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전, 포엠툰은 위로였고 포근함이었다.
누구에게도 이해받지 못한다 생각하던
외롭고 우울한 고등학생에게
동그란 작은 캐릭터는
외로움과 슬픔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는 듯
다독이며 제 외로움과 슬픔도 슬그머니 건넸다.
한동안 책을 껴안고 다녔던 듯하다.
작고 차가운 판형이었는데도 따뜻했다.

내 삶을 살며 잊고 있다 알라딘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내게 위로가 되었던 이가
시간 속에 더 풍성하게 자라나고
서운한 마음도 흘려보내고
자신을 지키며
멋진 삼각형을 이루고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안부 인사같은 책이 기꺼웠다.
조금은 푸석한 얼굴같던 글들이 세월이 흘러 여유와 반짝임이 더해진 듯해 안심도 되었다.
우리 모두 나름의 시간을 잘 살아남았구나.


매일 보는 것을 조금 다르게 볼 수 있을 때
살아내는 기술을 하나 더 얻습니다.

소박하고 귀여운 하루의 시작은 의외로 매우 단순합니다. - P35

저는 다정한 말을 좋아합니다.
저는 다정한 사람을 좋아합니다.
하지만 꼭 필요한 말이 있어요.
그 말은 다정하지 않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다정해도 될 일과 다정하지 않아도 될 일을 구분하고
오로지 기분에 따라서만 움직이지 않으면
좋아하는 일을 오래 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습니자. - P117

그리고 이유가 없는 것들은 그냥 둡니다.
벌어지면, 닥쳐오면 그냥 만나는 거예요.
그래서 그 사건과 마주하고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합니다.
이유를 찾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요.

‘ 이건 내가 할 수 있어. ‘

이러면 해요.

‘이건 내가 할 수 없겠다‘

그러면 하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도 할 수 없는 건 할 수 없어요.
이렇게 훈련되면 크게 불행해지지 않습니다.
이유를 찾는다고 변명하며 피해 다니지 않습니다. - P178

온갖 분석과 전략이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원인과 이유를 찾고 지도를 그려야 할 때도 있어요.
하지만 그 모든 걸 접고
그냥 안아주면 될 때가 있습니다.
춥다고 그러면 그냥 안아주고
시끄럽다고 그러면 말을 안 하고
걷고 싶다 그러면 그냥 걸어주면 될 때가 있습니다. - P173

망해도 괜찮은 건...
세상에 없습니다.
망해도 괜찮은 사람은 세상에 없어요.
그냥 ‘망해도 괜찮다고 안아주는‘ 사람이 있는 거죠. - P174

느릿느릿 시간을 쌓으며 얻는
치유의 힘은 대단합니다.
경험으로 알고 있기에 더욱 믿음을 갖고 있지만
이번에 다시 한번 그 힘을 경험합니다.
하루도 힘들 것 같던 시간에 놓였을 때
마음을, 몸을, 생각을
무엇이라도
차곡차곡 1센티씩만 움직이면
그때는 모르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고 나면
모든 게 좋아졌음을 알게 됩니다.
우리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 와 있을 테고
그곳은 전보다 훨씬 좋은 곳일 겁니다.
- P190

살아보니 감정은 쓸 수 있는 한계치가 있어요.
하루에 얼만큼, 한 달이면 어느 정도, 1년이면 이만큼.
적어도 저는 그렇더라고요.
마치 스마트폰 데이터 제한처럼
한 번에 다 써버리고 나면
금방 채워지지 않아요.
누가 와서 채워주기도 하고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하며 채우기도 하지만
순식간에 써버리고 나면
금방 채울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서운함에, 화남에, 부정적인 감정에 몽땅 쓰거나
나를 불사르는 감정에 전부 소진해 버리면,
괜찮은 감정도 사용할 수가 없어요.
- P219

과거의 점에서 줄을 그어 현재로 온 다음,
그 줄을 미래로 긋는 일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입니다.
과거를 바꾸는 것도 미래를 보는 것도
모두 현재의 내가 그 둘을 어떻게 이어주느냐에 따라
고쳐지고 달라집니다. - P305

버려야 되는 시간을 붙잡고 있으면
지금의 시간이 낭비되고
간직할 만한 시간을 버리지 않으면
지금의 시간이 늘어납니다. - P323

`지금이 아니면 안 돼.‘

인생 최대의 파티가 끝난 후,
제 모든 선택의 기준은 저 한 줄이 되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안 되니까 모든 것을 다 해야지‘가 아니고
‘지금이 아니면 안 되니까 할 수 있다면 다 해야지‘입니다. - P336

그러면 작업뿐만 아니라 삶의 선택지마다
이 부분이 고려할 최우선 사항이 됩니다.

‘내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 - P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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