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었다고 보살핌을 받으며 지팡이를 짚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던 두 여인이 살아온 세월만큼 쌓아 올린 경험으로 생존하여 자신을 버린 부족에게 도움을 주고 존경을 받는 이야기.

우리는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거야! 우리 부족에게, 그리고 죽음에게 그들이 틀렸다는 것을 말이야! - P45

그들은 몸이 얼어서 비틀거렸고, 피로와 노쇠로 인해 수없이 눈 위에 넘어지고 또 넘어졌다. 하지만 그들은 한 걸음 한 걸음이 그들을 목적지에 더 다가가게 해 준다는 것을 의식하며 절박한 심정으로 걸음을 계속했다 - P56

자신과 친구가 며칠 전까지만 해도 아주 사소한 통증과 아픔을 두고 얼마나 요란하게 불평을 해댔었는지, 전날 밤 야영지에 지팡이를 두고 오기 전까지 얼마나 지팡이에 의존했는지를 생각하자 그녀의 입가에 슬며시 웃음이 떠올랐다. 으스스한 대기 속에서 조심스레 몸을 펴면서 그녀는 적당한 때가 오면 친구에게 이런 사실을 환기해줘야겠다고 기억해두었다. 그들은자신들이 여러 해 동안 보행에 도움을 받기 위해 그 지팡이들을 줄곧 갖고 다녔다는 것, 그리고 무슨 일인지 이제는 지팡이 없이도 여러 마일을 걸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두고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 터였다.  - P58

때때로 피로 때문에 판단력이 흐려져서 길을 벗어나거나 자리에서 맴도는일도 있었지만, 그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맞는 방향을 찾아냈다. - P60

깨어 있다는 것을 친구가 안다면, 자기도 자리에서 일어나야만 할 텐데 그녀는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뿐 아니라 영원히 움직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지금 누워 있는 자리에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을 터였다. 그러면머잖아 죽음이 그녀를 고통에서 해방시켜주리라. 하지만 그녀의 몸은 아직 굴복할 준비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 P68

밤이면 그들은 자리에 앉아 그들을 집어삼키려 위협하는 공포와 외로움에 맞서 서로를 지켜주기 위해 대화를 나누었다. 그들의 부족은 이런 한가한 대화에 귀중한 시간을 쓰는 일이 거의 없었다. 그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교제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정보나 의사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두 여인은 긴 저녁나절 동안 예외를 만들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했다. 그들이 상대의힘겨운 과거에 대해 알게 되자 서로에 대한 존중의 마음이 커져갔다. - P87

그날 사는 까마득한 기억 속의 시간으로 거슬러올라간 듯정말 오랜만에 처음으로 마음이 날아갈 것처럼 가벼웠다. 마치 어린아이처럼 그녀는 그 느낌을 만끽했다. 아름다운 날씨였다. 나뭇잎들은 밝은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었고, 대기는 보송하고 맑았다. 사는 한 동물의 흔적을 좇아 뛰다시피 걸었다. 누군가 멀리서 그녀의 모습을 보았다면, 사가 그렇게 늙은 여자인지는 몰랐으리라. 그 정도로 그녀는 유연하고 기운찼다.  - P106

밤이 점점 길어졌고, 대지는 적막하고 고요해졌다. 두 여인이 그들의 긴 하루를 일로 채우기 위해서는 엄청난 집중력이필요했다. 그들은 토끼털로 벙어리장갑,모자, 얼굴 가리개같은 많은 물건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들은 엄청난 외로움이 서서히 그들을 에워싸는 것을 느꼈다. - P113

다구는 마음만 먹는다면 자신과 세 사냥꾼들이 이 두 여인과 그들의 무기를 쉽사리 무력화시킬 수 있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 여인이 그 무엇이라도 직면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감탄의 감정이 점점 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이들은 그가 전에 알던 그 여인들이 아니었다. - P136

그렇게 말하면서 다구는 자신이 지난겨울 잃어버린 내면의힘을, 한때 아무 대책 없이 나약하다고 생각했던 이 두 여인덕택에 되찾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왠지 몰라도 그는 이제다시는 자기 자신을 늙고 약한 존재로 치부하지 않으리라. 다시는 그러지 않으리라! - P140

"저들은 우리가 우리 힘으로 살아남는 데 성공했다는 걸 몰라. 하지만 내일 날이 밝으면 알게 되겠지. 그러면 우리는 저들의 말이 진실인지 알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이거 하나만은잊지 마, 친구, 저들이 우리에게 같은 짓을 저지른다 해도 우리는 다시 살아남을 거야. 그리고 저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더 어려운 시기가 닥칠 때 바로 우리가 저들에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게 될 거야."
칙디야크는 동의의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부족민들을 다시 대하자 해묵은 공포가 되살아나 자신이 되찾은 힘에 대해 한순간 잊었던 것이다. - P143

부족과 두 여인 간의 관계는 점점 더 좋아졌다. 양쪽 모두고난을 통해 교훈을 얻었고, 그때까지 알지 못했던 사실을 깨달았다. 부족은 자신들이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사실 그들은나약했다. 그리고 무리 가운데 가장 대책 없고 쓸모없다고 여겨졌던 두 늙은 여인이 실제로는 강한 존재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이다. 이제 그들 간에는 암묵적인 이해가 자리잡았다.
부족은 그들이 충고를 구하고 새로운 것들을 배우기 위해 두여인과의 교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두 여인이 그렇게 오래 살아온 덕택에 자신들이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지식을 갖고 있다는 것을 이제 그들은 알았다. - P153

처음에 사람들은 자신들의 힘이 닿는 대로 어떤 식으로든 이 늙은 여인들을 도우려고 했지만, 두 여인은 지나친 도움을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들은 새로 발견한 독립성을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부족은 그들의 말을 따르는 것으로 두 여인에게 존경을 표했다. - P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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