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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라스 캐슬
저넷 월스 지음, 최세희 옮김 / 북하우스 / 2017년 8월
평점 :
누군가에게 쫓기는 삶은 고단하다. 하지만 그런 여정을 여행이라고 이야기하며 차에서 먹고 자거나 임대를 놓은 빈집에 몰래들어가서 살고 노숙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면? 여기까지는 낭만이 과한 자유주의자라 할 수 있겠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이들이 부부이고 신생아 하나에 취학연령의 아이들을 셋이나 데리고 있고 빚에 쫓기는 처지라면 완전 다른 이야기가 된다.
저자는 어린시절을 이런 부모밑에서 자랐다. 정확히 무엇에 쫓기는건지는 몰라도 긍정적인 부모 밑에서 몸은 고단할지언정 불행함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간다. 수학을 잘하고 손재주가 좋은 아버지와 그림그리기를 즐기는 어머니는 문명을 거부하고 일용직으로 일하며 사막에서 노숙을 하거나 차에서 자며 장거리 여행을 하기 일쑤다. 저자가 6세에 핫도그를 데우다 옷이 불에 타 화상을 입어 이웃 아주머니의 신고로 병원에 실려간다. 그 사실을 알게된 저자의 아버지는 병원에서 저자를 데리고 탈출한다. 의사들의 사기를 믿지 않는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자연안에서 야생의 삶을 사는 것이다. 의약품이 오히려 위험하며 병원비는 바가지라고 말하면서...
이야기의 시작은 작가로서 어느정도 자리잡은 주인공이 파티에 가는 길 노숙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거리의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을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노숙인이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저자는 문명의 삶에 정착했지만 그 부모는 여전히 야생의 삶을 살고 있다. 저자가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그 부모는 원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 살게 내버려두라고 말한다.
의기양양한 알콜 중독자 아버지는 크리스마스 선물로 저자에게 금성을 선물하고 유리성을 지어 온 가족이 모여살자며 설계도를 그려 보여주기도 한다. 꿈같은 어린시절이야 말로 저자의 부모가 자식들에게 준 최고의 선물일 것이다. 뉴욕으로 이사와서도 생활습관을 바꾸지 못하고 알콜중독에 노숙인 신세로 살지만 아이비리그 마지막 학비를 준비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둘째 딸을 위해 950달러와 모피를 구해온다. 끝까지 자식들을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사나이의 결심은 죽는 순간까지 지켜진다.
저자의 어머니는 유산으로 물려받은 큰 땅을 가지고 있지만 신념을 지키기 위해 팔지 않는다.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저자는 굶어 죽더라도 선대의 추억이 담긴 그 땅을 팔지 않겠다는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의 부모는 굶어죽어도 신념을 놓지 못하는 사람들이었다.
'세상에 이런일이'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이 영화같은 이야기들이 저자의 실제 경험담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회고록이다. 너무 재미있다. 허탈한 웃음이 나오는 대목도 있고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다. 이 책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꼭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