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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희 - 난설헌의 사라진 편지,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상 수상작
류서재 지음 / 파소출판 / 2020년 12월
평점 :
허난설헌.
조선의 여성 시인. 화가, 문장가, 정부인.
본명은 허초희이며, 허옥혜로도 전해진다.
호는 난설헌, 자는 경번, 본관은 양천.
허엽의 딸, 허성의 이복 여동생이자, 허봉의 동복 여동생, 허균의 동복 누나. - 네이버 나무위키
허난설헌, 허초희의 삶이 소설로 피어납니다.
제42회 여성동아 장편소설 수사작인 소설 '초희'는 난설헌이 남긴 시로 바탕으로 그녀의 파란만장한 삶이 류서재작가님의 상상으로 피어납니다.
이 작품에는 많은 역사적 소재를 차용하고 있습니다. 인간 사회 탐구라는 문학 과제를 위해 역사 사실 묘사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오직 '작가의 상상력, 허구'에 바탕을 두었지요.
그러나 이 상상이 무척 촘촘합니다. 일어난 역사적 사실을 건드리지 않은 채 그 사이 사이를 메꾸는 많은 서사는 무척 그럼직합니다.
게다가 이야기 전개의 큰 바탕은 허난설헌의 '시'를 주축으로 어어집니다.
'유선사'
처음에는 무척 낯설었던 그 용어는 '신선세계를 거니는 노래'라는 뜻이군요.
유불선 통합, 그 중 모든 종교철학의 뿌리라며 선도를 소개합니다. 몸과 마음의 수련, 특히 인간의 마음을 중시합니다.
"더버빌가의 '테스'가 순결의 문제를 던졌다면,
안동김가의 '초희'는 자유의지의 문제를 던졌다."
-작가의 말
율곡 이이와 대립각을 세웠던 동인의 영수였던 허엽의 딸 초희.
8세에 <백옥루 광한전 상량문>이라는 글로 신동으로 알려집니다.
이 책에는 인간이 만든 '제도'에 억압받는 사람들이 나옵니다.
여성, 서자, 노비, 기생, 몰락한 왕가의 후예 등...
존재하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의 삶을 한탄하며 그들의 비애를 통해 차별, 편견, 제도의 부당함을 보게 합니다.
자유의지를 가진 초희가 자신을 자각하고, 담장 밖 세상을 인지한 후 자유롭게 피어나다가, 다시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갇혀 죽어가기까지 그녀의 시는 삶을 노래합니다.
신선세계의 난조로 비견되던 초희의 삶을 보며 안타까움이 큰 것은 이러한 제한과 편견이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씌운 굴레가 아니라 사회가 제도 속에 가둬버려 꽃피지 못한 재능은 그렇다고 썩어 문드러지지 않습니다.
인간 사회 탐구가 문학의 과제라고 합니다.
역사를 비집고 탄생한 소설 '초희'에 나오는 다양한 인물에 대해 생각하며... 지금의 현실을 비견해 봅니다.
나를 둘러싼 '굴레'가 어디서 비롯된 것인지... 외적인 요인인 것인지, 아니면 내적인 스스로의 억압인 것인지...
시대를 살아간 초희를 보며 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키워봅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괜찮은 소설 '초희'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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