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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어스름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글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번역
2022년 1월 24일
창비
48쪽
13,000원
분류-초등저학년 창작동화/그림동화
핑크빛, 자몽빛 혹은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가지 빛깔의 하늘 속에 날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어린 소년과 마술사 모자와 파란 땡땡이 옷을 입은 아저씨. 둘은 왜 하늘을 날고 있을까? 건물에 닿을 듯 말듯 날고 있는 그들의 얼굴엔 은은한 미소가 피어오르는 중인 것 같다. 아저씨가 무슨 재미난 이야기를 해주고 있길래? 나도 책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 하늘은 날고 싶은 소원은 어린이들만의 것은 아니니까.
잔병치레도 많이 하고 아토피로도 고생한 나의 어린시절. 이젠 감기도 잘 걸리지 않는 강철같은 여인이 되었지만, 나에게도 여리디여린 어린이 시절이 있었다. 아홉살 어린시절, 다리를 못쓰게 되었던 날들이 있었다. 제대로 걸을 수 없던 날들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한 달 반 가량을 병원 생활을 했다. 한달까지는 정말 누워만 있었던 것 같다.
병명은 골수염, 급성으로 온 이 병은 온 가족들을 멘붕으로 만들었다. 그때의 엄마는 만삭이었고, 나는 동생이 태어나던 날, 수술을 받았다. 엄마는 몸조리를 해야했기에 나에게 자주 올 수 없었지만, 나는 사랑을 많이 받은 운좋은 아이였다. 낮에는 할머니가, 밤에는 외할머니가 나의 병수발을 들어주셨다. 할머니들의 사랑에는 여러 방식이 있었다. 할머니는 그런 내가 안타까워서 똥오줌을 한달가량 기꺼이 받아주셨다. 외할머니는 조금 달랐다. (사실 키워주신 분은 친할머니여서 나와는 그렇게 친밀도가 있었는지는 가물하지만, 우리 아이들 이마에 당신의 이마를 부비며, 째~끼~!(새끼~!)라는 할머니만의 언어를 내뱉으실땐 나도 그런 사랑을 조금은 받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내가 어느 정도 차도를 보이자, 이젠 걸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병원생활이 길어지자, 사실 걸어야 한다는 의지자체도 잊어버리고 살았던 나에게 강력한 방법은 필요했다. 외할머니의 육아방침(?)으로 나는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접히지 않던 다리는 접을 수 있게 되었고, 걷을 수 있다보니, 살아야 한다는 의지도 생긴 것 같았다.
무료했던 병원생활에 나에게 행복은 준건 그림을 끼적이는 것이었다.
어스름[어스름] : 조금 어둑한 상태. 또는 그런 때.
어스름하다 : 빛이 조금 어둑하다.
어스름:(땅거미)dust, (여명)dawn
땅거미:해가 진 뒤 어스레한 상태. 또는 그런 때.
건강이 악화된 상태는 길고 긴 인생중 어둑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떠오를 여명을 위해, 어스름나라를 찾아떠나는 모험을 간간히 해도 괜찮지 않을까? 적당한 상상은 우리 삶에 의욕과 희망을 주기도 하니까.
오일파스텔화를 연상하게 하는 이 책은 어린이 동화책이지만, 묵직한 무게감이 있다. 나에게도 백합줄기 아저씨가 찾아와주면 좋겠다. 그럼 좀더 멋진 글을 적을 수 있지 않을까?
˝어스름 나라에서 이런건 문제가 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