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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2년 1월
평점 :
일회용 아내
세라 게일리 지음
안은주 번역
한스미디어
2022년 1월 25일
404쪽
15,800원
분류-장르소설(SF)/ 영미장편소설
표지에는 똑같이 생긴 여인들이 컨베이어벨트로 보이는 곳에 올라서있다. 맨 앞에 있는 여인의 머리 위에는 커다란 집게가 그녀를 움켜쥘 것처럼 준비하고 있다. 지놈으로 보이는 여러 모양들과 같은 생김새의 여인들을 감시하고 있는 듯한 초록의 눈동자도 여럿 있다. 책의 뒷표지에는 스탠드 등불아래, 비슷하지만 다르게 생긴 여인하나가 서 있다. 그녀는 파란바지를 입었다. 동떨어진 페이지에 담은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 여인의 정체는 무엇일까??이 책의 제목은 ˝일인용 아내˝. 스릴러의 냄새가 폴폴 풍긴다. 아내를 일회용으로 삼는 쓰레기 남편이 이 소설에 나온단 말인가. 내가 두눈 부릎뜨고 지켜보리라.
이 책의 주인공 에벌린 콜드웰은 뛰어난 여성과학자이다. 그녀는 복제인간에 대한 연구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어 과학상을 수상하게 된다. 축하하러 올법한 남편은 그 자리에 없다. 수상식에서 돌아온 그녀는 화려한 모습과는 다르게 작은 임대주택에 몸을 뉘인다. 그 축하주로 마신 술덕분에 이혼할 용기가 생겼다. 그녀의 남편 네이선은 그녀를 놔두고 불륜을 저질렀다. 게다가 적반하장으로 불륜을 저지른 그녀의 남편이 그녀에게 이혼을 통보한다. 더 충격적인 사실, 네이선이 외도한 불륜녀가 주인공 에버린의 복제인간이 아닌가. 마르틴에게서 한 통의 전화가 왔다. 만나고 싶다는 그녀(마르틴), 에벌린은 불륜녀이자 자신의 복제인간인 마르틴을 만나게 된다. 헤어진 뒤 네이선의 전화로 걸려온 전화, 목소리의 정체는 마르틴이다. 와 달라는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급히 그 집으로 갔다. 마르틴의 손에는 칼이 틀려 있고, 네이선은 싸늘한 시신으로 누워있는데...과연 그녀들의 운명은...
소설 속 세계관인 유전자기술에 대해 놀라웠다. 8일이면 성인으로 자라고, 일부러 결함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사람이 아니라, 마치 신처럼 이 피조물들을 만들어낸다. 거기다, 네이선은 에벌린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일을 시키기 위해 마르틴을 만들었다. 그것은 바로 임신이다. 클론(복제인간)은 임신을 할 수 없어야 한다고 설정되어 있었다. 밤을 세워 공부하며, 자신의 업적을 중요시 하는 여성인 에벌린은 임신을 하기 싫어했다. 아이를 가지게 되면, 업적을 쌓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이에게 치중되는 삶을 살아야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요즘 여성들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지금의 출산율이 1명이 될까말까 한 것은 보면 말이다. 많이 변화되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육아에 대한 온전한 책임은 여성에게 지어준다.
주인공 에벌린의 1인칭 시점으로 흘러가는 이 소설의 서사는 특이한 점이 있다. 에벌린은 마르틴을 떠올리면서 항상 엄마를 같이 떠올린다는 것이다. 순종적인 여인의 모습을 한 존재. 그리고 그와 반대되는 남성의 모습이 섬뜩하다. 그리고 그녀는 그런 자신을 떠올리면서 아빠를 떠올린다. 그녀는 학대가정에서 살았다. 엄마는 병약했고, 아이도 여리디여렸다. 감정의 이해와 자유를 얻지 못한 채, 오히려 복제인간보다 더 복제인간처럼 살아온 그녀였다. 주인공에게만 국한되어 있지 않은 학대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선택은 유전도 아니고, 반복되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우리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외로움과 고독감을 극복해나아가는 주인공이 멋져보이기 까지 했다. 그녀는 학대받는 또다른 자신을 구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