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생각했던 바를 정갈한 언어로 읽는 건 기분 좋은 일이다. 읽고 느낀 바 생각하고 경험한 바를 깊게 되새기는 시간이 내게 필요함을 깨달았다.

경험자들의 뼈아픈 조언을 정리하자면 지금의 상태를외면하지 말고 그대로 소모해 보라는 것이었다. 
도저히 알 수 없는 이유를 찾아내려 과거의 기억을 들쑤시고 원인를 우울이 찾아왔다는 사실에 괴로워하기보다 이런 마음있다는 걸 인정해야 했다. (중략)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면 내려놓을 줄도 알아야 한다.
고 말해왔지만, 그럼에도 정녕 불가능하다면 그 마음 그대로를 견뎌보기도 해야 한다는 걸 쉽지 않은 경험을 통해 배웠다. 몸을 바쁘게 움직여 생각을 덜하면, 좋아하는 취미를찾으면, 경치 좋은 곳으로 여행을 가면, 육성으로 ‘괜찮다‘
고 세번 외치면 정말 괜찮아지기도 한다지만 이것도 저것도 안 되면 너무 애쓰지 않고 고여있는 것도 방법이다. 단번에 행복으로 가기 위해 감정을 속이기보다 울고 싶으면울고, 우울한 노래를 반복해 듣고, 부정적인 마음으로 점철된 글을 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 P44

규칙적인 루틴과 적절한 충동이 씨실과 날실처럼 엇갈려 있어야 탄탄한 일상이 이루어진다고 믿는다. - P126

과거와 일치하든 아니든 지금의 생각이 중요하다. 기록은 언제나 생각하는 삶을 만들어 준다. - P137

그럼에도 내게 ‘쓴다‘는 건 ‘헤매다‘와 같은 의미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기 위해 애쓰는 일도, 심연 속의 생각을 끄집어내는 일도, 그것을 스스로와 다른 이에게 내보이는 일 모두 두렵기만 하다. 그러나 나는 쓰기가 평생 낯설었으면 좋겠다. 모든건 결국 지질해진다는 인생의 법칙에서 엇나가 익숙해지지 않고, 밀려나지 않고, 언제나 새삼스럽길. 그리하여 내 삶 또한 그렇게 만들어주길 바란다. - P153

아무리 죽고 못 사는 것도 손바닥 위의 모래처럼 소리없이 우리를 떠나는 순간이 온다. 좋아하는 것이 생겼을 때 열과 성을 다해 마음을 써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그토록 갖길 원하는 자기애라는 건 사실 별게 아닐지 모른다.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아는 것. 그리고 그걸 품 안에서 소중히 하는 것. 그런 의미에서 설레는 걸 지키는 건 나를 지키는 일이다. - P176

내가 루틴을 만드는 이유이자, 이루고자 하는 삶의 목표는 그날 하루를 평화롭게 보내는 것이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지만, 우울한 내 모습이 싫어 더 우울해지고 화를 내는 모습이 싫어 더 화가 나는 성격상 평정심을 잃지 않고 하루를 무사히 마치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목표일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래서 울며 겨자 먹기로 운동을 한다. 체력이 없으면 예민할 일이 많아진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기 힘들고 자꾸 졸려서 짜증이 나고 누군가의 사소한 행동이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한다. 시련 앞에 중심을 잡고 서있을 수 있게 만드는 마음의 지구력도 운동으로 만들 수 있다. - P180

슬픔은 상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큰 상실감을 느끼면 그 빈자리를 채우려는 욕구가 생긴다. 그래서 슬픈 감정을 느끼면 자신이 깨닫지 못하는 사이 평소보다 물건을 더 갖고 싶어 하고, 더 많은 돈을 쓰며 물질적인 것은소 빈자리를 채우는 것이다. - P198

지속되는소비는 이처럼 뭔가를 사고 난 후에도 일상에 잔잔한 행복으로 남는다. 감정의 결과가 소비가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하지만, 호락호락하지 않은 세상에선 내게 지속적인 행복을 주는 소비를 할 줄 아는 것도 분명한 능력이다. - P202

와이파이가 없으니 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라는 귀여운 제안 아래에 그 날의 토픽을 제시하는 아이슬란드 카페의 질판.
좋아하는 책, 영화, 취미 등
와이파이의 빈자리를 채울 수 있는 방법은 많았다.

생각하는 방식에 따라 부재는 설렘이 될 수도 있다는 걸 배운다. - P211

가을바람에 흩날리는 갈대보다도 자주 흔들리는 것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사실 내 모든 결정과 행동의 목표는 단 한 가지다. 바로 나를 잃지 않는 것. 다수에게 옳다고 해서 내게 맞는 것은 아니며 삶의 문제가 언제나 한 가지 결론으로 도달하는 건 아니기에 나는 이랬다저랬다 간을 보며 최적의 나를 찾는다. 때론 빠르고 때론 느리게, 때론 뜨겁고 때론 차갑게. 인생은 모순투성이니까, 인생을 사는 나도 그래도 된다. -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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