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다닐 거면 나부터 챙깁시다 - 매일같이 털리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멘탈 스트레칭 에세이
불개미상회 지음 / 허밍버드 / 2018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직장 생활은 처음이라서요

직장 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나는 준비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졸업 후 석사 과정을 밟을려고 몇 년간 준비해온 시나리오가 무너지고 갑자기 취업을 해야했기 때문에 그 흔한 취업스터디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신입은 그저 무조건 배우고 열심히 인사하면 되는 건 줄 알았다. 처음 회사에 들어와서 울었던 날이 기억난다. 그 날은 내가 회사의 '차장님'께 메일을 보낼 일이 있었다. 살면서 첫 직장인데다가 처음 상사에게 보내는 메일이라 나름 신중하게 메일을 보냈는데 나는 순식간에 싹수 노란 신입이 되었다. 회사에서 쓰는 '예의 바른' 메일 형식은 따로 정해져있던 것이다. 

  

  회사에서 메일을 쓸 때는 어떤 것을 주의해야 하는지 배운 적이 없다. 그 당시에는 '미생'과 같은 드라마도 없었기 때문에 내가 사회 생활을 간접 경험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그 일이 싸가지 없다는 이미지가 생길 정도의 일인지 의문이 들지만 여하튼 사회는 그런 곳이었다. 배운 적 없어도 알아서 해야하고 몰라도 알아야 하는 그런 곳. 그런 의미에서 당연히 처음하는 직장 생활은 서툴 수 밖에 없다. 나는 직장 생활을 시작하고 정말 잘 맞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물론 나이가 어린 탓에 그런 것도 있겠지만 아마 직장 생활이 적성에 맞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렵고, 힘들고, 서툰 것이다. 이미 충분히 버겁기 때문에 나까지 나를 자책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직장 생활 자체가 처음인걸 어떻게 하랴.




2. 꼰대에 대하여

 나는 여러 장르의 책을 읽는 편이다. 에세이를 가장 좋아하지만 대채로 가리는 것 없이 읽기 때문에 다양한 사람들의 많은 생각과 각자의 삶을 구경할 수 있었다. 물론 세상에 책을 읽는 수많은 사람들보다 부족한 독서량이겠지만 내 생활을 유지하며 독서하는 시간을 확보한 것에는 자신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이야기도 당당하게 쓰는 것이다. (혹시나 내 글을 읽으며 불편한 사람들이 있을까봐 미리 언급해두는 것이다.) 책을 읽다보면 은근히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있다. 그 단어는 바로 '꼰대'다. 아마도 책을 쓴 많은 작가님들의 삶 속에 꼰대가 있었나보다. 그렇게 생각하면 세상 어딜가든 존재하는 것이 꼰대인가보다.    

  

  여러 책을 읽으며 꼰대에 대한 다양한 정의를 읽었다. 궁금해서 네이버에 검색해보았더니 은어로 '늙은이'를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읽었던 책 속에서의 꼰대는 '단순히 나이 먹은 늙은이'가 아니었다. 뭐라 정확히 정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단순히 나이 먹은 늙은이를 뜻하는 말이기 보다는 어떤 공통된 진상 짓을 하는 사람들을 이르는 말이었다. 예를 들어 그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대사로는 '내가 신입 때는 말이야~'등이 있다. 

  

  물론 나도 직장생활을 하며 많은 꼰대들을 만났다. 그들의 악행은 술 한잔하며 밤새 욕할 수 있을 정도로 구구절절하지만 직접적으로 면상에 대고 던질 수 없는 말들이라 잊고자 애쓰는 중이다. 다만 그 꼰대들에 대한 이야기를 굳이 꺼낸 이유는 그들의 만행에 저항했던 내 다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기 위해서이다. 나는 그들이 정말 싫었기 때문에 정말 두려웠다. 혹시나 내가 경력이 쌓여가면서 저런 모습으로 변할까봐 걱정했다. 내가 받아온 것을 답습하지 않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랜 시간 축척된 문화가 쉽게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꼰대가 되어 내 자식들에게 꼰대짓을 하는 걸 상상하니 너무도 부끄러웠다. 꼰대는 자기가 꼰대인 줄도 모른다던데 그런 아둔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지금도 꼰대를 만나면 최대한 관심을 갖지 않으려고 애쓴다. 나는 여전히 괜한 것을 알고 배우게 될까봐 두려운 중이다. 



3. 요즘 것들의 요즘 책

  요즘 이런 종류의 책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이런 종류의 책이라 함은 '직장인의 애환'을 해학과 풍자를 통해 풀어낸 책을 의미한다. 비슷하게 읽었던 책으로 '일하기 실어증입니다'도 있었다. 분명히 직장생활에 대한 어려움은 오래 전부터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제서야 이 문제가 사회의 그늘에서 양지로 이제서야 올라왔다. 그렇다면 왜 '요즘 책'이 나오게 된 것일까? 나는 사람들의 가치관이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직장과 자신의 삶을 분리하여 내 정서를 보호하고 내 시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진 것이다. 그렇다고 직장 생활을 놓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직장에선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외의 시간에는 '나' 또는 '가족'을 위해 살겠다는 것이다. 

  

  직장에는 그 특유의 문화가 있다. 혹자는 '군대식 문화'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요하고, 업무 시간 외의 시간에 연락하여 언제든 답장하게 만들고, 인신공격과 더불어 쌍욕까지도 당연하다는 듯이 들어야 했다. 직접적인 폭력은 아니지만 분명 많은 사람들이 정신적인 폭력에 노출 되어 있다. 그리고 상사는 회사를 위해 니 몸 하나 불사지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들었다. 당연히 내 삶의 구역이 줄어들고 회사에 얽히는 구역이 늘어나면서 직장인들은 많은 스트레스를 스스로의 잘못이라 탓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니다. 사실 그 직장의 문화가 잘못된 것이지 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니 잘못이 아니야, 다들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고 있어.'라고 말해주지 않았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를 웃게 만드는 유머가 많았다. 진지한 방법이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는 유머가 적합한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방식의 유머는 직장 생활의 문제를 자연스레 수면 위로 끌어올렸고, 우리는 즐겁게 공감하면서도 문제점에 대해 확실히 인식할 수 있게 된다. 유머는 조금 더 편하게, 그리고 즐겁게 우리에게 전달된다. 그런 유머가 담긴 '요즘 책'이 많은 대중들에게 주목 받아야 하는 이유는 책에 등장하는 직장인이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직장 생활의 어려움을 쉬쉬하며 덮어두면서 외면하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문제가 해결되려면 '변화'가 일어야 한다. 우리는 이 변화를 이끌기 위해 '요즘 책'을 통하여 문제를 직면했다.  사실 '문제점'을 '문제'라고 인식하기까지도 우리 사회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의 가치관이 움직여서 문제점을 인식하였으니 이제 '더 좋은 직장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해결방안을 찾아가야 한다.  




http://blog.naver.com/babbling_1726/2212617157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