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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데이 파더스 클럽 -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
강혁진 외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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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아빠들은 육아에 대한 참여도가 높다. 우리 부모님 세대만 해도 여성이 애를 낳는 것, 그리고 기르는 것이 아주 당연한 시대였지만 지금은 인식이 많이 달라지고 있다. 직접 육아를 하는 입장에서 아이는 여성 혼자 낳아 기르는 게 불가능 한 것은 아니지만 함께 했을 때 더 의미 있다는 것에 점점 확신을 가지게 된다. 아기를 낳는 것은 온전히 내 몫이였지만 키우는 것은 함께할 수 있으니까.

《썬데이 파더스 클럽》은 육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아빠들이 쓴 육아일기이다. 요즘 육아에 찌들어 책 읽는 것이 힘들던 찰나에 만난 이 책은 육아에 대한 긍지와 책 읽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동시에 만족시켜준 아주 고마운 책이였다. '육아일기를 가장한 아빠들의 성장일기'라는 소개에서 육아가 단순히 '노동' 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직 육아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들은 알 수 없지만 육아를 경험한, 또는 육아 중에 있는 사람들은 알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키우는 일이 단순히 한쪽의 희생만이 아니라는 것을.

물론 아기와 함께하는 생활에서 부모가 희생할 부분이 많지만 단지 그뿐만이 아니다. 그 과정을 통해 얻는 것이 분명히 있다. 현실 육아에 너무 지쳐서 그런 긍정적인 부분이 보이지 않는 사람, 육아가 걱정인 예비 부모, 아기를 키우는 것에 대해 궁금한 사람, 요즘 육아에 대해 알고 싶은 조부모, 육아의 (긍정적인) 진가를 간접 경험해보고 싶은 미혼 등등. 엄마나 아빠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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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6
구병모 지음 / 창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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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내 학대와 길 잃은 청소년들 ]
결말이 너무 충격적이어서 결말만은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다시봐도 역시나 충격적이었다. 그러니까 아버지의 무관심은 사실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싶다'거나 '겉으로라도 평범한 가족을 이루고 싶다'는 욕망에서 나온 행위가 아닌 '자신의 추잡한 행실에 대한 회피'였다. 본인의 잘못으로 피해 받는 아들에 대한 죄책감은 단 한 방울도 없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방어 기제, 그 속에서 죄없는 주인공은 학대로 죽어가고 있었다. 아버지의 무관심은 배 선생의 학대 만큼이나 잔인한 행동이다. 그것은 직접적으로 가해진 학대는 아니었지만 간접적인 학대다. 결국 그 가정 내에서 주인공은 온갖 학대를 경험한 것이다.

배 선생은 세상 모든 원망을 주인공에게 돌렸다. 말 그대로 지지고 볶은 것인데, 처음에는 눈에 띄지 않는 말로 시작됐지만 그 정도는 날로 심해져서 후에는 피가 터질만큼의 물리적인 폭력을 가한다. 물론 16살의 남자 아이가 여성을 힘으로 이길 수 없을 리 없지만 주인공의 마음 속에는 '가정을 유지해야 한다'는 순수한 의무감이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의무감은 가족들 중 누구도 갖고 있지 않았고, 순수한 탓에 그 모든 피해와 고통을 혼자 짊어져야 했다. 어른들 중 누구도 애쓰지 않는 가족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참아온 주인공에게 돌아온 것은 '더 심해진 폭력'과 '이기적인 무관심' 뿐이었다. 이미 가족의 형태는 와해된 것이나 다름 없었는데도 말이다.

이 작품에서 눈에 띄는 설정 중 하나가 주인공이 말을 더듬는 증상이 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어린 시절부터 시달려온 정서적 학대로 인해 생긴 증상으로 자연스러운 듯 하지만, 이 장치로 인해 주인공과 배 선생의 갈등은 폭발하기에 이른다. 배 선생이 자신을 죽일 것처럼 달려드는 상황에서도 말로 설명하지 못하고 도망을 치는 선택을 한 것은 말을 더듬는 증세로 자신을 변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상황을 다른 어른들에게 설명하기에도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주인공은 더욱 고립 되버렸고, 결국 동네 빵집으로까지 내몰리게 된다. 확대해서 생각하면 주인공은 가족에게서만 학대를 당한 것이 아니다. 이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많은 어른들(학교 선생님, 주위 이웃 등)에게까지 외면 당했다.

또한 이렇게 학대 받는 청소년들이 갈 곳이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아동학대 생존자가 쓴 책을 읽었을 때도 느꼈던 답답함과 무력함을 또 다시 느꼈다. 주인공이 여섯살에 버려졌을 당시에는 아직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었지만 열여섯인 현재 시점에서는 사실 어느정도 자립할 수 있는 상태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그들을 '법적으로 보호가 필요하다'는 명목으로 다시 집으로 돌려보낸다. 주인공이 위저드 베이커리에 계속 지낼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 소설이 나온지 13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도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가정 내에서 일어나는 일을 그 가족의 일로 치부하는 시선과 부족한 사회 시스템, 그리고 무관심 속에서 갈 곳 잃은 청소년들은 거리로 내몰린다. 결국 또 다른 사회적 문제로 돌아온다.

저자의 강연에서 '소설은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이 기억난다. 그래서 이 소설이 더욱 안타깝고 슬픈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보다 더한 고통 속에서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것조차 생각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 내 폭력과 학대도 문제지만 그 피해자들이 갈 곳이 없고 집이 아닌 곳에서 지낼 수 없는 현실적인 부분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 사회는 이 문제에 대해 어줍잖은 책임이 아닌 적극적인 시스템과 구체적인 관심으로 접근해야 한다. 많은 이슈로 아동학대에 대한 관심이 늘어가는 것은 다행이면서도 아픈 현실이다. 소설은 허구지만 우리 주위에서는 실제로 고통 받는 아이들이 있다. 어른이 된 이 시점에 다시 만난 이 소설을 읽고서 더욱 마음이 아팠던 것은, 내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금의 나는 '보호받을 존재'가 아니라 '보호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을 상기했다.



[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 ]
이 소설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만드는 제품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인간의 욕망을 담은 마법의 빵! 처음 읽었을 때 '나는 어떤 빵을 샀을까?' 상상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무서워서 못 고르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 같다. 책 속의 사연자들은 비교적 용감하게 빵을 주문하고 사용했다. 다양한 마법이 담긴 빵과 함께 그 속에 깃든 여러 욕망을 엿보면서 인간 본성에 대해 생각 했다. 결국 돌고돌아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든 간에 당장의 욕구를 위해 마법의 빵을 선택하고야 마는 대범함에 놀라기도 했다.

'악마의 시나몬 쿠키' 에피소드에서도 그랬다. 친구에게 악마의 시나몬 쿠키를 먹인 후 일이 잘못되어 친구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는데 그 후로 죄책감에 시달리며 악몽을 꾸게 된 학생이 가게를 찾아와 점장에게 따지고 물었다. 소름 돋았던 것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이 악몽을 꾸는 것'에 대해 어떻게 좀 해달라는 식이었단 점이다. 그 소녀는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 간 것보다 자신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데에 혈안이 되있었다. 남의 가슴에 칼을 꽂힌 칼보다 내 손에 박힌 가시가 더 아픈 것이다.

점장은 빵을 주문하기 전에 제품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읽고 선택해야 하며 그에 대한 책임은 본인이 감당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몇몇 에피소드에서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을 점장에게, 혹은 그 마법의 빵에게 떠넘긴다. 특히 나쁜 결과를 일으켰을 때 더더욱 그러했다. 어릴 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선택에 대한 책임'에 집중했던 것 같다. 무조건 자신의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다시 읽어보니 그런 교훈적인 내용보다 위로를 받았다. '잘못된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점장의 말 때문이었다.

"틀린 선택을 했다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야. 선택의 결과는 스스로 책임지라는 뜻이지. 그 선택의 결과까지 눈에 보이지 않는 힘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너의 선택은 더욱 돌이킬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갈 거란 말을 하는 거야."

살다보니 잘못된 선택을 하는 경우가 왕왕 있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더욱 그런 경험이 쌓였다. 언제나 옳은 선택만을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존재 이유라는 것을 깨닫기도 하면서 위축되고 스스로를 경멸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잘못된 선택'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소녀는 친구를 죽음으로 몰고간 후의 죄책감을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그것을 누군가의 탓으로 돌리거나 다른 마법의 힘으로 해결한다고 한들 그 잘못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잘못된 선택에 대해 충분히 책임을 진다면 그것을 발판으로 다음 번에는 '조금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다. 더 나은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 경험치가 쌓인다. 모두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은 결코 나아갈 수 없다.

모두가 처음부터 옳은 선택만을 한다면 정말 좋겠지만 수많은 상황과 감정 속에서 그럴 수 없는 것에 공감한다. 순간의 판단 미스로 잘못된 결정을 했을 때 그것은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고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나아가느냐는 것이다. 계속 정체되어 썩어버릴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도 주어진 수많은 선택지에서 최선의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 계속해서 잘못된 선택을 하더라도 그 선택에 대한 충분한 책임을 지고 나아가는 방향을 선택하겠다. 이렇게 생각하니 나의 과오에 대한 위로를 받는 동시에 나아갈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



[ 두 가지의 결말: Y의 경우 / N의 경우]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여러가지 빵이 각자 흥미로운 욕망을 품고 있었지만 특히 '타임 리와인더'는 너무 매력적이었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니! 누구에게나 되돌리고 싶은 순간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이 타임 리와인더는 가격이 엄청 비싸고, 시간을 되돌릴 때 이 제품을 구매한 기억을 잃게 된다. (구매자의 시간 또한 되돌아가므로) 그러니까 시간을 되돌린다 한들 그 전보다 반드시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가 된다. 그런 맥락으로 점장의 시간 또한 되돌아가기 때문에 제품을 판매한 금액은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제품이 비싼 이유는 '시간을 함부로 되돌리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타임 리와인더는 홈페이지에서도 '판매 준비중'으로 소개되어 있는 아주 수상적은 물건이다. 점장의 판단 하에 정말 필요한 사람에게만 제공하기 위해 존재하는, 하지만 남발 할 수 없도록 치밀하게 만들어 놓았다.

점장은 이 타임 리와인더를 주인공과 이별 순간에 건낸다. 사실 점장이 주인공에게 이 과자를 준 것은 아주 큰 의미가 있다. 이 소설에서 전반적으로 걸쳐 다루는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가장 도드라지게 보여주는 것이 이 과자의 존재 자체이기 때문이다. 집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하느냐/아니냐에 따라 2가지 결말이 존재하는데 그것이 Y의 경우/N의 경우이다. 이 소설을 처음 접했을 때 이런 식으로 2가지의 결말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책의 저자는 본인이 시작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마무리 짓기 마련인데, 독자가 알아서 해석하는 열린 결말도 아니고 2가지의 결말을 내놓았으니 낯설고 재밌었다. 이 책에 빠져들게 된 이유 중 한몫하는 것이 바로 이 결말 부분이다.

타임 리와인더는 존재 자체로 '선택과 그에 따른 책임'을 증명한다. 그런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했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 주인공의 인생은 어떻게 바뀔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둘 다 가족으로부터 자립하는 결론을 맞는다. 다만 Y의 경우에는 시간을 되돌리는 데 성공했기 때문에 위저드 베이커리에 대한 기억을 잃지만 아버지가 재혼을 하지 않아 배 선생과 무희를 만나지 않는 결말이고(아버지는 이 결말에서도 여아 성추행으로 구속된다), N의 경우에는 고통스러운 과거는 그대로지만 위저드 베이커리의 기억을 안은 채로 독립하여 스스로의 삶을 살아간다. 물론 배 선생과 무희는 집을 떠났고 아버지는 구속된다.

사실 예전에는 두 가지 결말이 아주 다른 결론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결말이 두 가지이니 다양해서 읽는 재미가 컸고, 또 내가 원하는 결말을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13년이 지나 다시 읽었을 때, 어쩌면 두 가지 결말이 같은 맥락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아버지는 구속되며(그 대상이 무희인지 다른 여아인지의 차이만 있을 뿐), 배 선생과 무희는 주인공과 가족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가족 자체가 해체된 후(혹은 아예 성립하지 않으며) 주인공이 자립하게 되는 결말은 Y든 N든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정해진 운명은 그대로였으나 어떤 식으로든 극복하여 성장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타임 리와인더를 사용 여부를 떠나 주인공의 내면에는 처음부터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었던 힘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내면에도 그런 힘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이 이야기의 결말이 해피엔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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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이번 특장판 넘 맘에 드네요...
자세한 리뷰는 블로그에 있어요
https://m.blog.naver.com/babbling_1726/2226975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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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들아! 잘 지내니? -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 빛나는 사람들
조용우 지음 / 달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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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요란한 사춘기를 보낸 동생은 하필 중학생 때 담임 선생님을 잘못 만나서 그 시기를 더욱 격동적으로 보냈다. 동생은 어려서부터 머리가 좋은 편이었는데, 안해서 그렇지 하면 굉장히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다. 그런 동생이 마음 잡고 공부하여 시험을 쳤는데 성적이 너무 잘 나와서 선생님이 커닝을 의심했단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잘못을 반성하라니. 그 예민한 시기의 아이는 엇나가는 길을 선택해버렸다. 그 외에도 많은 일화가 있었는데 그 때마다 힘들어하는 엄마와 동생을 보며 선생님이 참 중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아이들을 향한 관용과 사랑을 베풀어야 한다는 점에서 '나는 선생님이 될 재목이 아니구나'를 깨달았다.

이번에 읽은 책 《얘들아! 잘 지내니?》의 저자는 선생님이다. 무려 1979년부터 2015년까지 학교에서 학생들과 시간을 보냈다. 세월만큼 얼마나 많은 이야기가 있을까. 책은 두꺼운 편이지만 내용이 쉬워 금방 읽을 수 있다. 책의 표지에 보면 '열일곱, 열여덟, 열아홉 그 어떤 꽃보다 아름답고, 보석보다 빛나는 사람들'이란 문구가 있다. 아이들을 향한 선생님의 사랑이 얼마나 넘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선생님은 예술계 고등학교에서 수학을 담당했다. '예체능을 준비하는 아이들이 무슨 수학을?'이라는 생각으로 처음 발을 들였지만, 아이들과 누구보다 진심으로 소통하려고 애쓰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나간다. 글을 읽는 내내 그 애정이 느껴져서 따뜻했다. 투박하고 단정한 문체로 쓰인 이 책은 그 시절을 함께 보낸 학생들에게도 귀한 선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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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모른 채로 사랑한다는 것 - 내가 하는 사랑이 정말 사랑일까, 물음 던진 적이 있었던가.
정상윤 지음 / 달꽃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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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란 무엇인가? 방대하고 무한한 이 질문에 대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경험한 대답을 내놓을 것이다. 연인과의 사랑, 부모 자식 간의 사랑, 반려동식물과의 사랑, 좋아하는 일에 대한 사랑 등등. 사랑이 수많은 것들을 포용하듯이 세상에는 다양한 사랑이 있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과거의 철학자부터 현재의 나에게까지 전달된 이 질문은 아마 평생을 경험하고 고민하면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어려운 문제지만 인간이라면 갈망하는, 해답을 찾고 싶어하는 문제다. 저자에게 사랑은 특별했다. 어떨 때는 목적이 되기도 하고 또 어떨 때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커다란 행복을 주다가도 끝 없는 절망 속으로 떨어지게 만드는 것이 사랑이었다. 그러던 중, 남들처럼 평범하게 산다고 생각했던 날들 속에서 발병한 공황장애는 그의 일상을 무너뜨린다. 그 절망 속에서도 저자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솔직하게 평가하자면, 책의 초반부에는 저자가 느꼈던 허망함과 인생의 번아웃이 너무 강하게 드러나서 흥미를 느끼기 어려웠다. 책에서까지 공황장애 증상을 읽고 싶지 않다고 말했던 동생의 말이 떠올랐다. 타인이 쓴 고통의 기록을 읽는 것이 힘들었다. 또한 저자가 철학을 공부했던 탓인지 문장이 어려운 편이었고, 뚜렷한 답이 없는 문제에 깊이 고민한 흔적이 여실없이 보여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았다. 하지만 중반부부터는 말하고자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백하게 드러났고, 저자 스스로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려가는 것에서 묘한 희망을 느끼며 빠져들었던 것 같다.

이 책은 많은 사람들과 닮아 있다. 평범하게 인생의 큰 굴곡 없는 삶을 산다고 스스로를 평가하는 저자는, 그런 자신에게 들이닥친 공황장애를 이해할 수 없다. 반면 그 일을 계기로 삶을 새롭게 바라본다. 저자에게 '사랑'이란 존재가 그러하듯, 공황장애 또한 그의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네 인생도 그렇다. 모두가 평범한 듯 하지만 각자의 세상에서 마주하는 문제로 고민하고 나아가기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사랑을 고민하는 저자는 스스로를 찌질하다고 말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일반적이고 평범한 사람이다. 그런 솔직함을 깨닫는 순간 이 책이 편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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