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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해버린 이번 생을 애도하며 - SF와 로맨스, 그리고 사회파 미스터리의 종합소설 ㅣ 케이 미스터리 k_mystery
정지혜 지음 / 몽실북스 / 2022년 2월
평점 :
240122 - 240128
망해버린 생을 살고있는 이들이 나온다. 정말 많이 나온다. 등장인물의 상당수가 망했거나, 망하고 있거나, 망했지만 버티고 있는 중이다. 데이트 폭력, 가난으로 인한 기회 박탈, 영아 유기, 가스라이팅 등 하나 하나 비극적이다. 그래서 망해버리다 못해 생이 처참히 망가진다. 본인의 선택에 의한 것도 있지만, 상당수는 타인의 선택때문이다. 그 선택이 불러오는 결과는 생을 무겁게 짓누른다. 한 사람의 생을 마구 짓이겨 놓는다. 그걸 바라보고 있으면 선택에 대한 무게감이 무겁게 다가온다.
거친 붓질을 반복하듯 감정을 묘사한다. 한 겹 한 겹 덧칠하고 이내 시커매진다. 희망 한 점 보이지 않는 깊은 어둠이 숨을 틀어 막는다. 그들의 생은 망가졌고, 망가진채로 서로 얽혀있다. 그 얽힘의 중심엔 냉동 인간이 있다. 원해서 냉동 된 이도 있고, 강제로 당한 이도 있으며, 강제로 당했지만 기억하지 못하는 이도 있다. 기술이 이들에게 안겨준건 더 나은 생이 아닌, 주변 사람들과의 갈등이다. 안타깝게도, 기술이 발전했지만 사회와 개인이 겪는 갈등은 여전했다.
갈등으로 인한 감정 묘사가 세세하기에,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 감정 이입하고 빠져들었다. 이들의 갈등은 종반부에 이르러도 해소 될 듯 해소 되지 않는다. 긴장의 끈은 위태롭게 이어지고 갈등이 극에 다다르지만, 해소보단 폭발로 마무리 된다. 거칠게 마무리 된 이야기는 진한 여운으로 가득하다. 흡입력 있었기에, 망해버린 생을 사는 그들이 더 나은 생을 살길 바라며 책장을 계속 넘겨댔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