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있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시설을 만들고 싶어서 하는 일이 아니다. 목표가 있어서 하는 일도 아니고 꿈을 실현하려고 하는 일도 아니다.
 눈앞에, 어떻게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만 하는사람이 있기 때문에 하는 일이다. 그럴 필요성을 느끼기 때문에 하는 것일 뿐이다. 이념이 아니라 행동이다. 머리로 생각하기 전에 일단 몸을 움직인다. 요컨대 "이러쿵저러쿵 핑계를늘어놓지 않고 행동한다!" - P26

케세라세라~ 어떻게든 될 거야~앞날은~ 알 수 없는거야~

인생, 무슨 일이건 혼자서는 해내기 어렵다. 한 사람 힘으로는 냉장고를 옮기는 것조차큰일이다. 하지만 세 명이라면 어떨까. 다섯 명이라면, 혹은 열 명이라면 어떨까. 냉장고가 허공에서 춤을 추게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무슨일이건 혼자 하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힘이 든다. 함께 하면가능하다. 함께 하면 즐거워진다. 어떻게든 될 것이다. 그리고세상에는 특이한 인물로 통하는 사람들이 많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면 틀림없이 그런 사람들이 모여든다. 베기의 노래 가사에 충분히 수긍할 수 있다. 앞일은 알 수 없는 것이다. - P33

‘다쿠로쇼 요리아이‘의 간병은 노인 한 명이라도 그의 삶을 온전히 책임진다는 자세로 시작된다. 그 사람의 혼란을 함께 겪고 환자가 처한 상황에 맞추려 한다. 그냥 지켜보는 게아니라 맞추는 것이다. 이래저래 구속하거나 제지하는 것이아니다. 흘러가는 강물의 속도에 맞추듯 자연스럽게 맞춘다.
자연스럽게 맞추는 이상, 이쪽 사정에 따라 흐름을 방해하면 안 된다. 흐름을 바꾸어서도 안된다. 강 하나하나에는 다 나름의 흐름이 있다.
바다에 이르는 여정은 각자 다르다.
- P60

치매에 걸린 노인들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생활인‘으로 살고 싶어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요리아이‘는 노인들의 눈높이에 맞는 ‘생활‘을 생각한다.
(중략) 그래서 ‘요리아이‘는 시설 입소도 중요시하지만 익숙했던 자택생활을 조금이라도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지원 방법을 우선 생각한다. - P66

"나를 어떻게 하려는 거야!"
그런날이 연속되는지라 도움이 죄다 물거품으로 돌아가 버리는 ‘헛수고나 하는 나날‘을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리아이 직원들은 익숙한 혼란에 다시 자신을 맞춘다. 이걸 끊임없이 되풀이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단기기억이 조금씩 쌓여간다(녹기쉬운 눈도 언젠가는 조용히 쌓이듯) 여길 오가는 것이 하나의 ‘습관‘
으로 인지된다. 직원이나 노인들은 자연스럽게 낯이 익고 장소와 분위기에도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안정을 느끼고 진정한의미에서 ‘모이게 된다. 그날이 자연스럽게 찾아올 수 있도록 무리하지 않고 참을성 있게 ‘기다리는‘ 것이다. - P68

그날 밤, 나는 의사록을 정리하면서 시모무라의 발언을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받아도 되는 돈과 받아서는 안 되는돈이 있다. 의미 있는 돈과 의미 없는 돈이 있다. 우리의 힘이라고 부를 수 있는 힘과, 우리의 힘이라고 부를 수 없는 힘이있다. 잘못된 것과 옳은 것이 있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내가 무엇을 잘못할 뻔했는지도 알 수 없다. 진지하게 생각해봐야만 알 수 있는 데에 중요한 무엇인가가 감추어져 있었다. 그것은 수풀 속에 뒹굴고 있던 작은 공과 같다. 풀에 쏠리고 벌레에 물리면서 찾아야 하는 작은 공・・・・・・. - P126

가만히 생각해보면.
‘치매에 걸려도평범하게 살고 싶다‘는 말이 성립하는 이유는
‘치매에 걸리면 평범하게 살 수 없는 사회이기때문이리라. 왜 이런 사회가 되었을까.  - P190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늙음 ‘이란 정말 그런 걸까. 그렇게 추한 것일까. - P190

치매에 걸린 사람을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는 사회는 언젠가 치매에 걸리지 않은 사람도 거치적거리는 존재로 생각하게 된다. 쓸모가 없어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 또는국력을 떨어뜨리는 밥도둑으로 아무리 예방하려고 노력해도소용없다. 자기는 치매에 걸리지 않았다고, 자기는 치매에 걸린 사람이 아니라고 아무리 소리쳐도 소용없다.  - P191

‘자기 책임‘이라는 말이 ‘늙음‘이라는 불가항력의 영역에까지 미치게 된 이후, 사람들은 두려움에 젖어 노화 예방과 치매 예방에 모든 신경을 쏟게 되었다. 특별한 문제 없이 자연스럽게 늙어서 서서히 저세상으로 가는 것을 사치라고 불러야 할 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어쨌든 국가는 생존권에 귀속되는 간병 문제를 서비스산업으로 자리매김하고 민간에 위탁하여 해결하는 길을 선택했다.  - P207

우리가 생각하는 ‘굳이 노인요양시설에 들어가지 않고일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노인요양시설‘은 그런 것입니다.
노인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기 위해 방문했던 분이 다음에는젊은 사람들의 방문을 받는 상황에 놓이는 노인요양시설입니다.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는 장소입니다. 잘알고 있는 얼굴들이 그곳에 있습니다. 낯선 세계로 끌려가는 것이 아닙니다.  - P213

 너무 많은 것을 바라면 안 된다. 넓은 덱을 낡은집과 연결한 이유는 바로 그런 문제 때문이었다. 요양시설을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요양시설이 사회와 사회가 요양시설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만든다. 이것이 요리아이가 만드는 특별 노인요양시설의 모습이다.
- P225

나는 그런 사람들에게(쓸데없는 참견이겠지만) 말하고 싶다.
유토피아를 찾아봐야 의미가 없다고 유토피아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있다면 머릿속에 있을 뿐이다. 머릿속에 있기때문에 아름다워 보이는 것이다. 이곳이 아닌 다른 어느 곳에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 없으면 다른 데에도 없다. 여기저기 들락거리며 웃물만 맛보고 세상이 넓어졌다거나 깊어졌다거나 혹은 실망했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얕은바다에 떠서 돌아다니기만 하는 행위와 같다. 늘 자기 마음에드는 경치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 P235

무슨 일이건 빠르게 자세를 전환하는 것이 요리아이‘의 특징이다.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이상, 실행해보지 않을 이유는 없다. 돈도 정치력도 없는 요리아이‘에 나름의 무기가 있다면 고생을 피하지 않는 우직함뿐이다. - P257

힘든 상황을 함께 타개해나갈 때 사람들은 정말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지위나 명성을 바라고 하는 일이 아니다. 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에, 해야만 하기 때문에 하는 것뿐이다. 그런 단순함이 왠지 사람의 표정을 매력적으로 만들어갔다. - P265

돈에 대한 집착을 ‘욕조에 몸을 담그는 것보다 훨씬 아래에 놓으면정말 행복해질지도 모른다. 악착스럽게 모아도돈에는 그저 물물교환 시대의 물건 가치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 돈이 ‘기부‘라는 과정을통하여 보람 있는 가치를 발산하게 될 때 돈에는 ‘온기‘가 밴다. - P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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