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수리수리마수리 요걸까? 조걸까?
도브로슬라브 폴 글.그림, 이호백 옮김 / 재미마주 / 2010년 8월
평점 :
수리수리마수리 요걸까? 조걸까?
도브로슬라브 폴 / 재미마주
울 아이들의 첫 번째 장난감은 책이었다. 어른 손에 쏙 들어가는 작은 크기의 앙증맞은 책이었다. 표지도 폭신하고 두툼해서 아이들이 다치지도 않고 물고 빨고 해도 손상이 되지 않는 하드보드형 책이었다. 글을 읽진 못하지만 그림과 색깔을 즐기고 책장을 펄럭거리며 넘기는 것 자체가 아이에겐 즐거운 놀이였다. 하지만 책은 그저 책의 범위를 넘지 못하는 그저 책이었다. 쌓거나 펼치거나 하는 그 이상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요즘 들어서 서점에 가보면 유아를 위한 다양한 유형의 책들이 있다. 천으로 만들어진 것도 있고 욕조에서 볼 수 있도록 물에 젖지 않는 책도 있고 누르고 소리나고 손끝으로 느낄 수 있는 정말 많은 책들이 있다. 우리 아이 때는 왜 저런 책들이 없었을까 살짝 부럽기도 하다.
표지부터 회색 빗금이 죽죽 그어진 책을 만났다. 제목도 요상하게 ‘수리수리마수리~’라는 제목이 붙어있다. ‘요걸까, 조걸까’라는 제목으로 봐서는 무슨 선택을 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 대한 궁금증은 띠지를 통해 해소할 수 있었다. 책 속에 내장되어 있는 매직필름을 통해 두 가지 그림을 볼 수 있는 책이었다. 왠지 르네 마그리트의 ‘백지 위임장’이라는 그림이 떠올랐다. 숲 속에 말을 타고 가는 한 사람의 모습이 3차원 그림처럼 수직으로 나누어져 있는 그림 말이다.
먼저 표지를 펼치니 왼쪽에 회색 줄이 있는 필름이 들어있다. 오른쪽에는 언듯 보기에 두루미로 보이는 그림이 있다. 필름을 꺼내 흰 선 위에 회색선이 올라 오도록 얹으니 가위의 모습이 보인다. ‘오호~’하는 탄성과 함께 얼른 다음 장을 넘기게 된다.
그림에는 다른 색의 줄이 있는데 그곳에 필름을 올려 놓으면 다른 그림이 등장한다. 그런데 첫 장부터 문제가 생겼다. 초승달처럼 예쁜 달 위에 필름을 올려 놓으니 갈색의 무언가가 나타난다. 새우인가 하고 보니 크루아상이라는 초승달 모양의 프랑스 빵이었다. 하지만 주부로 제과점을 들락거리는 나는 알아보지만 아이들은 새우란다. 그리보니 새우같기도 하다. 요즘엔 껍질을 까서 판매하는 칵테일새우가 있는데 그 모양같기도 하다. 작가의 이력을 보니 체코 사람으로 유럽의 문화권에선 일상적인 크루아상을 떠올리는게 당연했을 것이다. 문화의 차이라 할까?
다음부터는 먼저 무슨 그림인지를 묻고 필름을 올려 놓으면 어떤 그림이 나타날지를 추측해 보는 놀이를 해 보았다. 대부분 전구, 모자, 제비, 잠자리 등 그림을 보고 알아보는 것은 잘해 낸다. 그런데 어떤 모양이 나타나는지 알아보기 위해 필름을 올리면서 약간 김이 빠졌다. 어떤 선에 올려 놓아야 원래 모야에서 변형이 되는지 충분히 숙지가 되지 않으면 그냥 휙휙 지나치게 되기 때문이다. 아이가 그림을 통해 본 모양 그대로 필름을 잘 올리고 옆으로 살짝 옮기면서 새로운 모양이 딱 등장해서 재미가 배가 되는데 잘못 올리면 바로 다른 모양이 나온다. 어른이 먼저 몇 번 해 본 후에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아이들은 그림의 변화에 있어 비슷한 형태에서 추론할 수 있는 그림(잠자리와 헬레콥터, 물고기와 로켓, 우산과 버섯 등)보다는 전혀 새로운 형태로 전환되는 그림(악어와 톱, 침대위의 아기와 해)을 더욱 좋아한다. 스스로 필름을 옮겨보면서 한동안 재미있게 논다. 흡사 까꿍놀이를 떠올리며 ‘수리수리마수리 아브라카다브라~’를 외치며 공부가 아닌 놀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