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쟈님의 인용에 대해(2)
아도르노의 생각을 말하고자 한 것은 아니라고 하나, 이글을 쓰기 위해 아도르노의 음악에 대한 해석과 판단이 또 오독된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간단하게만 말하자면 아도르노가 그 시대 가장 훌륭한 음악으로 쇤베르크의 음악을 꼽은 것은 음악 그 작품자체가 아니라, 작곡자 쇤베르크의 진보적 사상이 그의 음악에 녹아들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바로 님이 말한 작곡가의 ‘작곡적 사상’의 그 본질입니다. 그런 아도르노의 생각은 쇤베르크의 음악을 단 일분만 들어봐도 알 수 있습니다.저 같은 범인은 단 몇 분도 듣기 힘들죠. 그런 그의 음악을 최고의 음악으로 극찬한 것은 그 음악자체보다 작곡가의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정신,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님의 의견의 타당성을 갖기 위해 인용한 아도르노의 음악이론은 그의 저서에 대한 직접적인 인용이 아니며 아도르노라는 철학자의 방대한 사상이 ‘음악이론’ 이라는 지나치게 국부적인 학문에 몰입하여 해석되었기에 오독이 불가피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듯 학자의 전면적이고도 포괄적인 사상을 알지 못하면 오독은 불가피한 것이며 또한 오독은, 인용하는 사람의 문맥에만 맞는다면 상관없다며 그리 쉽게 넘어갈 일은 아니라 봅니다. 지금 논쟁의 핵심에 서 계신 로쟈님이 하시고 있는 일 중 하나가 바로 그 오독을 바로 잡는 일 아니었던가요?
어느 누구의 사상이든 자기입장에서 본인 유리한 쪽으로 누구나 해석 가능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조중동이 그들의 논리를 펴기 위해 마르크스나 헤겔을 인용하는 것을 잘 보지 못합니다.
그건 그들에게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겠지만 우리도 그들의 논리의 희생양으로 마르크스가 이용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임을 그들도 알고 있기 때문이겠죠. 과연 그때 우리의 비판과 논쟁도 ‘안티’라는 가벼운 말로 묶어 둘 수 있을까요.
결론적으로 자기의 논지를 펴기 위해서는 ‘그 사상가의 근본적인 사상이야 어떠한들 문맥상 글을 인용해 쓰는 사람의 생각과만 맞아떨어진다면 문제될 것 없다’는 임의 주장은 제게는 궤변으로밖에 들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