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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친코 1 - 개정판 ㅣ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매우 임팩트한 첫 문장이다.
역사가 저버린 그들은 누구일까.
재일동포들에게 나는 아무 관심이 없었다.
파친코는 또 한번 내 나라의 아픈 역사를 몰랐단 죄책감을 남겨준 역사책이었다.
너무나 술술~ 텍스트의 양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재밌게 읽은 책이지만 2022 최고의 책인가? 하는 의문은 들었다.
1991년까지 일본에서 거주하는 한국인은 3년마다 지문날인으로 등록증을 부여받아야 했다고 한다.
재일동포로의 삶의 과거와 현재를 짐작케하는 일련의 사건이라고 느껴진다. 아직도 현재진행중인 슬픔.
🌱 책을 읽고,
나는 어릴때부터 성인이 될 때까지 치열하게 버티며 견뎠던 노아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노아의 자살은 가정을 가진 가장으로서 무책임한 모습일 수 있으나 나는 달리 해석했다.
노아는 아버지 백이삭을 무척 사랑했다. 노아는 백이삭의 신념, 정의, 가치관, 선함을 좋아했다. 따뜻한 아버지, 선한 사람으로의 백이삭이 아버지란 사실만으로 노아는 행복한 아이였다. 백이삭은 그런 노아를 나의 축복이라 말했다. 엄마 선자는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 차별과 멸시 속에서도 가족을 끔찍하게 아꼈고, 사랑과 희생으로 지켰다. 노아는 그런 부모밑에서 자랐다.
신사참배때 주기도문을 외웠다는 이유로 잡혀가 백이삭은 죽음을 앞두고 더이상 회생불가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왔다. 노아는 아버지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기도했지만 신은 아버지를 지켜주지 않았다. 선한 아버지는 그렇게 차별 속에 죽음을 맞았다. 더이상 자신은 차별과 멸시의 희생양이 되기 싫어, 온전히 일어서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당당하게 자립해 장남으로 사랑하는 가족들을 지키려고 했다.
그렇게 노아는 일본에서 일본인으로 살고자 했다.
조선을 버리는게 아니라 처한 상황을 극복해 자신과 가족을 지키고자 했던 것이다.
어쩌면 노아는 자신과 가족에게 친절한, 마치 키다리 아저씨처럼 시의 적절하게 나타나 호의를 베푸는 고한수가 자신의 아버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했었을 것 같다. 한달에 한 번 자신을 찾아와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호인 고한수, 그런데 고한수는 야쿠자이다. 야쿠자라고 불리는 사람들, 폭력과 불법을 자행하고 무자비한 사람들, 노아는 그런 사람들을 경멸했다.
노아는 숨기고 싶었을 것이다. 아니, 잊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여자친구를 통해 드러나고 말았다. 자신이 숨길래야 숨길 수 없고, 무엇으로도 바뀌지 않는 자신의 태생. 노아는 자신의 친부가 야쿠자 고한수라는 사실을 알고는 지금까지의 자신을 버렸다.
가족을 떠나 홀로 지낼 때에도 노아는 백이삭의 무덤을 찾아갔다. 너무 가슴 아픈 장면이다. 그렇게 백이삭을 사랑한 노아, 그러나 자신의 아버지가 고한수라니...
그간 자신을 버티게했던 동기가 무너져버렸을 것이다. 고한수와 관계된 모든 자신의 것을 버렸다. 그렇게 홀로 지내다 또다시 고한수에 의해 다시 자신이 드러난다.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을 직시한 것일까.
안타까운 죽음이다.
Q.그렇다면 노아를 자살로 이르게 한 친부 고한수는 악인일까.
야쿠자의 삶은 선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야쿠자의 삶을 택한 한수의 선택이 과연 악하기만 할까.
살기 위해 악을 선택했을지언정 선자와 노아를 지키고 살길을 열어주고 조선인을 보호한 한수의 마음은 선인의 마음 아니었을까.
🌱 책의 아쉬운 점
그 시대 일본의 성문화가 얼마나 중요한 배경인지는 모르지만 에쓰코와 그녀의 딸 하나의 등장, 하루키의 성적 취향보다는 솔로몬과 미국, 일본 등 그의 일을 중심으로 아직 진행중인 재일동포의 삶을 보여주는 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 왜 파친코일까?
삶은 예상대로 흐르지 않고 어떤 일을 겪게 될지 몰라 더 흥미롭고 기대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작가의 의도는 모르겠으나) 나는 책 속 기계를 조작하는 장면들을 보며, 조작하지 않으면 원하는대로 맞춰지지 않는 것이 재일동포의 삶이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토론을 통해 좀 더 넓게 이해하게 되었다.(역시 책은 읽고 나눠야 해!)
노아와 달리 공부에 흥미가 없고 셈이 빠르고 기계를 잘 다루는 모자수가 선택한 파친코,
와세다 대학을 관두고 도망치듯 가족을 떠나 홀로 지내는 노아가 선택한 일 파친코,
콜롬비아 대학에서 공부하고, 일본인처럼 지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차별과 멸시 속에서 자신의 운명의 갈 곳은 이곳이라며 솔로몬이 선택한 미래 파친코.
그 시절 파친코를 운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선인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돈을 많이 벌어 부자가 되도 집을 살 수 없었고, 지문날인을 통해 거주를 승인받아야했다. 취직 또한 안됐기 때문에 그들이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파친코 아니었을까.
Q.우리가 생각해봐야할 것들은?
현재 세계는 많은 사람들이 이주해서 살아가고 있다.
타국에서 노동을 하고 정당한 댓가를 받고, 차별없이 살아갈 수 있는 방법.
이제는 법적으로 그들과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을 정해야하지 않을까.
얼마전 티비에서 외국인과 결혼한 한국 남자가 자신의 여자를 사왔다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것을 보고 정말 기가 막혔었다.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고 사는 가장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는게..
그걸 듣고 자라는 아이들은 외국인 엄마를 어떻게 생각할까.
빙산의 일각인 이러한 일들은 다른 어디서 다른 형태의 차별로 존재할 것 같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잊혀진 역사를 알게 해 나를 부끄럽게 하기도, 그에 이은 해결해야할 숙제를 많이 남겨준 책 파친코.
아쉬운 점이 있지만 충분히 훌륭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생일선물로받은책
#또하나잊지말하야할역사책
#맘애담아 145번째 토론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