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죽박죽 미술관 그림책이 참 좋아 9
유주연 글.그림 / 책읽는곰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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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즐기는 시간은 사람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 1층, 2층 3층 100여 점이 넘는 작품이 전시되어 있어도 10분 만에 둘러볼 수도 있고 2시간을 볼 수도 있다. 그 차이는 작가를 작품을 얼마나 아느냐에 달렸다. 전시장에 가기 전에 기본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더 많은 것이 눈에 보인다. 보는 것이 아니라 보여진다는 것이다.

‘뒤죽박죽 미술관’이라는 제목을 보고 맨 먼저 든 생각은 난감함이다. 미술에 거의 문외한인지라. 관심을 가지고는 있지만 알고 있는 작가와 작품이 한정되어 있다. 그래도 다행이 표지에서 알고 있는 작품들을 많이 만날 수 있어 부담감을 덜 수 있었다. 뭉크의 절규가 가운데 보이고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 밀레의 이삭줍기, 다빈치의 모나리자, 고흐의 해바라기, 앤디 워홀의 통조림까지 낯이 익다.

책 표지 안쪽엔 표지에서 만난 그림들의 원화가 전시실처럼 모여 있다. 표지에서 찾아낸 그림들을 확인하곤 배시시 미소가 번진다. 알 수 없는 뿌듯함이라고 할까? 표지와 실제 명화의 이미지를 비교해 보는 재미도 있다.

속표지에 걸린 푯말. ‘정기휴관일’. 왜 정기휴관일인지 첫 장을 들추면 알 수 있다. 월요일이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시관은 주말에 복작거리고 월요일에 휴관이다. 그 휴관일에 몰아친 회오리바람은 미술관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뱅글뱅글 돌아가는 회오리바람을 보니 왠지 오즈의 나라로 날려간 도로시가 생각난다. 온통 난장판이 된 미술관을 치울 사람은 경비아저씨뿐이다. 가냘픈 몸매로 구석구석 누비며 청소하는 아저씨의 모습이 안쓰럽다. 갑자기 들려오는 울음소리. 그 주인공은 모나리자다. 우아한 얼굴에 얹힌 송충이 두 마리. 이 노릇이 어떻게 된 것인가? 난감한 상황은 비난 이 뿐이 아니었다. 미술관에 전시된 그림들이 뒤죽박죽 섞여버린 것이다. 그림 속의 주인공들도 경비 아저씨도 난감하기 이를 데가 없다. 그렇다고 당장 내일 문을 열어야 하는 미술관인데 그냥 둘 수도 없는 노릇이고.

눈에 익은 그림들이 뒤섞여 있는 모습은 재미있다. 텔레비전을 들여다 보며 박장대소하는 이삭줍는 아줌마들의 모습이 호쾌하기까지하다. 없어진 그림 또는 덧붙여진 그림들의 조각들은 모두 미술관 작품들이 일부다. 백남준의 텔레비전 작품이 이삭 줍는 여인네들을 동네 찜질방 아줌마들의 모습으로 바꾸어 놓았다. 서로 이가 엇나간 부분을 맞추어 보는 재미가 넘친다.

그 중 최고의 이변은 바로 로뎅의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 심각한 표정의 정체가 정말 저 이유 때문이었을까싶다. 마르셀 뒤샹의 작품이 너무도 잘 어울린다. 보는 사람마다 폭소를 터뜨리기에 충분한 아이디어다.

부지런한 아저씨 덕분에 이 소동의 범인인 회오리 바람이 잡힌다. 아저씨의 호통에 또다시 회오리 바람이 몰아치고 그림들은 제자리를 찾는다. 단 한 작품만 빼고. 회오리 바람과 함께 그림 속으로 들어갈 것은 무엇일까? 기막힌 반전이다. ‘절규’라는 작품이 왜 ‘절규’인지를 보여주는 유쾌한 아이디어에 감탄한다.

다음에 미술관에 가면 나 혼자만의 뒤죽박죽 미술관을 만들어 볼게 될 것 같다. 미술관에 가고 싶게 만드는 유쾌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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