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 다오스타
정선엽 지음 / 노르웨이숲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십자군 전쟁에 대해서 배운 것은 중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이 전부였다. 사회에 나와서는 십자군 전쟁에 관한 이야기를 접할 일이 없었다. 그리고 내 기억속에서 서서히 사라져갔다.
20세기에 태어나 많은 종교가 존재하는 나라에 살고 있는 나로서는 중세 서양인들이 종교때문에 목숨을 건 전쟁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위화감이 있었다. 현대 대한민국은 종교의 수가 너무 많다. 천주교, 불교, 개신교, 이슬람 모스크도 세워지고 있다. 개신교 안에서도 침례교, 감리교, 장로교 등등 한가지 신을 믿으면서도 가는 길이 다르다. 교회마다, 목사마다 스타일도 다 다르다. 각각의 교회가 다 다른 종교같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기에 신의 말씀에 따라 목숨까지 버리는 중세사람들의 종교전쟁이야기는 한국인인 나에게 낯설기도 하지만 지나친 비장함이 느껴진다. 바티칸이라는 교황이 사는 도시도 신기하고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관광지처럼 느껴진다현대판 악마와 신이 다투는 내용의 영화들도 상영되니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거슬러 올라오는 그들의 종교문화는 재미있게 다가온다.
그래서 이 소설도 가벼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한국인이 지은 중세 십자군 전쟁의 이야기라고 해서 어느정도 허술할거라 생각했는데 당시 그들은 이랬을 것이라고 추측하며 읽기에 무리가 없었다. 저자는 신학을 전공했고 저자의 후기에 한국 교회의 문제점을 꼬집은 것을 보면 이 소설에서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대충 감이 온다.
목회자의 그릇된 해석과 믿음에 따라 성경은 현실세계에서 왜곡되어 해석되고 그것은 신도들의 그릇된 믿음으로 이어진다. 신에게 의지했던 과거로 돌아갈수록 신의 뜻이라면 목숨이라도 버릴 수 있다는 극단주의자들이 많았겠지만 중세, 그것도 영토싸움으로 비화된 십자군 전쟁이라면 종교와 믿음의 광기에 사로잡힌 이들이 신의 뜻이라는 미명하에 목숨을 던졌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종교가 인간을 어떻게 타락시키며 순수한 믿음이란 얼마나 위험하고 오만한가를 보여주는 듯 하다.

책 제목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하지만 난 사피에르 다오스타 신부가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 길고 긴 이야기는 사피에르 신부에서부터 시작한다. 비야는 사피에르의 아들이다.
책의 두께만큼 많은 등장인물들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비중이 크다. 대 서사시를 읽는 기분이다. 하지만 마지막 결말에서 모든 것이 끝나고 정리된 후의 상황을 보여줬다면 6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본 오랜 시간만큼 후련함도 컷을 터인데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수가 없나보다. 일종의 보상심리 차원이라고 할까... 끝부분엔 피곤한 여행을 마친 후의 후련함을 느끼고 싶었달까...
여튼 읽는 내내 지루함 없이 재미있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책이다. 저자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엿볼 수 있으면서 내용 전개도 흥미롭고 하나님을 향한 믿음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인간 세상에 적용되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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