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 (특별판) 작가정신 소설향 11
정영문 지음 / 작가정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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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하품이라는 중편소설이 실려있는 책이다.

중편소설은 단편소설보다는 내용이 다채로우면서도 장편소설처럼 길지 않아 부담을 덜 갖고 읽을 수 있는 길이의 소설이다. 흔히 소설은 기승전결에 다양한 장소와 인물이 등장하는데 이 소설엔 단 두 사람만이 존재 한다. 물론 그 대화 안에는 다수의 사물이나 사람이 등장하지만 일단 화자는 두 사람이다. 두 사람의 대화만으로 한권이 중편소설이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한 장소에 두 사람의 대화내용으로 시작해서 끝나는 이 소설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 대화의 소재나 내용이 매우 요상하면서도 찝찝하고 도대체 두 사람은 어떤 사이인건지 궁금함을 자아낸다. 깊이 있게 많은 뜻을 전달하려는 것 같지만 단순하게 생각한다면 어느 오후 동물원 가는 길에 아는 사람을 만나 잠시 벤치에 앉아 나누는 만담같이 어지러운 대화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다.

이 소설은 소설향시리즈 중 한 작품으로 쓰여진 시기는 1999년이다.

소설향시리즈 중 몇 작품을 읽어 보았는데 다소 내용이 엽기적이고 퇴폐적인 경우도 있었다. 이 작품도 노멀하지는 않다. 일단 형식부터가 그렇고 액션이 없이 한 장소에 머물며 이야기를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내용이나 감정선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다는 것은 기존의 소설과는 달리 나에게 산뜻한 느낌을 전달해 주었다. 끝부분에 해설을 실어놓아 소설의 이해를 돕지만 그렇게 깊은 이해를 하려면 인생을 더 살아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한번만 읽어서는 이해하기 어렵겠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품을 할 정도로 지루한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은 과거에 어떤 불길한 일에 함께 동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좋은 인연은 아니었던 것 같다.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서로 럭비공을 주고 받듯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별 의미없는 말 같기도 하면서 핵심은 삶의 무료함을 말하는 것 같다.

죽지 못해 산다. 이미 반은 죽어 있다는 등 삶에 대해 무기력하고 무의미한 토론이 이어진다. 더럽고 이해하지 못할 행동들을 하면서 썩은 사과를 나눠먹는다.

차안과 피안을 오가는 대화내용 속에 어쩌면 둘 중 한 사람은 이미 죽어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삶의 끝을 회상하듯 말을 하고 아니면 죽은 혼과 살아있는 백이 생전에 함께 했던 일에 대해 끔찍한 회고를 하는 내용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쉬운 내용은 아니다. 한번 읽어서는 이해하기 힘들고 저자의 다른 작품을 함께 읽어보며 작품세계를 천천히 탐미해 보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에 더 빠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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