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말들 - 다른 세계를 상상하고 공감하기 위하여 ㅣ 문장 시리즈
김겨울 지음 / 유유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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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한 컨셉인만큼 작가와 내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할텐데 아무래도 겨울님과 나의 궁합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주접과 엉뚱함을 좋아하는데 겨울님은 그보다는 순수나 우아에 가까운 것 같다. 누군가에게는 좋은 책일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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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중

"모르겠다."라는 진술과 싸우기 위해 내가 가진 모든 표현들의 힘을 빌렸다. 이것은 시간 여행 없이 나의 과거 혹은 미래와 화해하려는 기록이다. 내 질환과 삶이 나를 기만한다면, 나 역시 불가능을 기만하겠다는 다짐이기도 하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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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동물이야, 비스코비츠! ㅣ 민음사 모던 클래식 29
알레산드로 보파 지음, 이승수 옮김 / 민음사 / 201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불쌍한 주코틱, 나는 녀석에게 유감이 전혀 없다. 하지만 녀석은 다른 혹성, 내가 더 이상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혹성에서 왔다. 나, 비스코비츠는 다른 별의 표면을 떠돌고 있다. 그것을 녀석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 P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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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첫번째 시가 좋은 것일까?
이유도 없이 슬퍼졌다.

아니 나는 그런 작은 행성에 살지 않아서 슬펐다.
이 커다란 행성에 사는데도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를 해 줄 사람이 없어서, 그래서 싱거운 손사래를 칠 수 없어서, 대신 내 앞에는 헤엄쳐도 건너 갈 수 없는 바다가 있어서 슬펐다.

소행성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의자만 뒤로 계속 물리면 하루종일 석양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너와 나는 이 별의 반대편에 집을 짓고 산다.
내가 밤이면 너는 낮이어서
내가 캄캄하면 너는 환해서
우리의 눈동자는 조금씩 희미해지거나 짙어졌다.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적도까지 몇 발자국이면 걸어갈 수 있다.
금방 입었던 털외투를 다시 벗어 손에 걸고 적도를 지날 때
우리의 살갖은 급격히 뜨거워지고 또 금세 얼어붙는다.
우리는 녹아가는 얼음 위에서 서로를 부둥켜안는다.

나는 네게 하루에 하나씩
재미있고 우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네가 못 보고 지나친 유성에 대해
행성의 반대편에만 잠시 들렀다가 떠난 외계인들에 대해,
너는 거짓말하지 마, 라며 손사래를 친다.

바다가 있으면 좋겠다.
너와 나 사이에
너에게 한없이 헤엄쳐갈 수 있는 바다가
간간이 파도가 높아서 포기해버리고 싶은 바다가.

우리는 금세 등을 맞대고 있다가도 조금씩 가까워지려는 입술이 된다.

지구의 둘레만큼 긴 칼로 사람을 찌른다고 해서 죄책감이 사라질까.
죄책감은 칼의 길이에 비례하는 것일까.

우리가 사는 별은 너무 작아서
네 꿈속의 유일한 등장인물은 나.
우리는 마주보며 서로의 지나간 죄에 밑줄을 긋는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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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네시

오후 네시


어느 날
마음이 먼저 죽는 날이 올 거다

(중략)

믿음도 연습이야
그 단 한 마디에 구원을 버린 적이 있다

그러니까 어느 날
무언가 먼저 죽는 날이 올 거다
그래도 우리는
살아 있어서 유능할 것이다

몸의 착각으로 만들어진 마음이 있는 것처럼
오늘도 오후 네시가 지나간다 - P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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