 한다.


💥 첫 장부터 심장이 철렁한다.

『언와인드』는 단순한 청소년 SF가 아니다.

읽는 내내 “과연 인간이란 무엇인가”, “누가 생명의 가치를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이 가슴을 파고든다.


SF는 언제나 사회의 거울이었다. 닐 셔스터먼의 『언와인드: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는 디스토피아 장르의 문법을 충실히 따르면서도, 그 이상을 해낸다. 이 소설은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고전적 질문을 독창적인 세계관과 감정적 긴장 속에서 끊임없이 되묻는다.


내전 갈등의 타협의 산물로 만들어진 ‘생명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생명을 지키는 척하며 청소년을 분해, 즉 ‘언와인드’할 권리를 부모에게 부여한다. ‘신체는 살아 있으나, 개별 인격은 해체된다’는 논리는 놀랍도록 기괴하고, 동시에 끔찍할 만큼 설득력 있게 제시된다. 과학적 진보가 윤리의 속도를 초월할 때, 인간의 존엄은 어떤 방식으로 소비되고 타협되는가. 이 작품은 그러한 질문을 탁월한 상상력과 이야기의 힘으로 밀어붙인다.

“난 당신 아들이 아니야.

당신이 언와인드 서류에 서명한 순간부터 그랬어.”

세 아이의 도주는 단순한 탈출극이 아니다.

그들은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되찾기 위한 혁명을 시작한다.

그 과정에서 독자는 이 세계가 현실과 얼마나 닮았는지를 목격하게 된다.


부모가 자녀를 ‘언와인드’하는 세계.

우리는 정말 그런 세상과는 거리가 멀까?

인간이 부품처럼 거래되는 이 사회, 지금 우리 현실과 얼마나 다른가.

부모의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자녀가 개조되고, 통제되는 시대.

닐 셔스터먼은 이러한 현실을 거울처럼 비춘다.


'제발 인간이 되어 주세요.'

너무도 많은 규칙과 통제에 둘러싸여 살다 보면 우리가 바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잊기 쉽다. _p.130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손끝이 떨릴 만큼 몰입했고, 분노했고, 흥분했다.

결국 1권의 마지막 장을 넘긴 직후 바로 2권을 급하게 찾을 수밖에 없었다.

📌 총 4권의 시리즈.

『언와인드: 하비스트 캠프의 도망자』는 그 첫 이야기.

하지만 단언컨대, 이 1권만으로도 당신은 이미 빠져들고 말 것이다.

📚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정의를 묻는 역대급 디스토피아,

과연 그 끝은 무엇일까?

혼자 가기 두려운 그 끝, 나와 함께 가보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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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 오브 더 트랙 - 끝내주는 실행력 하나로 새로운 길을 개척한 유타컵밥의 성장 스토리
송정훈 지음 / 필름(Feelm)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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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면, 비로소 시작된다.”
성공은, 누군가의 특별한 능력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성공은, 생각이 아닌 ‘실행’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아웃 오브 더 트랙』이 그 증거다.

미국 유타주의 낯선 땅에서
영어 한마디 못하고 2.4평짜리 푸드트럭 하나로 시작해
전 세계 누적 3,500만 개 컵밥을 판매한 브랜드로 성장하기까지.

📍 무모한 꿈일 뿐이라며 비웃는 사람들 사이에서
📍 실패가 반복되어도 끝까지 ‘자기만의 트랙’을 걸어간 한 사람
📍 그리고 그 끝에 도달한, 그러나 여전히 달리는 이의 기록

책은 성공의 결과보다 '시작의 맨몸'에 더 주목한다.
성적 하위 1%의 문제아였던 저자가 왕복 비행기표 한 장으로 미국행을 감행하고,
영어 한 마디 못한 채로 낯선 땅에서 장사를 시작해 수많은 실패와 고난을 겪는 동안에도,
그가 유일하게 놓지 않았던 것은

‘일단 해보는 용기’와
‘매일 한 걸음 더 나아가는 실행’이었다.

이 책이 독자에게 강력한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는 그 용기와 실행이 결코 ‘거창한 시작’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는 데 있다.
송정훈 대표는 반복되는 실패를 통해 개선을 배우고, 쓰레기통 속에 버려진 고객의 불만에서 해법을 찾는다. 이 치열한 과정 속에서 그는 무엇보다도 '사람'을 중심에 둔다. 브랜드란 제품이나 마케팅이 아니라, 결국 사람의 마음에 자리 잡는 감정의 총합이라는 그의 철학은 ‘유타컵밥’이라는 브랜드가 단순한 음식 이상의 가치를 갖게 된 배경이 된다.

사실, 처음엔 단순한 성공신화인 줄 알았다.
그런데 책상 앞에 붙여두고 매일 아침 다짐하듯 되새기고 싶을 정도로 필사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문장들이 튀어나왔다.

"생각에서 끝나면 그저 생각일 뿐이다.
아무리 거창한 꿈도
역시 꿈만 꾸면 꿈에서 끝이 난다.
이것이 구체적인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
비로소 목표가 되고 실제가 된다."
마음이 지치고, 계획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던 나날들.

이 책이 나에게 “지금의 고단함은, 그저 과정일 뿐”이라고 등을 토닥여주는 느낌이었다.
🌱 목표가 있지만 막막한 사람,
💡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망설이는 사람,
🚀 ‘시작’ 앞에서 자꾸 생각만 늘어놓는 사람들에게,

『아웃 오브 더 트랙』은 반드시 읽혀야 할 책이다.
지금 나의 길이 어디를 향하는지 모르겠다면, 이 책을 통해 단 하나의 확신은 얻게 될 것이다.
“고민은 멈추고, 일단 시작하라.”

나는 이제 그 끝을 아니 시작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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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늦은 시간
클레어 키건 지음, 허진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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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던 여자는 집을 떠날 때마다 다른 남자와 자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다음 주말에 그 답을 알아내기로 결심했다. p.84

 

2024년 독자들이 올해의 책으로 뽑은 이처럼 사소한 것들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신작 소설집

너무 늦은 시간이 세 편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결혼을 앞둔 남성 카헐과 연인 사빈사이의 감정 균열을 따라가는 이야기 <너무 늦은 시간>

언뜻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데 서툰 남자 같지만 '빌어먹을 씹년들'이라며 무의식중에 여성에 대한 경멸을 드러낸다.

그럼 너는 '이런 개나리 씹장생'이냐!!

결국 결혼을 앞둔 연인과의 사이의 균열은 남성 중심의 사고에서 침묵과 수용만 강요하며 그 바닥을 드러낸다.

 

레지던스에 머무는 여성 작가와 난데없이 찾아온 독문학 교수의 이야기 <길고 고통스러운 죽음>

맛있게 케이크를 쳐묵쳐묵하던 독일교수는

작가라더니 케이크나 만들고 있군요라며 비난하며 뜬금없이 미친놈 날뛰듯 분노한다.

지적 권위라는 가면 아래 감춰진 우월감과 여성에 대한 조롱이 카카오100%의 케이크를 뒤집어쓴 듯 쓰디쓴 불쾌함을 준다.

 

첫 문장부터 파격적이었던 <남극>

여주인공의 욕망과 일탈, 후회의 이야기.

그 감정의 흐름은 평온한 문장에 감춰져 있지만, 놀랍도록 충동적이고 마주한 현실은 혹독한다. 결국 그 마지막은 변태적이고 절망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오히려 스릴 있고 짜릿하다고 해야 할까.

그 충동의 몫은 결국 스스로가 책임져야 함을....

 

세 편의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불편한 존재들이었다. 그렇다고 또 낯설지만은 않다.

아마도 그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마주하게 되는 무례함무감각의 파편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클레어 키건은 말한다. “작가는 세상을 묘사하는 사람이다. 그것이 얼마나 불편하든 간에.”

그래서 이 책은 불편하다. 하지만 우리가 지나쳐 온 사소한 장면속에 얼마나 많은 권력의 기울기가 숨겨져 있었는지를, 제대로 바라보게 만든다.

 

그동안 따스한 인간애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키건의 새로운 문장을 만난 건 또 다른 신선함이었다.

<너무 늦은 시간>으로 얼음처럼 단단하고, 잿빛처럼 차분했던 키건의 문장들.

짧은 단편임에도 날카롭게 심장에 꽂힌듯하다.

 

너무 늦기 전에 키건의 문장에 꽂혀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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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들의 도시
김주혜 지음, 김보람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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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로 톨스토이 문학상을 수상하며 세계 문학계에 강렬한 발자국을 남긴 김주혜 작가가 3년 만에 돌아왔다.

더욱 내밀하고, 더욱 절박한 이야기로 ......

밤새들의 도시는 발레리나 나탈리아의 고통과 비상의 궤적을 따라간다.

 

사실 발레라는 소재가 일반 독자에게는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나 역시 처음엔 그랬다. 정제된 예술의 세계에 어떻게 몰입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그런데 그건 기우였다.

 

"내가 이렇게 된 게 다 누구 때문인데."

"나타샤, 네가 날 안 좋아 한다는 사실은 나도 아는데, 그래도 말은 바로 해야지. 내가 그런 건 아니잖아."

"너만 아니었으면......사고 날 일도 없었으니까.“

 

초반부터 휘몰아치는 궁금증.

나타샤가 겪은 그 사고는 무엇일까.

그녀가 무대를 떠난 이유는 무엇이고, 다시 돌아온 이유는 무엇일까.

그녀를 끝까지 분노하게 만드는 두 사람의 정체와 계속해서 그녀를 쫓는 환영은 또 무엇일까.

 

작가는 그 긴장을 단 한순간도 놓지 않는다.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질문이 맴돌고, 책장을 놓지 못하게 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모스크바, 파리.

세 도시를 가로지르며 펼쳐지는 발레리나 나탈리아의 삶은 단순한 무대 뒤 이야기가 아니다.

예술을 선택한 한 인간이 견뎌야 했던 고통과 상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내 놓지 않았던 비상의 순간을 그린다.

 

어린 시절의 결핍, 가족과의 어긋난 감정선, 경쟁과 질투가 뒤엉킨 발레단의 삶, 그리고 다시 돌아온 도시에서 마주한 과거의 망령들.

김주혜 작가는 이 모든 내면의 층위를 정교하고도 치열하게 써 내려간다.

 

삶이란, 추락하고도 다시 날아오르는 것.”

 

예술이 현실을 이기지 못하는 시대, 김주혜 작가는 말한다.

진정한 예술은 다른 생명에게 연민을 일으킨다.

밤새들의 도시는 바로 그 연민의 문학, 존재를 지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비상의 문학이다.

이 뜨거운 기록은 우리로 하여금 자신의 삶이 한때 얼마나 간절했는지를, 얼마나 찬란했는지를 돌아보게 만든다.

 

예술이란 무엇이며, 예술가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밤새들의 도시는 이 근원적인 물음 앞에 독자를 세운다.

특히 이 소설이 던지는 윤리적 긴장과 정서적 진폭은 우리 안의 사회적 감수성과 도덕적 직관을 예민하게 건드린다.

그리고 나에 묻게 된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날아오르려는 용기를, 과연 나는 끝까지 품을 수 있을까.

 

나타샤의 삶을 지켜보며, 꼭 그렇게까지 자신을 끝까지 몰아붙여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한때 누구보다 뜨겁고 열정적이었던 나의 시절이 떠올랐고,

문득 깨달았다. 그녀의 절박함이 내 과거의 열망과 다르지 않다는걸. 그래서 결국, 나는 그녀를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역시 영원한 사랑은 없고

사랑은 믿을 수 없으며

사람은 늘 실망시킨다는 것을

 

책 속 시커먼 까마귀처럼 나 또 흑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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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 - 아이의 말 속에서 피어난 성장의 순간들
임정호 지음 / 미다스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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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말 한마디가
삶의 진리를 통째로 흔들어놓을 줄이야.
"나 지금 다섯 살 되고 있어?"
이 짧은 문장이 건네는 뭉클함,
스스로 커지고 있다고 믿는 그 순수한 자존감 앞에서 나도 덩달아 마음이 커진다.

『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
이 책은 다섯 살 아이가 세상을 알아가며 던지는 질문과 문장들을 중심으로 부모와 아이가 함께 성장하는 경이롭고도 현실적인 여정을 담아낸다.

"나는 귀여우니까 봐줘"
"나쁜 사람 없어"
"지금도 하고 싶은 거 다 하면서 살고 있어"
"아빠, 하늘 나라에 가지 마“

이 책은 단순히 아이의 말 한마디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한 사람의 언어가 자라난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이 곧 한 가족의 세계를 어떻게 확장시켜나가는지를 섬세하게 조명한다.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라는 말에 너무 익숙해졌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변화의 연속은 '인간은 얼마나 유연하고 단단해질 수 있는가'를 몸소 보여준다.

특히 인상적인 부분은, “세상에 차고 넘치는 것이 나쁜 사람인데 나쁜 사람은 없다는” 아이의 말에 담긴 이중적 감정이다. 안심과 불안이 공존하는 부모의 내면은, 결국 ‘말’이라는 매개를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고 재정의된다. 이 책은 부모가 아이의 말 앞에서 얼마나 자주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며, 때로는 삶의 해답을 발견하게 되는지를 조용하지만 강하게 설득한다.

책을 읽다 보면, 아이의 말은 때로 시처럼 아름답고, 때로는 날것처럼 날카롭다. 그러나 바로 그런 말들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본질을 잊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다정한 언어다. 책 속에 반복해서 등장하는 대화 장면들은 사랑이 언어를 통해 어떻게 전해지고, 또 언어가 사랑을 어떻게 확장하는지를 보여주며, 서로를 변화시키는 서사를 만들어낸다.

이제는 훌쩍 커버린 아이들, 하지만 여전히 나에겐 어린 시절의 아이의 모습 그대로다.
생각해 보면 아이와 나눈 대화는 결국 내 삶의 방향을 비추는 등불이었다는 걸 이 책이 다시금 알려준 거 같다.

아침 등굣길, 졸린 눈 비비며 무거운 가방을 메고 나서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며 문득 마음이 저릿해진다.
“이 길 끝엔 뭐가 있을까.
아이에게 더 좋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은데…”
하루하루가 기적이고,
모든 순간이 선물 같았다는 걸,
바쁘게 살다 보면 잊고 있었던 그 마음.

《오늘도 너는 선물이구나》 가 진심 어린 위로로
조용히, 다정하게 다시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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