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문학 선집
야마시로 세이츄 외 지음, 곽형덕 편역 / 소명출판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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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속에 오키나와는 미군기지가 있다는 것 외에는 무지에 가까운 지역이다. 그곳이 관광지로도 유명하다는 사실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일본에 별 관심이 없었고 세계적인 소설가가 몇몇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특별히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소설이나 작가는 없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나는 일본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그려내는 기회가 되었다.

오키나와는 지리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애매한 위치에 있다.

마치 옛날 제주도가 본토와의 관계에서 보여주는 비슷한 정서가 배여 있다.

어쩌면 그런 이유 때문에 읽는 내내 그들이 일본 본토에서 소외되는 감정을 깊이 공감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오키나와의 미야코섬 출신 이치하라 치카코의 작품에는 삼중의 애환적 정서가 담겨있다.

미야코섬의 세계가 일본 본토와 이어지기 위해서는 오키나와말을 배워야하고 다시 일본어 공통어를 익혀야 한다.

"여기 오키나와에서는 권력의 중층구조와 언어의 소외를 한 장의 지도로 명확하게 나눌 수 있다" "방언의 차이가 세분화된 지배구도이며 의식영역에 있어서의 엄연한 차별"이라고 했던 그섬의 사상가 가와미쓰의 말은 이 모든 정황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모두 11명의 작가들을 선보이고 있으나 나는 개인적으로 오시로 다쓰히로의 「2세」 라는 작품을 가장 감명 깊게 읽었다.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핸리 도마 세이치는 오키나와 전쟁에 미군으로 참전한 오키나와 2세이다. 그는 내면에 존재하는 미군의 인격과 일본인 인격사이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갈등을 실감나게 연기 한다. 느낄수는 있지만 포착하기 힘든 미세한 심리적 흔적들을 언어화시키는 작가의 글씨기는 내게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실 나는 일본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우리 모든 한국인의 정서의 밑바닥에는 같은 기류가 흐르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점점 일본민족으로부터 문학의 일본을 분리시키고 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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