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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안부를 묻는 밤 - 세상에서 단 한 사람, 든든한 내 편이던
박애희 지음 / 걷는나무 / 2019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기억의 파편이 있다. 나이 지긋하면서도, 자식이 다 커서 결혼할 나이가 되었는데도 늙어 돌아가신 부모님의 장례식에서 이제 자신은 고아가 되었다며 슬퍼하던 한 사람이 생각났다.
이 책을 읽으면 깊고 까마득한 바다 속을 걷는 느낌이다.
나를 낳아준 나의 부모를 잃는다는 느낌은 무엇일까.
특히 여자에게 어머니의 부재는 무슨 의미일까.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부모의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그것을 받아들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배울 수 있다.
부모님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는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특히 여성에게 어머니는 특별한 단 한 사람이다. 이 책은 저자가 어머니를 잃고 그 그리움을 달래가는 과정에 대한 에세이다.
첫 부분은 아직 저자의 어머니가 살아계실 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흔한 우리 어머니의 이야기다. 방 청소 좀 하라며 등짝을 후려갈기거나, 도시락에 사랑한다는 메모를 넣어 보내거나, 늦게까지 자지 않고 일을 하거나 책을 읽으면 걱정하는 모습 등... 그 후 혈액암으로 돌아 가시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저자 자신이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기본적으로 공감되고 재미있다. 부모님과 트러블이 일어나고 서로 상처를 주고 받는 부분, 작아진 부모님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저자의 소회에 문득 눈시울이 붉어진다. 우리 부모님도 그렇기 때문 아닐까.
그리고 중간중간 ‘당신의 안부를 묻는 밤’이라는 코너가 있는데 본문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도 이 부분에서는 무너질 것이다. 특히 8년 된 마늘장아찌를 버리지 못하는 이야기는 너무 슬펐다. 나도 친정엄마가 해 주는 음식을 자주 받아먹는다. 특히 김장김치와 알타리 김치는 계절마다 받아먹는다. 한 번도 엄마가 돌아가신 후를 걱정해 본적이 없다. 당연한 듯 했다. 그런데 그 글 속에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먹던 엄마의 장아찌를 김치 냉장고에 옮겨 8년이나 엄마를 그리워하며 마늘장아찌를 열어본 저자의 마음을 내가 언젠가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오리라 생각하니 당장 친정엄마가 해 주신 음식이 아까워지기 시작했다. 맘껏 팍팍 먹어야 봄에 보내주시는 김치를 저장할 공간이 생긴 텐데도 말이다. 엄마가 해준 음식은 그냥 음식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고귀함을 담고 있는 것 아닌가.
결혼과 출산을 겪고 늙은 어머니를 마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 책에 크게 공감할 것이다. 또한 주책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을 수 없을 것이다. 어머니가 곁에 있든 이미 떠나셨든 우리는 어머니의 그늘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곁에 계신다면 더욱 더 사랑을 표현해야 할 것이고 이미 하늘나라에 계신다면 그 외로움을 어떻게 견디며 살아가야 할지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 해 준다. 어머니가 그리운 날 읽어보라고 권해주고 싶다. 단 집에 혼자 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