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이 리노블 2
김건규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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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때 드라마와 영화를 보며 가진 의아함이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집은 크다는 것이었다. 서양과 동양을 가릴 것 없이 그랬지만, 서양 콘텐츠에서 그런 경향이 강했다. 풍요롭지 않은 가정이 2층집이라거나, 거실이 넓거나, 아이들 각자의 방이 따로 있거나 하는 식이었다. 그 점이 해외 콘텐츠를 즐길때 거리감을 느끼게 했었다. 문화적, 경제적 등 여러 요인이 국내와 달랐기에 생긴 거리감이었다. 쉽게 말하면 이국적이었다. 그 이국적인 느낌은 해외 콘텐츠를 즐기는 이유 였고, 마음 어딘가에 뿌리내려 선망하는 감정도 만들었다. 이국적인게 이국적으로 다가오지 않을만큼 익숙해질무렵, K스러움에대한 갈증이 생겼다. ‘빨래 건조대가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좁은 방으로 들어왔다‘라는 문장은 그 갈증을 해소하기에 알맞았다.
주인공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인간이다. 인구 소멸 위기에 대응 하기 위한 국가 주도 정책의 결과물이다. 그렇게 생산된 인간들은 계급 가장 아래로 내려가 끊임없는 노동을 한다. 당연하게도 위험해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워서 기피하는 직업들에 주로 배치된다. 팔 다리가 잘리는 상황을 겪어도 이들은 보호받지 못한다. 폐기 될 뿐이다.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는 주인공이 갈망하는 건 평범한 삶이다. 적당한 퇴근 시간, 적당한 저녁 식사, 적당한 여유를 쟁취하기 위해 주인공은 피를 흘린다.
충격적인 상황을 섬세하고 정확하게 단어를 골라내고, 문장을 건조하게 풀어낸다. 문장을 읽다보면 헐벗은것마냥 적나라한 이미지가 머리 속에서 그려진다. 그리고 건조하게 풀어낸 문장은 마음 어딘가를 서늘하게 한다. 극한의 상황을 버텨내기 위해, 오히려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을 바라보는 느낌일까? 위태롭게 버티는 그 모습에 대한 애석함이 서늘함을 만들어 낸다.
SF 콘텐츠는 동떨어진 미래를 보여준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학 기술로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그러다보니 현실 감각이 붕 뜰때가 많다. 하지만 사회상을 세밀하게 반영한다면, 곧 다가올 미래를 보는 것마냥 현실로 끌어내쳐진다. 여기에 한국적인 정서가 가미되면 피부에 닿는 이야기가 된다. 이 점이 한국 SF 소설을 찾아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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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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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 240128
망해버린 생을 살고있는 이들이 나온다. 정말 많이 나온다. 등장인물의 상당수가 망했거나, 망하고 있거나, 망했지만 버티고 있는 중이다. 데이트 폭력, 가난으로 인한 기회 박탈, 영아 유기, 가스라이팅 등 하나 하나 비극적이다. 그래서 망해버리다 못해 생이 처참히 망가진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타인의 선택때문이다. 그 선택이 불러오는 결과는 생을 무겁게 짓누른다. 한 사람의 생을 마구 짓이겨 놓는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선택에 대한 무게감이 무겁게 다가온다.
거친 붓질을 반복하듯 감정을 묘사한다. 한 겹 한 겹 덧칠하고 이내 시커매진다. 희망 한 점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이 숨을 틀어 막는다. 그들의 생은 망가졌고, 망가진채로 서로 얽혀있다. 그 얽힘의 중심엔 냉동 인간이 있다. 원해서 냉동 된 이도 있고, 강제로 당한 이도 있으며, 강제로 당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이도 있다. 기술이 이들에게 안겨준건 더 나은 생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다. 안타깝게도, 기술이 발전했지만 사회와 개인이 겪는 갈등은 여전했다.
갈등으로 인한 감정 묘사가 세세하기에,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 감정 이입하고 빠져들었다. 이들의 갈등은 종반부에 이르러도 해소 될 듯 해소 되지 않는다. 긴장의 끈은 위태롭게 이어지고 갈등이 극에 다다르지만, 해소보단 폭발로 마무리 된다. 거칠게 마무리 된 이야기는 진한 여운으로 가득하다. 흡입력 있었기에, 망해버린 생을 사는 그들이 더 나은 생을 살길 바라며 책장을 계속 넘겨댔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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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 관하여
정보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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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를 하며 감정을 공유하는 일상적인 행동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만든다. 맛있게 먹은 음식, 인상 깊게 본 영화, 몇년이 지나도 기억하고 있는 화사했던 풍경. 감각을 통해 느낀것들을 단어를 모아 문장으로 설명한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설명하고 저마다의 방식으로 이해 한다. 하지만 온전히 설명했는지 온전히 이해했는지는 모를 일이다. 단어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의미가 달라지고, 이해를 하는 과정에서 또 의미가 달라진다. 같은 감각을 느끼더라도 받아들이는 주체가 다르고 그걸 이해하는 주체도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사람을 고립 된 존재라고 표현한다. 감각을 통해 고통을 느끼지만, 언어를 통해 이를 설명한다. 감각을 서로 온전히 주고 받을 수 없기에, 타인의 고통을 이해 하는 것도 내 고통에대한 이해를 바라는 것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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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인의 집행관
김보영 지음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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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에 대해 굵직하게 얘기한다. 기억, 인격, 지식과 같은 것이 아닌, 내가 나라는 걸 알고 있으면 그것이 나라고 한다. 공감하지 못했다. 기억 혹은 인격이 나를 규정짓는다고 여전히 생각 하기에.
영화의 교차편집처럼 이야기의 무대가 자주 옮겨간다. 그래서 도입부를 읽을땐 몰입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 될수록 책장을 넘기는 속도가 빨라졌었다. 다만 추상적인 표현이 많아서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문장이 더러 있었다.
SF소설이 맞나?라는 생각이 드문 드문 들었었다. 다양한 장르를 활용해서 이야기를 이끌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절정에 다다르면서 나의 의문은 사그라들었었다. 다양한 장르가 뒤엉켜 있었지만 그 중심을 SF맛이 관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존재에 대한 소설의 관점은 흥미롭지만 이성적으론 이해하지 못했다. 다만 생각 해 볼 여지는 많기에, 머리가 비어있을때 꺼내어 고민 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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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을 더하면
은모든 지음 / 문학동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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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한국 사회를 흥미롭고 현실감있는 관점으로 바라보았다. 집합가족, 의료 민영화, 슬럼가, 내각제, 기후변화 등등을 다루는데 하나같이 가능성 있는 미래였다.
한 사람의 일상을 따라가며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관찰 하게 된다. 그 사회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다보면 갑자기 사건이 툭 떨어진다. 잔잔한 수면 위에 돌멩이 하나가 떨어진 것처럼. 잔 물결이 퍼지고 그 물결이 그대로 파도가 되었다.
막연하게 느껴지던 현대 사회 문제가 내 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책을 덮은 후에도 나와 소설 속 세상이 단절되지 않고 계속 이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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