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

강호의 도가 땅에 떨어졌도다
다빙 지음, 최인애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7년 4월

강호의 고수들이 유랑을 떠났다. 사람 사이에 살아있는 의리, 정을 찾아 떠났다.
도복을 입고 장풍을 쏘거나 장검을 휘두르던 장수는 없지만 활인의 기타를 휘두르는 작은 영웅들은 아직 그들만의 역사를 만들며 강호에 살아 숨쉰다.

이 책에는 다빙이라는 작가가 실제 겪은 일을 소설로 써 내려 엮은 단편소설 5편이 들어있다.
중국소설이 이렇게 현대적이고 쿨하고 시크하면서 감동적일 수 있나?! 내가 가진 중국소설에 대한 선입견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마치 나오키 상이라도 받은 일본소설을 한편 읽은 것처럼 재미있고 내 마음에 척척 와 닿는다.

싸구려 중국제 엉터리 제품으로 대변되는 중국인은 세계의 구질구질한 이슈에 늘 등장하는 촌스런 인간들, 외국에 나가 메뚜기처럼 몰려다니며 물건이나 음식을 싹쓸이하는 떼놈들, 머리에 이가 있고 약속시간에 기본 2시간은 늦는 미개인들 아니었나? 다빙은 중국안에서도 굉장히 진보된 인물이 아닌가? 아니면 중국이 이렇게 멋진 소설을 인정하고 펴내는 동안에도 난 중국의 옛모습에만 빠져있었나?
다빙이 이 책을 내기 전까지만해도 이 책이 이렇게 히트칠 줄은 몰랐을거다. 친한 형제가 출판사 편집자를 설득해 이 책을 내게 해 주었고 이 책은 시쳇말로 정말 대박이 났다. 친하고 능력있는 친구가 출판을 도와주지 않았다면 이 원고는 아마도 빛을 보기 힘들었으리라...
문학적 소양이나 가치보다는 대중의 재미를 추구하는 이런 가벼운 소설이 요즘은 인기를 끈다. 머리아픈거 싫고 구구절절 고지식한 바른말을 떠드는 소설보다는 진짜 이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으며 독자가 살아갈 수 없는 인생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하는 이런 소설이 요즘의 개미지옥 같은 삶을 사는 사람들에게는 오아시스가 되어 줄 것이다.
꿈이 없는 이시대 젊은이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모험과 의리, 사랑따위를 현대의 찌질함으로 설파하는 이 책은 '실패해도 괜찮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너만의 행복을 찾아 떠나'라고 말하고 있다.
리오셰의 에피소드를 읽으며 그래 역시 중국이야~라고 생각했다. 중국두메산골은 아직 법보다는 주먹이 앞이겠지. 이렇게 착취당하고 불우하게 사는 인생들이 천지에 한가득이겠지. 그래도 리오셰는 꿈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그는 점점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 리오셰 에피소드 이후로는 점점 에피소드가 세련되어 지기 시작하지만 내 주변에 흔히 일어나는 일은 아니라서 충격적이기도 한 에피소드도 많았다.

이 좁은 땅에서 꿈도 없이 모두 같은 마음으로 대기업에 취직하길 바라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사는게 최고 행복이라고 말하는 한국청년들 정신차려라. 정규직이니 비정규직이니 고독이라는 주술에 걸린마냥 한국이라는 좁은 항아리 안에서 서로 물어뜯고 싸우는 저주에서 벗어나 보자. 집사고 차 사면 장땡이라는 망상에 젖게하는 바보상자에 빠져 뭐가 중헌지도 모르고들 살고 있다. 드라마는 바로 이런 내용이 드라마가 되어야지. 꿈과 사랑, 감동과 의리... 하지만 이건 실제 삶이라는 것...
다 읽고 나니 강호의 뜨거운 가슴을 지닌 사내들이 나오는 중국영화를 한편 본것 같은 찌르르한 감동이 남아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