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 지음, 염정용 옮김 / 로그아웃 / 2017년 5월
평점 :
절판
걸리버여행기나 신밧드의 모험은 훌륭한 문학작품으로 전해내려온다. 그들의 모험은 멋지고 아름답지만 픽션이다.
여기 그 작품들 만만치 않은 엄청난 모험담이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문학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인정받기보다는 허풍을 가미한 무용담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이 그러하다.
이 책은 17세기 후반에 정식으로 발행되었고 여러 이야기들이 추가되어 속편까지 나오게 된다. 이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아비시니아를 여행한 부르스여행기를 조롱하고 풍자하기 위해 지어졌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브루스 여행기보다 일찍 쓰여진 것이기에 브루스를 조롱하기 위해 쓰여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한다. 이런 의도가 짙게 깔려 있었고 이 이야기가 진실이라는 주인공의 강력한 주장때문에 1, 2위를 다투는 모험담에 끼긴 힘들었던게 아닌가 싶다.
이 책의 원저자인 루돌프 에리히 라스페의 삶은 부도덕했지만 문학적 재능이 있었고 실제 배움이 깊었으며 지식의 폭이 넓었기에 이런 작품을 쓰는데엔 무리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실제 사기행각으로 쫓기는 몸으로 사망했을 정도니 이런 어이없는 소설을 진실이라 우기는 뮌히하우젠 남작이 그의 이미지에 중첩되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이 책속의 뮌히하우젠 남작은 이 모든 이야기가 사실이라고 말하며 런던 시장관저에서 신밧드와 걸리버, 알라딘과 함께 선서를 한다.
그리고 어느 모험담보다 광범위한 지역을 여행하였으며 심지어 우주여행도 하고온다.
눈이 마을을 뒤덮어 말을 묶어 놓은 나무밑둥이 알고보니 지붕꼭대기 끝이었으며 눈 녹은 후 지붕 꼭대기에 매달려있는 말을 구해주기위해 총으로 고삐를 쏴서 말을 구해낸다거나 자신을 잡아먹으려 돌진한 악어의 입에 반대쪽에서 돌진한 사자의 머리를 집어 넣어 두마리를 다 잡는 이야기, 가죽을 남기고 줄행랑쳤다는 여우이야기 등 생물학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가 너무나 많지만 어이없이 웃긴 이야기에 한번씩 등장하는 소재가 총망라되어 있다는 느낌도 받았다.
이 작품은 일반적인 소설책처럼 300페이지에 달하고 1, 2부, 속편까지 뮌히하우젠 남작의 모험과 관련된 역사적 사실과 서문이 포함되어 있는 전집과 같은 형태지만 어린시절 나는 이 작품을 허풍선이 남작이라는 이름으로 동화책에서 접한 기억이 있다. 유명하진 않았고 동화책 전집에 어쩌다 끼어 있으면 읽어보곤 했는데 과학적 상식을 넘어선 맹랑함에 어이없으면서도 어떻게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는지 신기하기도 했다.
지식이 범람하고 분자단위까지의 모든 생명의 비밀이 밝혀지고 4차 산업혁명이 코앞인 요즘 이런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읽으며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런 내용을 진실이라며 믿어달라고 하는 뮌히하우젠 남작이 귀엽게 느껴지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