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이효재 - 대한민국 여성 운동의 살아 있는 역사
박정희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9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최초로 여성학 교육 과정을 대학 내에 설치하고 여성학 이론을 현실 운동에 결합시켜 해방 이후 여성 운동의 큰 줄기였던 가족법 개정 운동, 호주제 폐지 운동, 정신대대책협의회 결성 등을 이끌어냈다. 그렇게 이이효재 선생님은 여성 운동의 이론가이자 실천가로 평생을 살았다.

40대 이상의 분들이라면 '호주제'라는 제도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사람의 결혼과 출생, 죽음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족구성원이 남자인 호주 아래 묶여있었던 제도.
지금이야 '그런 적이 있었어?' 싶지만 그 제도를 개정하기 위한 노력과 사회 이곳 저곳에서의 저항을 뉴스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이이효재, 그리고 수많은 여성인권운동가들은 단지 남자와 여자라는 성의 구분이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호주제 폐지 운동은 1952년부터 시작하여 2005년 폐지될 때까지 반세기를 넘게 싸우고 주장하고 설득해 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이후 가정의 모습과 개인의 삶과 의식의 변화를 보면 단지 법을 하나 바꾸었을 뿐인데 상당히 달라졌음을 느낄 수 있다.

진보적인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이이효재는 그 역시 진보적인 교육을 받은 어머니와 고모를 보며 여성들에게 교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어릴 때부터 실감하게 되었다. 그리고 신앙심은 어두운 절망의 시간을 견디며 그녀를 움직이게 하는 거대한 원동력이 되었다.
여성의 인권이라는 개념은 커녕 사회학이라는 학문조차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시절,
그녀는 여성 스스로 고민하고 행동하게 하는 사회학을 가르치겠다고 결심했고 그 결심은 그녀의 평생의 사명이 되었다.
지금은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공공어린이집과 지역사회센터, 사회복지관의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왔다. 
학문으로서의 사회학이 아닌 '실천을 위한 사회학'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또한 군부독재시절, 그들이 주장하는 '한국적 민주주의'는 결국 '가부장적 권위주의'를 기반으로 하여 독재를 이어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고 외치며 끊임없이 저항해왔다.

호주제 폐지와 정신대 문제를 비롯해 여성과 가족에 대해 평생을 끊임없이 싸우고 노력해 온 이이효재 선생님.
내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이 오랜 세월 누군가의 피나는 노력임을 알게 되었다.
한 사람의 생각이 쉽게 바뀌지 않는 것처럼 한 사회의, 한 세대의 의식이 바뀌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그 일을 신념과 연대의 힘을 통해 하나하나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나아가다 보면 절대 바뀌지 않을 것들이 서서히 바뀌듯 우리의 삶도 점점 나아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