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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속 작은 집 창가에 ㅣ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3
유타 바우어 글.그림, 유혜자 옮김 / 북극곰 / 2012년 12월
평점 :
아기를 낳아서 한 마디 두 마디 말을 배우는 때는 참 신기하다. 귀로 듣고 같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은 아기에게도 신비로운 경험일 것이다. 거기다가 음을 얹으면 노래가 된다. 토닥토닥 등을 쓸어주며 들려주는 가락은 마음을 평안하게 한다. ‘숲 속 작은 집 창가에’를 처음 들은 것은 아마도 할머니를 통해서인 것 같다. 마치 짧은 이야기를 들려주듯 반복되는 스토리 구조의 내용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거기다가 아이들이 좋아하는 동물들이 등장한다. 집 앞에 나서 서 있는 작은 아이는 마치 나인 듯 얼마나 친절한지, 거기다가 살려주지 않으면 포수가 와서 ‘빵’ 쏜다고 하는 장면은 극적인 손짓까지 덧붙여 들어도 들어도 재미있었다. 나 또한 내 아이들에게 심심치 않게 들려주었었다.
주홍빛으로 물든 숲속, 저녁을 짓는지 모락모락 연기가 올라오는 작은 집을 토끼 한 마리가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한 풍경이다. 작은 집 창가에 비친 집 주인의 모습은 토끼처럼 보이지 않는다. 집 밖의 토끼는 그래서 망설이고 있는 걸까?
책 장을 펼치니 눈 덮인 풍경이 펼쳐진다. 표지와 다른 갑작스런 변화에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창으로 넘겨다 본 집 주인은 그대로이다. 주인장은 바로 노루다. 우리나라 노래에선 토끼인데 왜 노루일까? 작가인 유타 바우어는 독일인인데 독일의 노루에 대한 느낌이 우리나라 토끼와 비슷한 걸까 궁금해진다. 그런데 노루는 눈이 내린 쌀쌀한 바깥을 왜 바라보고 있었을까? 그것도 창문을 활짝 열고 말이다. 아마도 무슨 소리를 들었나보다. 그것도 아주 다급한 소리를 말이다. 다음 장에 토끼가 마치 허공에 뜬 듯이 달려오고 있다. 얼마나 급했는지 사람처럼 서서 마구마구 문을 두드리고 있다. 동그란 눈망울과 손에 묻은 눈이 날리도록 두드리는 모습이 급하긴 어지간히 급했나보다. 토끼는 입이 뒤집어 지도록 통 사정을 한다. 사냥개를 앞세운 사냥꾼이 자신을 땅 소려고 한다고.
파자마 바지 바람에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는지 숟가락을 든 채 토끼랑 똑같은 동그란 눈망울의 노루는 기꺼이 토끼를 안으로 들인다. 사람인 사냥꾼의 등장은 종이 다른 두 동물이게 동지애를 심어주었나 보다. 거기다 안으로 들인 것 뿐 만이 아니라 손까지 꼬옥 잡아준다. 사냥꾼에게 쫓기며 숨도 제대로 못 쉬었을 토끼의 콩쾅거리는 가슴은 노루의 따스한 손길에 어느새 안정을 찾아간다. 대학 시절 학교 앞에 있던 카페 이름이 생각난다. ‘손을 잡으면 마음까지’. 어느새 노루의 따스한 마음이 토끼에게까지 전해졌나보다.
토끼와 함께 창가에서 밖을 내다보는 노루. 또 누군가의 다급한 소리를 들은 걸까? 그렇다 바로 여우다. 그런데 토끼와는 느낌이 조금 다르다. 혀를 빼물고 바들바들 떨며 노루네 문을 두드리고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 집안에서 여우의 등장에 더 몸서리치며 떨고 있는 토끼가 왠지 더 다급해 보인다. 결국 노루의 침대 속으로 숨어든 토끼를 뒤로하고 노루는 여우를 집안으로 들인다. 어찌나 급하게 들어왔는지 문도 채 닫지 못하고 들이닥친 여우의 저 눈빛...... 노루는 여우에게도 손을 내밀지만 토끼는 차마 손을 잡기엔 너무나 겁이 난다. 숙적을 만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먹이 사슬의 위층을 만났으니 말이다.
이제 서로 손을 잡은 노루와 토끼, 여우는 더 이상 적이 아니다. 정답게 카드 놀이를 즐기는 표정에 여유로움이 묻어난다. 하지만 멀리 보이는 사람의 그림자. 코를 킁킁거리는 사냥개를 앞세운 사냥꾼의 등장. 아직 집 안에선 사냥꾼의 등장을 눈치채지 못한 것 같다. 등불이 흔들리도록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가슴이 철렁했을 했을 것이다. 사냥개는 마치 제 할 일을 다 마친 듯 얌전히 기다리고 있다. 사냥꾼은 누군가에게 쫓겨 이곳까지 온 것이 아니다.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란다. 과연 노루는 사냥꾼을 집 안으로 들일 것인가?
구석구석 집 안으로 흩어져 숨은 친구들을 뒤로 하고 노루는 문을 활짝 연다. 노루가 무엇을 할지는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손을 잡을 것이다. 물론 허기에 지친 사냥꾼에게 맛난 음식도 대접하고 말이다. 노루가 내민 것은 단순히 손이 아니다. 마음까지 내어 준 것이다.
이야기는 마무리되고 뒤편에는 악보가 나와 있다. 율동 그림까지. 우리나라에서 아이들에게가르쳐 주던 율동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많이 비슷하다. 정말 이 노래가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노래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