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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어의 여왕 - 2021년 제27회 황금도깨비상 수상작 ㅣ 일공일삼 25
신소영 지음, 모예진 그림 / 비룡소 / 2022년 1월
평점 :
단어의 여왕(일공일삼-25)
신소영 글
모예진 그림
비룡소
2022년 1월 24일
180쪽
12,000원
분류-초등고학년 창작동화(5-6학년 창작동화)
난 핑크색을 사랑한다. 이 책의 표지는 그래서 내맘을 사로잡았다. 풍선껌을 불고 하늘로 둥실 떠오르는 듯한 주인공, 정말 행복할 것 같다. 오색구름일까? 다른 비누방울일까? 그곳에는 반려견 멍구도 함께 하고, 비행접시속 외계인도 표지에 함께 들어 있다. 아마도 분명 산뜻한 이야기일거다. 표지처럼 밝고 찬란하고 핑크처럼 부드럽고 따듯한 그런 이야기일거다.
첫 시작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고 있는 여자어린이에 관한 이야기다. 학교에서 단어 뜻을 배우는데, 정말 지루하다고 말이다. 잠이 든 아이는 단어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바다에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아이. 수업시간에 바다를 그린다. 바다에 한번도 가본적이 없어서 부끄러웠던 아이는 상상을 한다. 돌아가신 할머니의 목걸이를 가지고 상상의 세계, 공상의 세계로 들어가 여왕이 된다. ˝알쏭달쏭 여왕˝이 된다.
유일한 친구인 강아지와 헤어지게 되었다. 지금사는 집도 콧구멍 같이 작은데, 아빠는 더 작은 방으로 이사를 간다. 이사를 간 곳은 ˝서울고시원˝. 그렇게 아이의 고시원 생활이 시작되었다. 엄마도 없고, 할머니도 돌아가시고, 아빠와 고시원에 살게 된 아이는 자기의 존재를 숨겨야 했다. 고시원은 혼자사는 방이니까. 창문도 없고, 불을 끄면 낮인지 밤인지 알 수 없는 그곳에서 아이는 희망을 잃지 않기 위해 시를 쓴다. 상상을 한다.
알쏭달쏭여왕은 알쏭달쏭고요여왕이 되고,
알쏭달쏭고요여왕은 알쏭달쏭고요꼭꼭 여왕이 되고,
알쏭달쏭고요꼭꼭 여왕은 알쏭달쏭고요꼭꼭달빛 여왕이 된다.
고시원에는 주인공 아이와 같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진 고단한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잠깐 몸을 뉘우러 오는 곳이다.
고시원은 고시공부를 위해 서울로 상경한 사람들을 위한 방이었으나, 지금의 서울에선 그만큼 싼 방을 구할 수가 없다. 얼마전에 읽은 소설에서도 아무것도 먹고 쓰질 않아도, 방세와 관리비등으로 62만원이 지출되어도 공짜나 다름없다고 했으니 말이다.
학교수업시간에 등교만으로도 힘들어서 조는 아이. 단어가 무슨 뜻인지도 잘 모르고, 일주일 동안 같은 옷을 입고,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학교 급식이 아니면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아이.
지금도 우리 주변에 항상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동화책이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시선으로 급격한 감정변화도 없이 담담히 써내려간 동화라 더 가슴이 아픈 것 같다. 작은 몸으로 부모님의 배웅없이 혼자 어른들 틈에 전철을 타고, 학교에 다니는 것만으로 고단해서 잠을 자고, 깜깜하고 좁디 좁은 고시원에 최대한 늦게 도착하기 위해 좋아하지 않는 학교에서 제일 천천히 일어나는 아이. 그 아이의 미래가 조금은 나아졌으면 좋겠다.
우리집도 부유한 편은 아니었지만, 이 책을 읽고보니, 내 앞자리에 앉았던 남자아이 생각이 난다. 그 냄새로 기억이 났을까? 지금도 이름이 기억난다.
이상하다. 어디선가 요상한 냄새가 난다. 난 분명 이도 닦았고, 머리도 감았고 계속 이상한 냄새가 난다. 어디서 나는 거지? 둔감하던 내가 냄새를 맡았다. 범인은 바로 내 앞자리에 앉은 아이, 일주일이 넘어도 계속 똑같은 옷을 입는다. 그 옷은 학교체육복. 노란 학교체육복이 떼가 타서 시커멓다. 그리고 쉬는 시간 체육시간마다 열심히 논 탓에 땀냄새도 더해졌다. 냄새나는 걔가 좀 싫었다. 하지만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다. 우리반 아이들은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참 착한 아이들이었다. 선생님도 아무말씀 안하셨다. 참 좋은 선생님이셨다. 그때는 그냥 냄새나는, 잘 뛰어노는 아이인 줄 알았는데, 지금은 이제 그 의미가 무엇인지 알 것 같다.
이 책은 어른인 내가 읽어도 쉽지 않은 책이었다. 잘 읽히는 듯 하면서도 잘 읽히지 않았다. 여백이 많은 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디가 환상인지 어디가 현실인지 잘 모를 것 같은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기엔 초등 중학년까지는 무리일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되려면 나처럼 오랜 시간이 지나야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초등 고학년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따스한 시선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해당후기는 비룡소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작성한 저의 솔직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