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책
낮에 쓰는 글과 밤에 쓰는 글은 다르다. 나라면 새벽에 쓴 편지는 그대로 부쳐버리거나 찢어버리거나 해서 낮의 내가 다시 읽지 못하게 해야 하는 법이다.
밤이 시작되는 즈음, 해방의 시간이다. 밖에서 일이 끝날때다. 우리에게는 밤에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치가 남아 있다. 몇 시든 상관없이 쓸 수 있다. 그 어떤 것도 우리를 통제하지 못한다 - P44
우리는 지나가는 과거를 붙잡으려고 많은 일을 한다. 과거를 붙잡기 위해 현재를 흘려버리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선호하는 기억의 방법이 있고 내게는 문장으로 남는 기억이 제일 선명하다. 그러면 나는 남의 기억까지도 훔칠 수 있다.
파리가 죽은 시각을 정확히 기록하는 것은 파리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은밀한 장례를 치르는 일이다. 죽은 뒤 이십 년이 지난 후에, 증거가 여기 있다. 우리가 여전히 파리 이야기를 하고 있다. - P36
그리고 그 죽음이 어디에서 오는지 보고 싶었다. 밖에서 오는지, 두꺼운 벽에서 오는지, 바닥에서 오는지. 어떤 밤으로부터 오는지. 땅에서 오는지 혹은 하늘에서 오는지, 가까운 숲에서 오는지, 혹은 여전히 이름 붙일수 없는, 아마도 아주 가까이 있는 무로부터 오는지, 혹은 영원으로 향해 가는 파리의 여정을 확인하려고 애쓰는 나로부터 오는지. - P35
불행이 얼마나 넓게 퍼져 있는지 말해 주는 지도는 없었다. 그 불행을 초래했을 가시적 사건들로부터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굶주림‘과 ‘고통‘ 만이 남아 있었다. - 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