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싫어서 오늘의 젊은 작가 7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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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중고가 아닌 새 책으로 사보기는 정~~~말 오랜만이다.

장강명 작가의 소설들을 읽고 어찌나 재밌고, 인상적이던지, 그에 대한 경외의 표현으로 구매했다. 배송된 책은 작년 5월에 1쇄를 찍은 후 2016년 3월에 13쇄를 찍은 책이었다. 우리나라 소설가 중에 ​이렇게 출간 1년도 안돼 13쇄를 찍는 작가가 아직도 있다니. 조정래 선생님의 <정글만리> 급이 아닐까? ㅎㅎ 역시 많은 독자에게 사랑을 받는 작가인가 보다. 아직 작가의 작품을 접해보지 못한 이웃님들께 강추한다.

"내가 아는 건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쪽이야. 일단 난 매일매일 웃으면서 살고 싶어. 남편이랑 나랑 둘이 합쳐서 한국 돈으로 1년에 3000만 원만 벌어도 돼. 집도 안 커도 되고, 명품 백이니 뭐니 그런 건 하나도 필요 없어. 차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돼. 대신에 술이 랑 맛있는 거 먹고 싶을 때에는 돈 걱정 안 하고 먹고 싶어. 어차피 비싼 건 먹을 줄도 몰라. 치킨이나 떡볶이나 족발이나 그런 것들 얘기야.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씩 남편이랑 데이트는 해야 돼. 연극을 본다거나, 자전거를 탄다거나, 바다를 본다거나 하는 거. 그러면서 병원비랑 노후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해.

그리고 나는 당당하게 살고 싶어. 물건 팔면서, 아니면 손님 대하면서 얼마든지 고개 숙일 수 있지. 하지만 그 이상으로 내 자존심이랄까 존엄성이랄까 그런 것까지 파고 싶지는 않아. 난 내가 누구를 부리게 되거나 접대를 받는 처지가 되어도 그 사람 자존심은 배려해 줄 거야. 자존심 지켜 주면서도 일 엄격하게 시킬 수 있어. 또 여유가 생기면 사회를 위해 작더라도 뭔가 봉사를 하고 싶어."(p152~153)

주인공이 생각하는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의 어떻게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이 참 소박하다. 그런데, 우리 이웃들과 소주 한 잔하면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다들 이런 정도의 소박한 삶을 꿈꾸는것 같다. 아이들 건강하게 자라 자기 밥벌이들 하고, 노후에 폐지를 줍지 않을 정도로 경제적 대비가 되어 있고, 건강하게 살다 오래 아프지 않고 생을 마감하고 싶다 수준의. 그런데, 이런 수준의 삶을 살기 위해서도 허희 평론가의 해설 처럼 멀리서 보면 사육장 같은 곳인데 가까이에서 확인하면 정글같은 사회에서 서로를 차별하고, 불신하며 지독한 경쟁 속에서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당장 아이들 모두에게 억지로 공부를 시키지 않는가. 서열로 우열을 판가름하는 사회의 준칙에 맞춰 높은 서열에 오르라는 식으로 말이다.

"나더러 왜 조국을 사랑하지 않느냐고 하던데, 조국도 나를 사랑하지 않았거든. 솔직히 나라는 존재에 무관심했잖아? 나라가 나를 먹여 주고 입혀 주고 지켜 줬다고 하는데, 나도 법 지키고 교육받고 세금 내고 할 건 다 했어.

내 고국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지. 대한민국이라는 나라 그 자체를. 그래서 자기의 영광을 드러내 줄 구성원을 아꼈지. 김연아라든가, 삼성전자라든가. 그리고 못난 사람들한테는 주로 '나라 망신'이라는 딱지를 붙여 줬어. 내가 형편이 어려워서 사람 도리를 못하게 되면 나라가 나를 도와주는 게 아니라 내가 국가의 명예를 걱정해야 한다는 식이지."(p.170)

개연성이 높은 소설이 좋다. 소설가 소설이 아닌 독특한 직업이나 상황의 주인공이 펼치는 이야기가 좋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높은 점수를 줄 수 밖에 없는 소설이다. 심지어 그런 소설의 내용이 우리나라 사회의 구조와 정글같은 상황에 대해 굉장히 심도 깊게 생각할 꺼리를 전달하고 있다. 거기에 이 작가의 문체는 호흡도 빠르고, 재미있다. 책 뒷편에 평론가 허희의 해설조차 읽을 만했다. 톰슨 가젤들과 사자들이 합쳐서 사육장 울타리를 깨야한다는 결론이 아득한 감상을 주지만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단계를 지나 계층구조가 고도화 되면 다시한번 변혁의 기운이 쌓이지 않을까? 그게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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