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DSLR
최예원 지음 / 문학세계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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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예원작가의 단편모음집이고 세월을 담은 문학작품 5편이 각각의 빛을 뿜어내며 반짝이고 있다.
작가가 1963년 생이라는걸 책 날개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994년 문학사상에서 등단한 작가라고 하니 순수문학장르에서 활동한 작가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나오는 소설들 같이 재미만을 추구하는 허술함이 보이지 않는다. 글이 주는 느낌이 마치 촘촘한 그물같아서 설정의 헛점이 보이지 않는다.
인간의 본성을 꿰뚫는 예리함이 느껴진다극의 진행은 빠르지 않지만 주변의 사물이나 인간의 감성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아 집중하는 시간이 길게 느껴진다.

'클럽DSLR'은 세상의 부조리를 비꼬면서 일그러진 욕망과 인터넷의 익명성에 눈이 멀어 한 인간의 인생이 파탄나는 광경을 지켜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흔히 일어나는 풍경일 수 있다.
'생존게임'에서는 나도 그런 친구가 있었기에 그 느낌이 어떤건지 알 수 있었다. 과거의 어떤 치부를 드러나게하는 친구... 반갑지 않은 친구... 만나면 갈고리에 걸려 얽혀버릴 것 같은 친구...
'등대를 향하여'는 이상향을 찾아 그것을 쫓아가지만 결국 그것은 헛것이었다는 환상... 내가 어릴때도 동네에 뜨네기처럼 와서 옆집 지하창고에 살던 기타치던 오빠가 생각났다. 학교는 다니지 않고 일을 하겠다고 왔다는데 몇달 살지 못하고 밤마다 여자들을 방으로 끌어들여 서울의 화려한 삶을 이야기하며 허파에 바람만 지피고 사라져버린 동네오빠... 그 오빠가 생각나는 에피소드였다
'어제 뜬 달'에서는 시골 마을의 풍경이나 군불을 지피는 행위를 자세히 묘사해 두었다. 나 어릴때 아는 분 시골집에 놀러갔을때 보았던 광경이 생각났다. 탁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가는 장작에 개구리를 잡아 석쇠에 구워 소주안주를 하던 농사꾼 아저씨들이 생각났다. 부뚜막 가까운 윗목은 장판이 타들어가 누렇게 떴었다.
오시계에서는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는 약장수를 묘사해 두어 그 시대의 느낌을 살렸다. 내가 어릴 때 우리동네에도 약장수가 자주 왔었다. 동네공터에 어느날 갑자기 게릴라처럼 장을 펴는 약장수들... 엉터리 약이지만 가격은 명품 못지않다. 언제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노인들을 앉혀두고(거동이 힘들면 모셔가기도 함) 이 세상에 못 고치는게 없는 만병통치약을 자식들에게 받은 쌈짓 돈을 받고 팔며 덤으로 세수대야, 휴지 등 챙겨두고 새끼 원숭이를 데리고 다니며 시선을 끈다. 애들은 쫓아버리면서...
처음 두개의 에피소드 말고 나머지 세개 에피소드들은 나의 어린시절.. 그러니까 1980년대의 일상이나 감성이 묻어나는 에피소드가 많아서 어린시절 생각이 문득문득 나서 좋았다.

책 표지가 핑크색이다. 제목이 클럽DSLR이고 여성작가라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도시적인 감성이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문장이 세련되었다고 느끼기는 힘들고 마치 고전문학을 읽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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