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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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친구 중 한 명이 다리를 다쳤다.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해하지 못할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친구였다,
깁스를 하고 풀고 물리치료를 받으며 거의 반 년 가까이 운동을 하지 못한 채 지냈는데
매일 헬스와 요가를 했던 친구는 그 기간 동안 우울증 아닌 우울증을 겪었다고 얘기했다.
(나이 들어 뼈가 부러지니 잘 붙지도 않는다며 하소연을 했고 깁스를 풀고 나서는 내가 봐도 양쪽 다리의 굵기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 안타까운 상황까지...)
'나는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풀려'라는 친구의 말을 들을 때마다
'설마 그럴리가...하지만 속는 셈치고 나도 한 번 해볼까?' 싶었지만 언제나 그 때 뿐이었다.
정기적으로 등록해서 하는 운동은 '가야한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스트레스였다.

읽는 내내 구구절절 공감가는 내용 가득이었다.
격하게 공감하며 빵터진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작가가 전전했던(?) 운동들이 한 때는 유행했던,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해볼까 생각했던 것들이어서 공감이 더 컸다.
재미있는 에피소드들 사이에 진지하면서도 생각해 볼만한 이야기들도 괜찮았다.

내 몸이 소싯적에는 이 정도로 뻣뻣하지 않았는데
나이가 들면 들수록 몸은 통나무가 되어가고 몸무게는 빠지는데 배는 나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는지라
책을 읽으며 신기하게도 이제 슬슬 운동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긴 신기하다고 할 것도 아닌 것이 매번 건강검진 후 의사는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근육량이 극히 적다(거의 없다고 했나?). 그래서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쉽게 피곤해지고 힘든거다. 그러니까 운동을 해야한다. 주절주절주절'

책을 읽으며 신기하게도 이제부터 슬슬 운동을 해볼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운동을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이 책에서 자신의 경험을 간증처럼 풀어내며 운동의 효과와 운동의 필요를 역설했다면
'그래, 너나 많이 해라!'하며 책을 덮었을지 모른다.

일단 거창한 운동은 아니고 일단 내 몸 하나 '제대로' 추스르기 위한 시작으로 걷기부터 시작해볼까?
그리고 이 참에 블루투스 이어폰도 하나 장만해야겠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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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아는 농담 - 보라보라섬에서 건져 올린 행복의 조각들
김태연 지음 / 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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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일이 우리를 위로한다. 사소한 일이 우리를 괴롭히기 때문에.'

-블레즈 파스칼



'보라보라의 시간', 모든 것이 느리게 흘러가는 곳

- 천국같은 섬이지만 외국에서 살아가는 고단함과  
'바보가 된 기분어었다. 그리웠다. 말을 하면 숨겨둔 뉘앙스까지 귀에 탁탁 꽂히는 나의 모국어가.'(29)

- 그곳에서 만나고 겪은 사람들
'세상은 더하고 빼면 남는 게 없는 법...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고, 좋은 일이 생기면 어김없이 나쁜 일도 생긴다. 행복하다기엔 만만치 않고 불행하다기엔 공짜로 누리는 것 투성이다.'(118)
'이유 없이 상처를 입히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조건 없이 호의를 베푸는 사람도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아무래도 삶의 균형이 맞는 것처럼 느껴졌다.'(140)
'모두가 말 못 할 사정이 있다.(145)

- 또 그녀가 하고 싶었고 좋아하는 일들에 관한 글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들을 쓰는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121)
'나의 재능 없음에 대해 전처럼 머리를 쥐어뜯으며 고민하지 않는다. 그럴 시간에 그냥 쓴다. 그렇게 조금씩 나아간다.'(125)

- 그리고 가족에 대한 이야기
'멀어져야만 되레 애틋해지는 관계'(172)


모두가 위를 향해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요즈음
한 박자 쉬며 모두들 slow life를 한 번쯤 꿈꿔보시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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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만찬 - 제9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서철원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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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와 허구가 혼재된 서사에서 소설의 정체성은 '허구'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438)

천주교 박해의 시작인 '진산사건'을 다루며 소설이 시작된다.
천주교를 두고 인정하지 않았으나 부정하지도 않은 임금과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천주교를 정적 제거의 수단으로 삼은 노론과
세상에 대한 희망을 국가가 금하는 종교에서 찾은 백성들...


백여 년이 넘는 세월동안 자신들의 이권을 지켜온 노론에게
정조와 남인들은 제거해야할 대상으로 다가왔다.
노론과 그들의 비선들이라는 표현을 보며 지금의 세태를 떠올리는 건 지나친 비약일까...


여러 역사적 인물들이 얽히고 섥히며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때로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하기도 하고
때로는 '이렇게도 엮나?' 싶을 정도로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설의 묵직한 문체(김훈 작가의 문체가 떠오르기도 한다)는 자칫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둔 허구인 이 소설을 가볍게 여길 수 없도록 만들기도 한다.

소설의 분위기 역시 밝지 않지만(솔직히 어둡다. 매우)
등장인물들은 어두운 시대의 한 구석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이 던지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가 쉽지 않음을 느낀다.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처한 환경과 입장과 생각이 모두 다르므로
누구 하나 만족시킬 수 없다.
자칫 모두의 원망을 듣기 십상이다.
나를 만족시킬 수 없어도, 당신을 만족시킬 수 없어도
그 대상이 누구를 먼저 생각하는지를 우리 스스로가 생각해 본다면
그 대상에게 던지는 원망의 눈초리가 조금은 누그러질 수도 있지 않을까...


'...애끓지 마라. 절실하다고 다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너무 간절한 것은 절망에 지나지 않음을...'(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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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조직 - 심리적 안정감은 어떻게 조직의 학습, 혁신, 성장을 일으키는가
에이미 에드먼슨 지음, 최윤영 옮김 / 다산북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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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리더는 구성원끼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실수를 통해 학습하는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9)

저자가 제시하는 조직 구성원들의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게 결국 '소통'의 다른 이름, 아닐까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조직 생활을 하며 한 번 정도는 해본 말, 그리고 들어본 말
"이해는 하지만 그건 네가 팀장이 된 후에 해."
이런 말을 듣는 순간 팀원들은 입을 닫게 된다.

누구나 나의 결정과 행동에 대한 의문을 던지는 것은 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불편한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 불편함을 감수할 수 있는 마음가짐과 태도를 가지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시대와 문화는 변하기 나름이다.
경영진이 사원이었을 당시에는 시키는 일만 꾸역꾸역 해내는 것이 능력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조직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은 당시의 사회적 특수성 때문에 능력으로 인정받았을지 모르겠지만
조직은 군대가 아니며 사회생활은 전쟁이 아니다.

삶을 전쟁에 비유하곤 하지만 그것은 그저 비유일 뿐이다.
전쟁같은 삶을 살기 위해 조직에 들어간 것은 아니다.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수단으로 조직을 선택했을 뿐이다.
다양한 의견을 내는 것을 불편해하지 않고 '그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수 있는 조직문화...이상적이다.

당장 그렇게 되기에는 우리의 조직문화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는 않겠지만
뭔가 잘못된 것을 깨닫기 시작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그렇게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변해간다면 '상명하복'식의 딱딱한 조직도 변할 것이다.
'잘 되겠지~'라는 낙관적인 말을 썼지만
그 변화를 감수할 의사가 없다면, 또는 애써 외면한다면 머지않아 그 조직은 사라질 것이니 
어쩌면 선택의 여지가 없는 필수사항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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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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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18)

제리코, 들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팡탱-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보나르, 뷔야르, 발로통, 브라크, 마그리트, 올든버그, 프로이트, 호지킨
17명의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예술 에세이

이 책에 실린 글은 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 잡지 《현대 화가》를 비롯한 여러 유명 잡지에 실린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작가의 예술관부터 작품에 관한 에피소드, 심지어 작가의 사생활까지,
줄리언 반스의 상식과 미술에 대한 전문가 못지 않은 이해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게다가 작가의 (조금은 민망할 수도 있는) 사생활에 대해 이토록 고상하게 쓸 수 있다니...그 또한 대단하다 싶었다. 
흔히 말하는 전문가가 쓰는 '미술 평론'이 아닌 해박한 지식을 가진 미술 애호가이자 소설가(미술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 못지않은)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한다.

술술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아는 작가와 관심 있는 작품이 나오면 흥미가 생겼지만
잘 모르거나, 아예 모르는 작가가 나오면 솔직히 집중하며 읽기가 힘들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왜 이렇게 그렸는지...
누군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모른 채 넘어갔을 것이다.
역시 이 점만 봐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몰랐지만 알게 된 작가들과 작품들, 그 중에서 인상 깊은 작가와 작품들도 있었고 불편한 부분 역시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역시 예술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원제인 'Keeping an Eye Open'
눈도 열고 마음도 열고...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 비록 불편한 작품일지라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나쁜 미술, 즉 거짓을 말하고 속임수를 쓰는 미술 작품은 화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무사할 지 몰라도 "거짓은 결국 들통나게 되어 있다." 가짜와 사기꾼은 언젠가는 발각된다.'(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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