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끊임없이 그 삶을 추구하는 데 있지, 그 삶을 발견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다! - P607
<똑똑한 보통>사람은 잠깐 동안 아니 한평생이라 해도 괜찮지만, 자기를 천재적이고 지극히 독창적인 사람으로 상상한다 하더라도, 마음 한구석에숨어 있는 회의의 벌레가 똑똑한 이 보통 사람을 절망의 늪 속에서 헤어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명 앞에 굴복한다해도 마음 깊은 곳에 틀어박힌 허영심 때문에 완전히 중독 상태에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러한 경우는 매우 극단적이다. 똑똑한 범주에 속한 절대 다수는 그처럼 비극적인 상황에 빠지지는 않는다. - P711
그렇지만 이 같은 범주의 인간들은 운명에 굴복하여 모든 것을 단념해 버릴 수 있게 되기까지, 젊은 시절부터 인생의 말년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상당히 오랫동안 어리석은 짓을 한다. 이 모든 것은 독창적 인간이 되겠다는 소망에서 빚어진다. 때로는 이보다 더 괴이한 경우도 있다. 독창적이 되어 보겠다는 열망이 지나쳐서 정직한 사람이 비열한 행위를 마다하지않는 경향까지 있다. 심지어 이 불행한 사람들 중에서 어떤 이는 정직할 뿐만 아니라 선량하기까지 하여, 가정의 신(神)으로서 가족은 물론이며 타인까지 부양하기도 한다. 평생 편한 마음으로살아가지 못한다! 이런 사람에게 자기가 인간으로서 훌륭한 의무를 수행하고 있다는 생각은 조금도 위안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그 같은 생각이 속을 뒤집어 놓는다. <내 일생을 어디에 허비했던가? 무엇이 나의 손발을 묶어 내가 화약을 발명하지 못하게 했는가? 이런 하찮은 일들만 아니었어도 나는 어쩌면, 아니 틀림없이무언가를 발견했을 것이다! 화약인지 아메리카 대륙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무언가를 틀림없이 발견했을 것이다!> 이러한 신사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체 무엇을 발견해야 하고, 무엇을 발견할 준비를 갖춰야 되는지조차 평생 동안 확고히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발견해야 될 것이 화약인지 아메리카대륙인지 확실치 않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언가를 발견해야겠다는 고뇌와 갈망은 콜럼버스나 갈릴레이보다 조금도 뒤지지 않을 것이다. - P712
우아한 매너, 간결한 몸가짐. 겉으로 보이는 솔직성에서 우러나오는 매력은 거의 혹하고 넘어갈 정도였다. 공작은 그러한 솔직성과 우아한 매너, 기지, 고상한품위가 고도의 예술적 모조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미처 몰랐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존경할 만한 외모의 소유자였지만, 텅 빈머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손님들 자신도 그들의 장점이<단지 겉치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 P819
모든 것을 단번에 이해하고, 항상 완전함을 갖추고 일을 시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완전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이해하지 못하는 많은 단계를거쳐야만 합니다. 너무 빨리 모든 걸 알려고 들면, 제대로 이해도 못 하고 지나쳐 버릴 수 있어요. - P850
나스따시야에 대한 공작의 견해는 이미 확고했다. 그렇지 않으면 그녀의 모든 것이 그에게는 당연히 수수께끼 같고 불가사의한 것으로 여겨졌을 것이다. 그러나 공작은 진실로 그녀가다시 태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공작은 예브게니에게 나스따시야에 대한 진정한 사랑을 고백한 바가 있었다. 실제로 그녀를향한 그의 사랑에는 애처롭고 병든 어린애에 대한 애착 같은 것이 담겨 있었다. 그와 같은 어린애를 자기 멋대로 하게 내버려 둔다는 것은 매우 곤란하고 불가능했다. - P907
공작은 그를 바라보며 기다렸다. 시간은 흘러 날이 새기 시작했다. 로고진은 간간이 그러다가는 돌연히 두서 없는 내용의 말을 날카롭게 소리 내어 중얼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고함을 치다가는 갑자기 웃어 버리기도 했다. 공작은 떨리는 손을 내밀어 로고진의 머리를 만져 주었다. 머리를 쓰다듬어 주다가 뺨도 쓰다듬어 주었다. 달리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공작 자신은 다시 몸을 떨기 시작했다. 마치 다리가 떨어져 나간 느낌이었다. 무언가 완전히 새로운 감정이 끝없는 우수를 동반하며 그의 마음을 짓눌러 왔다. 그러는 가운데 날이 밝았다. 마침내 공작은 무기력과 절망의 나락에 빠져 버린 듯 쿠션 위에 누워 자기의 얼굴을 창백하게 굳어버린 로고진의 얼굴에 갖다 대었다. 공작의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이 로고진의 두 뺨 위로 흘러내렸다. 그러나, 공작은 자신의 눈물을 의식하지 못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더 이상 눈물에 대해아무것도 몰랐다.... - P938
자기가 죄를 짓고 있다는 것을 아는 데서 그는신을 인정하는 것이다. 인간의 종교적 가치관을 정의하는 것은 그 정의에 준하는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신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인간의 마음이다. (중략) 미쉬낀 공작은 심판 행위를 자제하고있다. 심판 행위는 전횡적인 인간 의지의 행위이며 신의 권리를가로채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다른 인간을 심판하는 것은 신에대한 믿음을 잃는 것이다. 종교의 본질은 행위에 있지 않다. 또한무신론의 진술이나 범죄 또는 기만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본질은 인간의 가슴과 혼이 신을 향해 움직이는 것이며, 우리의혼이 자아에서 신에게로 얼굴을 돌릴 수 있게 하는 믿음의 자유행위에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미쉬낀은 농촌 아낙네의 말을 듣고 그렇게 기뻐한 것이다. 그 아낙네는 마치 어린이가 어머니에게 얼굴을 돌리고 있듯이, 신에게 돌린 인간의 얼굴에서 종교의 본질을 정확히 보고 있는 것이다. - P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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