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민함을 가르칩니다 - 교실을 바꾸는 열두 가지 젠더 수업 배우는 사람, 교사
초등젠더교육연구회 아웃박스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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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함에 대하여]

  ‘예민함’은 사회로부터 그다지 달갑게 받아들여진 특성이 아닐 것 같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사회는 예민함을 부정적으로 여긴다. 사회가 원하는 인재의 모습 중 하나가 ‘좋은게 좋은거지’라고 생각하는 둥글둥글한 성격일텐데 예민한 사람들은 그렇지 못하다. 어떤 문제가 생기면 자신의 불편함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그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은 사회로부터 환영 받지 못한다. 오히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며 기피한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예민할 필요가 있다. 좋은게 좋은거라며 넘기기만 한다면 이 사회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민함을 배워야 한다.






[젠더 교육의 필요성]

  이제까지는 성교육의 필요성만을 실감했다. 특히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는 시기에 따른 올바른 성교육이 필요하고 우리나라의 현실은 상당히 미흡하다는 인식만 있었을 뿐, 구체적으로 필요한 이유와 어떤 방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것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가 ‘젠더 교육’ 에 대한 생각은 아예 해본 적도 없었다. ‘젠더’라는 단어 자체가 풍기는 낯선 느낌도 그렇고 그 어려운 것을 초등학생에게 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책의 목적이 ‘초등학생인 아이들에게 올바른 젠더 교육을 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에서는 교사들이 고심하여 계획한 활동과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젠더 교육에 대해 이해하도록 돕는다. 이런 부분이 일반 학부모나 성인이 읽었을 때도 충분히 이해하기 쉽다는 장점으로 먹힌다. 아이들에게 젠더 교육을 시작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다. 
  더불어, 초등학생에게 젠더 교육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우리 성인들에게 있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들이 너무도 쉽게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성인)조차 너무 당연하게 전해받은 고정관념이라 이것이 문제라는 것 자체를 지적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초등학생과 같이 어린 아이들에게도 젠더 교육은 필요하다. 아이들도 자신들이 겪은 성차별적인 사건과 발언에 대해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는 인식이 필요하다.







[성인에게도 필요한 젠더 교육]

  최근 흥미를 갖게 된 유투브 채널에서 성인 남성이 생리대를 주제로 촬영한 동영상을 본 적이 있다. 생리대는 왠지 모르게 비밀스러운 느낌을 풍겼고, 여자들 사이에서도 암묵적으로 쉬쉬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니가 전세계의 여성 대부분이 겪었고, 겪어왔고, 겪어갈 생리에 대하여 모두 암묵적으로 숨겨왔다는 소리다. 놀랍게도 동영상 속의 남성은 생리대를 어떻게 착용하는지, 생리혈이 어떤 형태인지, 생리를 조절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전혀 몰랐다. 방송을 하는 남성이 성인인데도 불구하고 생리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었다.

  생리대 파문이 일었을 때 여성의 생리에 대해 비하하거나 비꼬는 댓글이 있었다. 과연 이런 현상은 왜 발생했던 것일까? 그것은 무지에서 나온 혐오다.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에 막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생리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다면 ‘생리가 나올 것 같으면 화장실에서 누고 와.’, ‘생리도 오줌처럼 좀 참으면 안돼냐?’, ‘생리통으로 생리휴가를 쓴다니 유난스럽다.’와 같은 반응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교과서에서 배운 생리주기와 배란주기를 계산할 줄 안다고, 생리의 정의를 안다고 해서 그것을 모두 이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마치 다 이해했다는 듯이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 모르는게 있다면 배움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무지에서 나오는 혐오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도 젠더 교육은 필요하다. 
  또한 성인들에게 젠더 교육이 필요한 이유는 바로 성인들이 아이들을 이끌어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쉬쉬하고 피하기만 했던 성과 관련된 것을 정면으로 보고 이해하며 좀더 편하게 말한다면 분명 아이들 또한 나와 다른 성을 이해하는 데 거부감이 없을 것이다. 성교육 시간에 부끄러워하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다. 아이들이 자신과 다른 성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공감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화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우선 성인들이 노력해야 한다. 우리가 젠더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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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죽재전보 클래식그림씨리즈 4
호정언 지음, 김상환 옮김, 윤철규 해설 / 그림씨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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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화에 대한 책은 많이 읽어왔지만 동양화에 대한 책은 사실 이번이 처음이다. 내가 서양화에 관심이 많은 편인데다가 아마 시중에서 접할 수 있는 책 대부분이 동양 미술보다는 서양 미술에 대한 책이라는 것도 이러한 접근성에 한몫하리라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학창시절에 배웠던 미술 수업에서도 동양화보다는 서양화에 훨씬 큰 비중을 두었던 것 같다. 호기심과 기대로 펼쳐본 [십죽재전보]를 다 읽을 때 쯤 그런 의문이 들었다. 나는 왜 가까이 있는 것에 관심을 멀리해왔을까. 동양 미술에서만 느낄 수 있는 아름다움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책을 다 읽고서 녹색창에 검색해보았으나 생각보다 많은 정보가 나오지 않았다. 이 작품이 대단하다는건 설명하면서 왜 대단한지, 어떤 포인트를 보면서 즐겨야하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다. 그나마 있는 설명 또한 이 책을 읽고 싶게 만드는 말은 아니여서 안타까웠다. 


  [십죽재전보]는 명나라 말의 문인 호정언이 편찬했으며, 쉽게 설명하자면 '시화'를 모아 묶어놓은 일종의 시집 같은 것이다. 다만 글보다는 그림에 비중을 두었기 때문에 글이 그림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는 역할을 하여 그림에 더욱 집중하도록 돕는다. 책의 초반에 '시전지'가 시작이었다는 설명이 있다. 작은 책갈피 등에 글과 그림을 그려 꽂아두던 '시전지'가 발전하여 [십죽재전보]와 같은 책으로 묶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보니 크게 특별한 것을 담는게 아니라 일상의 한 부분을 표현한다. [십죽재전보]는 한작품, 한작품을 어렵지 않게 설명되어 있기 때문에 동양화를 전혀 모르는 사람도 작품을 즐길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이 책을 읽고나서 든 생각은 소장가치가 있다는 것이었다. 무엇보다도 책이 누드제본으로 되어있어 페이지마다 180도로 쫙쫙 펴지는 것이 좋았다. 누드제본을 처음 접했는데 그림을 감상하며 읽기에 적합한 제본 방식이라 감탄했다. 그리고 그림책인만큼 종이 자체의 재질이 우수하다. 덕분에 공화기법으로 만들어진 작품 또한 충분히 표현되었다고 생각한다. 공화기법이란 문양을 새긴 목판에 아무런 색을 칠하지 않고 마렌(바렌)으로 문질러 종이에 요철처럼 돋움 문양이 새겨지도록 하는 수법이다. 선과 색이 아닌 요철로 표현되기 때문에 일반 종이로는 전달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다. 즉, [십죽재전보]를 단순히 책으로 펴낸 것이 아니라 책 자체가 작품을 전달하는데 최선을 다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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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모든 성격 - 나를 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인간 개념어 사전
최현석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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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책의 저자는 '인간개념어사전'이라는 큰 틀에서 다양한 주제의 책을 출간하는데, 그 시리즈의 이번 주제가 바로 [인간의 모든 성격]이다. '성격'이라는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성격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는 사람도 드물 것 같다. 우리는 많은 사람들 속에서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데, 저마다 각기 다르게 생각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충돌이 생긴다. 이 책의 내용은 인간이 갖는 성격에 대한 전문적이고 포괄적으로 정리한 것이기 때문에 충돌이 생기는 원인에 대하여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단순히 충돌에서 벗어나는 것 뿐만 아니라 나의 이해를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나와 타인의 이해를 통해 사회를 이해함으로써 통찰력있는 사회구성원이 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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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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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직장 생활은 처음이라서요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나는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졸업 후 석사 과정을 밟을려고 몇 년간 준비해온 시나리오가 무너지고 갑자기 취업을 해야했기 때문에 그 흔한 취업스터디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신입은 그저 무조건 배우고 열심히 인사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울었던 날이 기억난다. 그 날은 내가 회사의 '차장님'께 메일을 보낼 일이 있었다. 살면서 첫 직장인데다가 처음 상사에게 보내는 메일이라 나름 신중하게 메일을 보냈는데 나는 순식간에 싹수 노란 신입이 되었다. 회사에서 쓰는 '예의 바른' 메일 형식은 따로 정해져있던 것이다. 

  

  회사에서 메일을 쓸 때는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그 당시에는 '미생'과 같은 드라마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사회 생활을 간접 경험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이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가 생길 정도의 일인지 의문이 들지만 여하튼 사회는 그런 곳이었다. 배운 적 없어도 알아서 해야하고 몰라도 알아야 하는 그런 곳.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처음하는 직장 생활은 서툴 수 밖에 없다. 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정말 잘 맞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나이가 어린 탓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 직장 생활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렵고, 힘들고, 서툰 것이다. 이미 충분히 버겁기 때문에 나까지 나를 자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직장 생활 자체가 처음인걸 어떻게 하랴.




2. 꼰대에 대하여

 나는 여러 장르의 책을 읽는 편이다. 에세이를 가장 좋아하지만 대채로 가리는 것 없이 읽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많은 생각과 각자의 삶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세상에 책을 읽는 수많은 사람들보다 부족한 독서량이겠지만 내 생활을 유지하며 독서하는 시간을 확보한 것에는 자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도 당당하게 쓰는 것이다. (혹시나 내 글을 읽으며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미리 언급해두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바로 '꼰대'다. 아마도 책을 쓴 많은 작가님들의 삶 속에 꼰대가 있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어딜가든 존재하는 것이 꼰대인가보다.    

  

  여러 책을 읽으며 꼰대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읽었다.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았더니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읽었던 책 속에서의 꼰대는 '단순히 나이 먹은 늙은이'가 아니었다. 뭐라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히 나이 먹은 늙은이를 뜻하는 말이기 보다는 어떤 공통된 진상 짓을 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대사로는 '내가 신입 때는 말이야~'등이 있다. 

  

  물론 나도 직장생활을 하며 많은 꼰대들을 만났다. 그들의 악행은 술 한잔하며 밤새 욕할 수 있을 정도로 구구절절하지만 직접적으로 면상에 대고 던질 수 없는 말들이라 잊고자 애쓰는 중이다. 다만 그 꼰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그들의 만행에 저항했던 내 다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 위해서이다. 나는 그들이 정말 싫었기 때문에 정말 두려웠다. 혹시나 내가 경력이 쌓여가면서 저런 모습으로 변할까봐 걱정했다. 내가 받아온 것을 답습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시간 축척된 문화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꼰대가 되어 내 자식들에게 꼰대짓을 하는 걸 상상하니 너무도 부끄러웠다. 꼰대는 자기가 꼰대인 줄도 모른다던데 그런 아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꼰대를 만나면 최대한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애쓴다. 나는 여전히 괜한 것을 알고 배우게 될까봐 두려운 중이다. 



3. 요즘 것들의 요즘 책

  요즘 이런 종류의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책이라 함은 '직장인의 애환'을 해학과 풍자를 통해 풀어낸 책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읽었던 책으로 '일하기 실어증입니다'도 있었다. 분명히 직장생활에 대한 어려움은 오래 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이 문제가 사회의 그늘에서 양지로 이제서야 올라왔다. 그렇다면 왜 '요즘 책'이 나오게 된 것일까? 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과 자신의 삶을 분리하여 내 정서를 보호하고 내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 생활을 놓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장에선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나' 또는 '가족'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다. 

  

  직장에는 그 특유의 문화가 있다. 혹자는 '군대식 문화'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요하고, 업무 시간 외의 시간에 연락하여 언제든 답장하게 만들고, 인신공격과 더불어 쌍욕까지도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야 했다. 직접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폭력에 노출 되어 있다. 그리고 상사는 회사를 위해 니 몸 하나 불사지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내 삶의 구역이 줄어들고 회사에 얽히는 구역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스스로의 잘못이라 탓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사실 그 직장의 문화가 잘못된 것이지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니 잘못이 아니야, 다들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웃게 만드는 유머가 많았다. 진지한 방법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머가 적합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의 유머는 직장 생활의 문제를 자연스레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우리는 즐겁게 공감하면서도 문제점에 대해 확실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유머는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런 유머가 담긴 '요즘 책'이 많은 대중들에게 주목 받아야 하는 이유는 책에 등장하는 직장인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쉬쉬하며 덮어두면서 외면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변화'가 일어야 한다. 우리는 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 '요즘 책'을 통하여 문제를 직면했다.  사실 '문제점'을 '문제'라고 인식하기까지도 우리 사회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움직여서 문제점을 인식하였으니 이제 '더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http://blog.naver.com/babbling_1726/22126171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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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의 눈 + 어린 왕자 (문고판) 세트 - 전2권
저우바오쑹 지음, 최지희.김경주 옮김 / 블랙피쉬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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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린왕자'를 처음 읽었던 것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였다. 그 시기를 아주 또렷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그 당시에 책을 좋아하던 내 모습을 자랑하던 엄마 때문이다. 초등학교 2학년 밖에 되지 않은 딸이 '어린왕자'를 읽고 이해한다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던 엄마의 말소리에서 행복이 느껴졌다. 나는 엄마의 행복을 깨고 싶지 않았고 어떤 의무감으로 책을 읽었다. 당연히 꾸역꾸역 읽었던 '어린왕자'에서 어떠한 것도 느낄 수 없었다. 기껏해봐야 어린왕자가 죽었다고 생각하고 안쓰러운 감정을 느끼는 정도.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하긴 했으나 사실 '어린왕자'를 이해할 정도의 독서역량은 가지고 있지 않았던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만화책을 좋아하는 편이었지 글자만 가득한 책을 선호하진 않았다. 오히려 책의 매력을 알게된 것은 성인이 되고 나서였다. 이제는 엄마의 자랑에 의무감을 느끼며 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내가 즐거워서 책을 읽는다. 이제는 만화책보다 글자만 가득한 책을 읽으며 즐거움을 느낀다.  
  이번에 읽은 책은 '어린왕자의 눈'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어린왕자'를 또 다시 읽어봤는데 분명 읽어보았던 책이고 아는 내용인데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어린왕자의 눈'을 쓴 작가는 '어린왕자'를 통해 사람들이 인생의 진리와 방향에 대하여 알기를 바라는 듯 했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가볍게 읽었던 내용이 생각보다 무거운 진리를 담고 있다고 느껴졌고, 단순한줄 알았던 어린왕자에게서 무엇보다 진한 동심을 느낄 수 있었다. 20살이 지나서야 제대로 된 어린왕자를 만난 기분이 들어 좋았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인 줄로만 알았던 '어린왕자'는 사실 어른들을 위한 동화였다. 



1. 길들여지지 않는 삶은 의미없다.

  아마 책 전반에 걸쳐 가장 중요하게 나오는 개념이 '길들여짐'일 것이다. '길들이다'는 단어만 보았을 때 썩 좋아보이지 못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길들여짐'의 어감이 '복종'이나 '주종 관계'를 떠올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의 '길들여짐'은 그런 의미와는 관계가 멀다. 작가가 말하는 '길들이다'는 '관계를 맺음'을 의미한다. 즉, 나와 아무런 관련이 없던 어떤 것으로부터 관심을 가지고 그것과의 관계를 맺은 후 그 관계를 발전 시킨다는 의미로 쓰인다. '어린왕자'에서의 여우를 기억하는가? 여우는 어린왕자에게 자신을 길들여달라고 부탁한다. 여우는 어린왕자와 관계를 맺음으로서 자신이 행복해질 것을 알았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청한 것이다. 그렇다면 여우의 행동으로 보아 나오는 결론을 추측하면 사람은 길들여짐(관계)를 통해 행복을 얻는다고 얘기할 수 있다. 그렇다면 작가는 '인간은 관계를 통해 행복을 얻는다'고 주장하는 것에서 볼 때, 길들여짐을 통해서 얻는 것은 무엇인가? 작가는 이것 또한 '어린왕자'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했다. 여우는 어린왕자의 헤어짐을 앞두고 말했다. 어린왕자의 길들임을 통해 아무렇지도 않던 밀밭을 보며 어린왕자의 금발을 떠올릴 수 있다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밀밭이 어린왕자의 길들임을 통해 여우에게 특별해진 것이다. 이 관점을 내 삶에 적용해보자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 그 사람과의 관계를 맺으면 나는 그것으로 행복을 얻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 사람과 함께한 기억에 행복할 수 있고, 그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것들로부터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 '길들여짐'은 굉장히 중요한 개념이다. 



2. 개인의 행복은 사회제도와 연결되어 있다.
  작가가 주장하는 '길들여짐'에 대하여 생각하다보니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하는 생각으로 연결되고 끝으로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는가'하는 문제에 닿았다. 특히 요즘과 같이 '행복한 삶'에 대한 욕구가 표현되는 시기에 정말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저마다 주어진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것으로 주어진 인생을 채운다. 그 과정에서는 행복만 있는 것이 아니지만 어찌되었던 간에 주어진 시간을 보내면서 기왕이면 행복한 일을 채우는 것을 소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내 인생은 내가 채우는 것이기에 나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다. 어차피 내가 행복하다고 말하고 정의 내리면 되는 것이라는 좁은 생각 안에서 스스로의 행복은 알아서 챙겨가는 것이라 여겼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사회와 개인을 분리하게 되었고, 개인의 행복과 사회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에 읽었던 책(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과 이번에 읽은 '어린왕자의 눈'을 통해 개인의 행복과 사회제도가 깊은 관여가 있다는 글을 읽었고, 그 글에 타당성이 있음을 느낀 후로 내가 얼마나 좁은 시야로 살아왔는지 알 수 있었다. 
  내가 홀로 개인의 행복을 주장하는 것은 회피에 가까운 행동이었던 것 같다. 물론 개인의 행복을 달성하는 것이 사회 전체를 행복으로 끌어올린 후에야 이루어지는 일은 아니다. (이 생각은 여전하다.) 하지만 개인의 행복과 사회가 아예 분리된 것이고 전혀 연관이 없다는 말은 더이상 할 수가 없었다. 개인이 행복하기 위해 사회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아주 바람직한 자세다. 정치나 사회에 관심이 없다는 핑계로 선거일을 하루 휴가로 여기고서는 투표 따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큰 일이 벌어지겠냐 생각했던 지난 안일한 날들이 사실은 도피였다. 지금 사회를 이만큼 끌어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희생이 있었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나은 사회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위한 것이라 생각하며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느꼈다. 개인의 행복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회가 행복해야지만 우리는 사회의 제도로부터 억압이나 피해를 받아 불행할 일에서 멀어진다.


3.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하여
  작가는 결국 모든 사람이 죽음을 통해 공(空)으로 간다고 했다. 공(空)으로 간다는 것은 아무것도 남지 않음을 의미한다는 것인데 그런 시점으로 삶을 바라보면 굉장한 회의가 밀려올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공(空)으로 보내고 무엇을 남겨야 할지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인간의 삶은 유한하다. 내 삶 또한 언젠간 끝이 있기 마련이며 세상에 존재하던 내 육신은 죽음이 지나간 후에 썩어서 자연으로 돌아가며 무(無)가 된다. 결국 세상에 존재했던 내가 사라지는 것이다. 하지만 내 육신이 사라진다하여 내 모든 것이 없어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는 동안 삶을 채워나갈 무언가를 계속 만드는 것을 시도한다면 어쩌면 전부가 공(空)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지 않을까. 지금 열심히 책을 읽고 책에 대한 생각을 쓰는 이 행위가 혹시 누군가의 삶에 관여하여 의미를 주게 된다면 그 '길들여짐'은 세상에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삶의 모든 것이 공으로 돌아가는 것은 아니다. 분명 어떤 것을 남길 수 있기 마련이다. 가끔 시간을 죽인다는 표현을 쓴다. 시간은 내가 죽이지 않아도 흐르는데 굳이 시간을 죽인다고 말하는 것은 내가 그 시간이 귀하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마치 무한한 듯 여기지만 시간은 끌어다 쓸 수도 없고 나중을 위해 남겨둘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지금을 위해 살며 아름다운 마지막을 위해 무언가 남기는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어린왕자를 읽다보면 많은 어른들이 나온다. 폭군, 주정뱅이, 허영심에 가득찬 사람, 바쁜 사람... 그들은 하나같이 모두 외톨이다. 누구와의 길들임도 겪지 않고 홀로 인생을 산다. 그러다보니 그들은 남기는 것이 없다. 아마 삶의 마지막 순간이 왔을 때 그 무엇도 남기지 못했음을 실감하고 괴로울 수도 있다. 생텍쥐페리가 굳이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어른들의 모습을 표현한 것은 그런 어른이 너무 많고 그들이 중요한 것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당장 눈 앞의 것을 보느라 아름다운 마지막을 준비할 수 없는 어리석음을 직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약 이 세상에 단 한명이라도 나를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이가 생긴다면 (진심으로 길들여지는 관계를 맺는 사람이 생긴다면) 삶은 생각보다 넓고 커질 것이다.



4. 18년 만에 다시 만난 어린왕자
  아직 나는 매우 어리다. 세상의 진리를 깨우치기에 경험이 적고 그 경험으로 만들어진 내 그릇은 작다. 그래서 책을 통해 간접 경험 하는 것을 중요하다. 간접 경험은 내 시야를 넓혀주고 나를 진리에 가깝게 해주리라 생각한다. 어린왕자를 다시 만났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보다 18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책 속의 어린왕자는 그대로였다. 여전히 순수하고 동심을 품고 있으며 맑고 고운 품성을 지니고 있었는데 나는 변했다. 그 당시에는 어린왕자에게 안타까움 밖에 느끼지 못했으나 지금은 더 많은 것을 보았다. 아마 또 10여년이 흐른 뒤 다시 어린왕자를 만난다면 또 새로운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진정한 행복을 위해 우리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한 작가의 흔적이 보였던 것이다. 앞으로도 '어린왕자'는 이어질 것이고 '어린왕자의 눈'을 쓴 작가와 같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세상은 더욱 행복해질 것이다. 그 행복을 위해 나도 노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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