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코발도는 도시 생활에는 별로 적합하지 않은 눈(目)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고안된 간판이나 신호등, 진열장, 휘황한 네온사인, 포스터는 사막의 모래 위를 스쳐 지나가는 듯한 그의 시선을 전혀 끌지 못했다. 하지만 나뭇가지 위에서 노랗게 물드는 나뭇잎, 기왓장 끝에 매달린 깃털은 절대 그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말 잔등에 앉은 등에 한 마리, 탁자에 좀이 쏠아 생긴 작은 구멍, 보도 위에 으깨진 무화과 껍질 하나도 마르코발도는 놓치지 않았다. 그것은 모두 사색의 대상으로 계절의 변화, 영혼의 욕망들, 존재의 초라함을 깨닫게 해 주었다. - P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