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화로 읽는 한국 문화유산 - 펜 끝에서 살아난 우리 건축 천년의 아름다움
김영택 글.그림 / 책만드는집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펜이란 섬세한 도구이다. 작은 물건의 그림자 하나 표현할라 치면 몇 만 번은 손이 가야 한다.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인 명승과 사찰을 가늘고 섬세한 펜으로 표현해 놓은 그림이 가득 한 이 책은 우리나라 첫 번째 펜화가인 김영택 화백의 작품집이나 다름이 없다. 그림과 함께 문화유산에 대한 설명과 그 그림을 그리며 있었던 에피소드를 들어 볼 수 있다.
김영택 화백은 세계적인 디자이너로 인정받아 우리나라에서 굴지의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다가 지천명이라는 나이에 펜화에 빠져버린다. 유럽의 펜화기법을 가져오는 것은 아류라고 생각한 김화백은 스스로 동양의 느낌이 나는 펜화기법을 터득하기로 한다. 전국의 문화유산을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리는 와중 회사는 부도가 나고 집에서는 가장 노릇을 하지 못해 타박을 듣게 되지만 결국 전시회를 열며 펜화가로서 자리매김 한다. 벽돌 한 장, 소나무의 이파리 하나 섬세하게 그려 넣어 멀리서보면 흑백사진을 보는 것 같이 사실적이면서도 섬세한 펜화를 그리는 사람은 그가 우리나라에서 유일할 것이다.
펜화는 인쇄를 해도 크게 망가짐이 없고 여린 선 하나하나 놓치는 법이 없기에 이 책 자체가 그의 훌륭한 작품집이나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장가치가 있는 책이다.
천천히 그리고 정확하게 그려야 하는 펜화를 그리며 문화제 속에 담긴 참의미를 다시금 되짚어 주는 그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가 얼마나 대충, 빨리 주의에 물들어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우리의 문화제를 보면 우리 조상들의 마음과 삶이 보인다. 그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의미를 부여하고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마음에 들 때까지 오랜 시간 공을 들였는지 다시 금 느낄 수 있었다.
일반인이 문화유산을 보러가서 오래도록 그것을 바라보고 집중하고 생각할 수 있겠는가? 김영택 화백은 펜화 한 장을 완성시킬 때까지 들여다보고 집중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 그의 글을 통해 짧은 시간 관람으로는 느낄 수 없는 우리 문화제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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