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리언 반스의 아주 사적인 미술 산책
줄리언 반스 지음, 공진호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미술은 단순히 흥분을, 삶의 전율을 포착해 전달하는 것이 아니다. 미술은 가끔 더 큰 기능을 한다. 미술은 바로 그 전율이다.'(18)

제리코, 들라크루아, 쿠르베, 마네, 팡탱-라투르, 세잔, 드가, 르동, 보나르, 뷔야르, 발로통, 브라크, 마그리트, 올든버그, 프로이트, 호지킨
17명의 화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에 대한 줄리언 반스의 예술 에세이

이 책에 실린 글은 1989년부터 2013년에 걸쳐 영국의 미술 전문 잡지 《현대 화가》를 비롯한 여러 유명 잡지에 실린 에세이를 모은 것이다.
작가의 예술관부터 작품에 관한 에피소드, 심지어 작가의 사생활까지,
줄리언 반스의 상식과 미술에 대한 전문가 못지 않은 이해에 입이 쩍 벌어질 정도였다. 
게다가 작가의 (조금은 민망할 수도 있는) 사생활에 대해 이토록 고상하게 쓸 수 있다니...그 또한 대단하다 싶었다. 
흔히 말하는 전문가가 쓰는 '미술 평론'이 아닌 해박한 지식을 가진 미술 애호가이자 소설가(미술에 대한 지식은 전문가 못지않은)만이 쓸 수 있는 글이 아닐까 한다.

술술 읽히는 글은 아니었다. 아는 작가와 관심 있는 작품이 나오면 흥미가 생겼지만
잘 모르거나, 아예 모르는 작가가 나오면 솔직히 집중하며 읽기가 힘들었다.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그들이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 주변 사람들과는 어떻게 다른지, 왜 이렇게 그렸는지...
누군가 이야기 해주지 않았다면 그냥 모른 채 넘어갔을 것이다.
역시 이 점만 봐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게 딱 맞는 말이다.
몰랐지만 알게 된 작가들과 작품들, 그 중에서 인상 깊은 작가와 작품들도 있었고 불편한 부분 역시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 역시 예술을 대하는 기본적인 자세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원제인 'Keeping an Eye Open'
눈도 열고 마음도 열고...열린 마음으로 작품을 대하는, 비록 불편한 작품일지라도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자 하는 태도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아닐까?


'나쁜 미술, 즉 거짓을 말하고 속임수를 쓰는 미술 작품은 화가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무사할 지 몰라도 "거짓은 결국 들통나게 되어 있다." 가짜와 사기꾼은 언젠가는 발각된다.'(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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