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세계
무라타 사야카 지음, 최고은 옮김 / 살림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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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미래는 자유로운 섹스를 위해 결혼제도가 없어지고 피임장치가 발달할거라 생각했는데 이 소설속의 세상은 그 상상과는 완전 딴판이다. 가족끼리 애정표현을 하지 않고 동거만 하며 아이는 인공수정으로 갖는다. 서로 다른 연인을 만들어 성관계를 하고 그 성관계도 섹스가 아니라 연애정도이다. 부부라는 가족끼리의 스킨쉽이 고발 당할정도의 범죄행위이며 도덕적으로도 문제가 되는 세상을 그렸다. 인간의 쾌락은 매체를 통하는 것이 깨끗했고 사람과의 스킨쉽은 더럽고 불결한 것이 되는 세상을 그렸다. 기계문명이 발달해서 인간의 대부분의 욕망은 로봇이 대신하거나 다른 형태로 바뀌겠지만 성욕만은 영원할거라는 나의 생각이 완전히 빗나가는 세계관인것이다.

주인공 아마네는 유일하게 정상적인 교미로 생긴 인간이며 그 외 모든 인간은 성교가 아닌 인공수정으로 생겨났다. 남성의 임신이 가능하도록 연구하는 세대이며 인류의 멸종을 방지하기 위한 출산만이 있을 뿐이다. 성적인 쾌락은 가벼운 오락거리일 뿐. 자식에 대한 책임감은 있지만 상대 연인에 대한 책임감은 전혀 없는... 자유연애의 세상이기도 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묶이면 플라토닉 사랑이 기본이 되는 세상. 우스갯소리로 가족끼리 그러는거 아니라고 농담을 하곤 하는데 진짜 부부사이의 스킨십을 근친상간이라고 일컷는 그런 세상.

이 소설속의 인공수정의 의미는 인류의 존속을 위해서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소설속의 미래는 결혼조차 하지 않는 인류가 70퍼센트에 육박한다. 아이들이 계속 태어난다면 제도적으로 결혼에 관한 법률이 존재할 필요가 없을테니까. 정부에서 양육만 신경쓴다면 결혼제도와 상관없이 아이를 원하는 사람들의 인공수정으로 인하여 인류는 계속 지속 유지 될 것이니까.

미래의 에덴동산이라는 지바실험도시의 이야기도 흥미로왔다. 오로지 인공수정을 통한 출산을 남녀 상관없이 누구나 해야하고 아기들을 한데 모아 누가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고 모든 어른이 '엄마'가 되어 살아가는 도시. 가족의 형태가 모두 무너진, 인류의 존속만을 위해 인류가 존재하는 도시말이다.
지금 현실의 세태는 가족이 짐이 되기도 하는 세상이다. 그런 세상이 계속 된다면 지바실험도시는 진짜 이 세상에 생겨날지도 모르겠다.
가족의 붕괴가 인류의 멸망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전에.

이 소설은 새로운 가족 형태라는 흥미로운 주제에서 출발하여 결국 인간이라는 존재의 형태마져 왜곡시키고 결혼과 출산이라는 가치를 모두 허물어 뜨린다.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마지막에 그로테스크한 결과를 가져오지만 졸혼이니 비혼이니 가족형태의 급속한 변화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에서 사는 한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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