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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하는 인류 - 인구의 대이동과 그들이 써내려간 역동의 세계사
샘 밀러 지음, 최정숙 옮김 / 미래의창 / 2023년 7월
평점 :
모래 사막 느낌의 표지 디자인과
앞표지의 꺼끌꺼끌한 재질이 마치 모래의 질감 같아서 특색있었다.
이주하는 인류, 현생 인류 중 이주하는 특성을 여전히 간직하고 있는
이들이 사막과 초원의 유목민들 아닌가. 딱 사막이 떠오르는 표지였다.
런던에서 태어난 저자 샘 밀러는 캠브리지에서 역사와 정치를 전공했다.
BBC 뉴델리 특파원을 지냈고, 남아시아 관련 시사 프로 제작에 참여했다.
인도 출신 아내와 남아시아, 아프리카, 인도 등을 떠돌아 다니며 살았다.
그의 혈통에는 약간의 유대인과 아일랜드 계통의 피도 섞여 있다고
하는데, 그의 DNA 검사 관련 에피소드를 보면 서구권에 사는 누구나
특정한 민족이라는 정체성을 순수하게 가진 혈통은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아무튼 책 제목과 어울리는 사람같다.
저자의 주장은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호모 사피엔스의 전지구적 이동 -
사피엔스 뿐 아니라 네안데르탈인도 같은 경로로 이동했다 - 은 인간의
익숙한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이동하며 살아왔다. 그리스의 도시 국가들, 카르타고와 로마의
치열했던 전쟁, 게르만족의 이동과 그 이동을 촉발했던 훈족의 이동까지
줄기차게 이동하며 살아왔다.
다만 농경문화가 정착되고, 잉여 자원을 저장하고 거기에서 생긴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투쟁이 발생하면서 정주하며 사는 것이 바른 삶이라는
주장이 - 소위 말하는 정주주의가 - 생겨났고, 강력해 졌다는 것이고,
양차 셰계대전이 끝나며 제국주의가 붕괴되는 과정에서 현재와 같은
국경선이 그어지고, 민족주의 기반의 국가들이 생기면서 정주주의는
대세가 되었다는 것이다.
"북부의 대도시에서는 유교가
큰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노골적으로 정주 문화를 지지했다. 이주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공자를 인용했다. "부모님이 살아 있는 동안 아들
은 먼 여행을 떠나서는 안 된다." 북부인들도 이주를 하기는 했지만
대개 중국 국경 내에서 이루어졌고, 대부분의 경우 남부로 이주해 기
존에 그곳에 살고 있던 주민들의 이주를 조장했다." (p.287)
저자의 주장이 어떠하든 간에 농경문화와 유교주의 풍토에서 자란
입장에서 저자의 주장에 아주 크게 공감되지는 않았다.
차라리 유목문화와 농경문화 양자간의 세계관과 지향점의 차이,
그리고 농경문화에서 산업화 이후의 세계화와 ICT기술 발전에 따른
새로운 디지털 노마드 문화의 성장을 정리해봤다면 어땠을까 싶다.
"간단한 형용사로 외국인들을 악마화하고 오명을 씌우는 것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이탈리아와 독일 사람들
에게는 매독이 '프랑스병'이었지만 프랑스인에게는 '나폴리병'이었
고, 러시아인에게는 '폴란드병'이었다. 독감과 다른 바이러스도 마찬
가지였다. 스페인 독감은 스페인에서 시작된 것도 아닌데도 그렇게
불렀고, 20세기에 창궐한 다른 독감에는 홍콩과 러시아가 앞에 붙었
다. 소련 언론에서는 에이즈를 미국의 병이라고 설명했고, 미국 언
론에서는 아이티 질병이라고 언급했다." (p.229~230)
저자가 이 책을 써야겠다고 생각한 이유가 경제적 필요에 따라 이민과
이주,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서 긍정과 부정을 오가는 각국의 여론과
인식때문이지 않았을까.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호주 원주민, 중국과 러시아, 중앙아시아와 중동,
유럽에서 살고 있는 여러 종족들의 뿌리는 현재까지 밝혀진 봐로는
아프리카에서 부터 이동을 시장한 하나의 조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수천년 동안 지역적으로 떨어져 사는 동안 외모와 언어가 달라졌다는
이유로 민족적, 인종적 우월성을 겨루고, 혐오하다가 경제적 필요가
있을 때라야 이주민을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한 비판으로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해서 이민자들에 대해서
차별적 인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노령화와 노동력 부족의 대안으로
이민 필요성을 주장하는 것 역시 현생인류의 파렴치 중 하나같다.
"역사책은 대체로 정주한 사람들이 정주한 사람들을 위해 저술
했으며 과거에 대한 특정한 관점을 제공했다. 소수의 탐험가나 시인,
개척자들 그리고 주로 유럽과 중동 출신 남자들이 이주에 대한 기록
을 남겼지만 대다수의 이주민들은 그러지 못했다. 그러므로 그 공백
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p.271)
이주를 하게 되는 원인은 무엇인가? 모험심 같은 고차원적이고
추상적인 이유도 대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
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수렵과 채집 생활을 하던 고대부터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출발해 아라비아 반도를 거쳐 일부는 왼쪽에 위치한
유럽으로 일부는 계속 동쪽으로 동쪽으로 이동해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렀던 것도, 북아시아 대평원 지대의 유목민들이 경제적 위기가
닥쳤을 때마다 한족들이 세운 나라를 침략했던 것도, 몽골 유목민들이
동유럽까지 진출했던 것도 모두 경제적 풍요를 원해서 였던것 같다.
그리고 그렇게 강력한 힘으로 정주민들을 장악할 수 있는 이들은
침략자이자 승리자로서의 역사를 썼을 것이다.
그러나 이주민보다 강력한 정주민들이 있는 경우라면, 예를 들어
지금의 멕시코 국경을 넘어 미국으로 밀입국하는 이들이나 일본과
한국으로 일하러 들어오는 동남아시아 인구들, 정치적 불안과
경제난을 회피할 목적으로 유럽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피난민들 같은 이들은 멸시와 천대의 대상이 되곤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주민을 대하는 인류의 바른 자세는 이러한 인류의 이주
역사를 인식하고 인류로서의 박애심을 잃지 않는 것이지 않을까.
※ 도서를 제공 받고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