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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혐민국
양파(주한나) 지음 / 베리북 / 2017년 4월
평점 :
저자는 초등 5학년때 남아공으로 이주하고 결혼 후 영국으로 이민을 했다. 20년 가까이 외국에서 살았는데 어찌 이리 우리나라 현실에 밝은지 놀랍다. 각종 인터넷 기사나 정보로 한국의 성차별 현실을 대충은 알수 있겠지만 마치 본인이 당한것처럼 한국인보다 더 정확하게 논점을 짚어나가는게 놀랍다. 하긴 성차별이 한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닐테니까. 남아공에서의 삶의 경험으로 깊은 통찰력을 보여주고 그 통찰력이 우리나라 강남역 여성혐오 살인사건과 맞물리며 물꼬가 트인듯 쏟아져나오는 저자의 이야기는 내 숨통을 확 트이게 해준다. 성차별을 겪거나 남이 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면 여자로서 억울함이 솟구치면서 깊이 생각에 빠지게 되는데 늘 그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남들이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수 있을지 감이 오질 않았다. 그런데 이 책엔 정확히 객관적인 사실을 토대로 역지사지 해 볼 수 있게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나도 여성으로서 어려서는 오빠나 선생님에게, 커서는 남자동료나 상사에게, 지금은 시댁으로부터 엄청난 성차별적 발언을 듣고, 동네 주차장에서는 주차관리원에게 성차별을 당한적도 있다. (주차마치고 내리려는데 주차관리원이 쪼르르 달려와 다른데다 대라고 하더니 내 뒤에 들어온 남자운전자가 그 자리에 주차하니까 찍소리 못하던 일)
자잘하게 생각하면 일주일이 한번씩은 그런 발언을 듣거나 그런 일을 당한다. 한국에서 아주 흔한 일이다. 특히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서, 같은 여성에게서 더더욱... 나도 내 딸에게 은연중에 그러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미국의 인종차별 문제와 엮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특정 누군가이기때문에 당하는거...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태생때문에 차별당하고 죽어야할 이유는 없다.
이 책은 발암수준으로 분노하게 하지만 더불어 역차별 가상이야기로 박장대소 하게 하기도 한다.
적나라하고 거침없는 문체가 속을 뻥 뚫어주지만... 저자가 만약 한국에서 계속 살아온 여자라면 쉽게 이런 책을 내진 못했을거다.
우리나라가 양성평등에 노력하며 많이 발전했지만 아직 갈길이 멀다. 아직 여성 인권 신장은 멀었는데 역차별 운운하고 여성혐오범죄까지 일어나는걸 보니 아직 멀어도 한참 멀었다.
이 책은 남자든 여자든 꼭 읽어봐야할 책이다. 그중 특히 성차별이나 역차별을 당해서 맘이 불편한 사람들은 꼭 읽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