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각이다. 배세진 - 동학개미, 어떻게 볼 것인가

내가 노동자의 주식투자에 제동을 거는 것은 ‘땀 흘려 노동해 번 돈이 정직하고 선한 것‘이라는 도덕주의적 비판도 아니고, 노동자가 비대칭적 정보 권력관계 속에서 주식투자에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 ‘패가망신‘할 수 있으니 ‘헛꿈‘ 꾸지 말라는 조언도 아니다. 너무 힘들다는 문자를 남기고 과로사한 택배노동자, 비닐하우스에서 처참하게 죽어간 이주노동자, 코로나19로 실직한 뒤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항공사 승무원, 바닥으로 떨어진 노동의 권리와 오늘도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코스피 지수는 화폐라는 매개를 통해 연결되어 있다. 노동자가 주식을 함으로써 자본의 파트너가 되면 자본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된다는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내가 나의 소득을 주식에 넣는 만큼, 그러니까 동학개미가 힘을 모아 주식시장을 부양하는 그 화폐의 양만큼 노동자는 자신의 권리를 자본에 양도하게 되고, 노동자가 노동을 통해 정당한 임금을 받아 낼 수 있는 힘, 일터에서 자본가의 부당한 폭력에 저항할 힘은 줄어든다. 도덕주의적 관점에서가 아니라 경제학적, 정치철학적인 관점에서 내가 주식에 넣은 돈만큼 노동자로서의 내 권리가 줄어든다. 이것은 화폐를 매개로 하나의 논리와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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